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장준우 Oct 16. 2021

술과 음식의 궁합, 대체 그 의미란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최근 홈술족이 늘었다는 기사가 심심찮게 보인다. 코로나19 시국에 마음 졸이며 밖에서 술 한 잔 기울이는 것보다 집에서 편하게 마시겠다는 사람들이 10명 중 8명이라는 통계도 나왔다. 자연스럽게 술과 어울리는 안주에 대한 수요도 만만찮다.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술안주 레시피를 소개하는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는 수십만에서 수백만에 달한다. 술과 어울리는 음식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도 심심찮게 받는 요즘이다.


‘술안주’라는 단어가 존재하듯 술에는 어울리는 음식이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인지하는 사실이다. 술과 음식이 ‘어울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치킨에 맥주, 계란찜에 소주처럼 단순히 같이 먹으면 좋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더 깊이 들어가서 음식을 더 돋보이게 하는 술이거나, 술을 맛있게 잘 마시기 위해 필요한 음식일 수 있다. 음식과 술 중 누가 주인공이고 조연이냐에 따라 ‘잘 어울린다’의 개념이 달라지기도 한다.



음식과의 어울림 측면에서 살펴보면 맥주는 비교적 그 범위가 넓다. 사람으로 치면 ‘성격이 둥글둥글한 스타일’이다. 특유의 청량감과 쌉싸름한 뒷맛은 음식을 먹고 난 후 느끼함 같은 여러 불쾌한 뒷맛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한다. 


맥주도 에일이나 사워 비어 등 여러 종류가 있어서 각 맥주마다 어울리는 음식이 따로 있긴 하지만, 반드시 ‘이 맥주에는 이 음식’이란 공식은 없다. 우리에게 익숙한 라거 스타일의 맥주는 특히 우리가 즐기는 맵고 짜고 신 음식과도 좋은 친구가 되어 준다. 맥주가 세계 주류 시장에서 판매량이 1위인 이유이기도 하다. 국적을 불문하고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술이 맥주다.



반면 와인은 좀 까다롭다. 곡물로 만든 맥주에 비해 포도로 만든 와인은 감쌀 수 있는 음식이 제한적이다. 맥주도 여러 맛과 향미를 갖고 있지만 와인에 비하면 오히려 간단한 편이다. 포도가 가진 과실의 맛과 향, 산미와 탄닌 등의 무수한 조화가 담긴 와인은 자칫 잘못하면 와인과 음식 둘 다 망쳐버릴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


와인을 특별히 즐기진 않아도 ‘고기엔 레드 와인, 해산물엔 화이트 와인’이라는 공식을 상식처럼 알고 있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반드시 고기에 레드와인이 어울린다는 법은 없고, 해산물에 반드시 화이트 와인만 어울린다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한 레스토랑에서 흥미로운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곳의 소믈리에가 해산물 요리에 레드 와인을, 고기 요리에 화이트 와인을 추천하는 것이 아닌가. 조개와 새우 요리에 가볍고 산뜻한 레드와인을, 크림을 곁들인 닭요리에 진한 풍미의 화이트 와인을 곁들였는데 어느 하나 이질감 없이 음식과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굳게 믿고 있던 상식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와인의 색깔이 반드시 음식과의 어울림, 즉 페어링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고기 요리라 해도 소스나 풍미에 따라 섬세한 피노누아로 만든 레드 와인이 어울릴 수도, 묵직한 카베르네 쇼비뇽이나 메를로 품종으로 만든 진한 레드 와인이 어울 수 있다. 굴이나 갑각류 요리에 화이트 와인을 곁들였는데 오히려 더 비린내가 더 심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음식과 와인이 어울리는지 아닌지는 음식과 같이 마셔서 확인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와인에 있어 음식과 잘 어울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탈리아 요리학교 시절 와인 선생님이자 소믈리에인 잔니는 그 의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음식을 먹고 난 후 와인을 한 모금 마셨을 때 와인이 갖고 있는 풍미를 고스란히 느끼면서 동시에 다음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느낌을 주는 것이 좋은 어울림이라고. 음식이 너무 강하면 와인의 맛을 잘 느낄 수 없고, 그 반대로 와인의 맛이 너무 강하거나 음식과 부딪치는 느낌이 든다면 그건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맛과 신맛, 매운맛이 두드러지는 한식은 와인과 맞추기 상당히 까다롭다. 비단 한식뿐만 아니라 강렬한 향과 맛을 가진 동남아 요리도 매한가지다. 강한 맛에는 그에 버금가는 강한 풍미의 술이 필요한데 보통의 와인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개성을 가진 일부 ‘내추럴 와인’은 그럭저럭 한식과 잘 맞는 궁합을 보여 준다. 두드러지는 산미와 탄산감, 과실미 넘치는 아로마는 강한 음식과 먹어도 지지 않아 음식과 페어링하기 좋은 술로 각광받고 있다. 술안주 페어링이 어렵다면 하나만 기억하자. ‘강한 음식엔 강한 술, 섬세한 음식엔 섬세한 술’이 좋은 궁합을 만들어 낸다.




매거진의 이전글 흔하디흔한 사과, 낯설게 바라보기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