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생활은 생각보다 꽤 외롭다.
이혼을 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실제로도 물리적인 거리를 둔 지 꽤 되었건만, 마음속 허전함은 예고도 없이 불쑥불쑥 찾아온다.
웃긴 건, 이 선택이 내 몫이었다는 것이다.
내가 그를 버렸고, 내가 등을 돌리는 선택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외로움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와 나는 거의 연락을 하지 않는다.
문자도, 전화도, 소소한 안부조차도 없다.
그와 다시 함께할 마음은 없다. 이 마음만큼은 확실하다. 그러니 이 외로움이 그를 향한 그리움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함께 했던 시간 속에서 익숙했던 것들이 하나씩 사라지면서 생긴 빈자리, 그 틈으로 불쑥 올라오는 허전함일 것이다.
요즘 나는 육체적 별거 이후, 정신적 별거를 겪고 있는 듯하다. 함께 살던 시절에는 누군가와 생활을 공유하고 있다는 감각이 있었다. 지금은 말 그대로 모든 감각이 나 혼자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냉장고는 텅 비어 있다.
예전엔 반찬 서너 개 정도는 늘 해뒀고, 누구든 돌아올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식사를 준비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조차 무의미해졌다.
아이와 둘이 먹기엔 마트에서 파는 식재료가 항상 너무 많다. 결국 끼니를 때운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식사를 하고 있다. 배달 음식은 최소주문 금액의 벽에 가로막히고, 매번 외식을 하기엔 부담스럽다. 혼자라는 건 생각보다 복잡하고 계산적인 일이었다.
그렇게 자주 가던 영화관도 멀어졌다.
예전엔 좋아하는 영화가 개봉하면 가장 먼저 예매하고, 할인 쿠폰을 부지런히 챙기던 내가 이제는 그저 ‘나중에 봐야지’ 하며 지나친다. 그렇게 ‘나중’이 쌓여간다.
야구와 축구 경기를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솔직히 경기에 대한 지식이 좋아함에 미치지 못해 항상 그에게 묻곤 했었다. 나는 그저 즐기는 마음으로 옆에 앉아 있었고, 모르는 게 생길 땐 물어보면 그만이었다. 이제는 내 호기심을 스스로 채워야 한다. 이젠 내 힘으로 하나씩 배워나가야 할 시간이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냉장고 문을 닫고, 휴대폰 속 영화 예고편만 몇 번이고 돌려본다. 혼자라는 게 이렇게 무겁고, 또 이렇게 자주 나를 되돌아보게 만들 줄은 몰랐다. 그 빈자리를 원망하기보단, 내가 조금씩 채워가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어쩌면, 이 외로움도 익숙해지겠지.
어쩌면, 이 허전함 속에서도 내 삶의 작은 중심을 다시 세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며, 나는 하나하나씩 배워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