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사내 불륜으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 일은 내 결혼의 마지막 페이지를 찢어버렸고, 그는 결국 지방 발령을 받게 되었다.
그가 떠나기 전, 우린 함께 법원으로 향했다.
같은 집에서 출발해, 같은 차를 타고, 말없이 법원까지 갔다.
협의 이혼 서류를 쓰고, 양육 계획서를 함께 검토했다. 이상했다. 너무 이상한 하루였다.
슬픈 감정이 몰려오다 웃음이 나고, 안도감이 드는가 싶다가 눈물이 찔끔 났다. 기분이 너무 복잡해 처음엔 내가 어떤 감정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좋다는 마음과 슬프다는 마음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이혼을 완성하지 못했다.
내가 사는 지역 법원은 상담이 의무였고, 그 절차가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남편은 바로 다음 날, 지방으로 발령받아 떠나야 했다. 결국 우리는 서류를 가방에 넣은 채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마치 이혼도 이 결혼처럼 미완성인 채로 남겨졌다.
짜증이 밀려왔다.
결국 그가 여유로이 휴가를 낼 수 있을 때까지 이 끝맺음은 미룰 수밖에 없다. 당장 도장을 찍을 땐 복잡한 감정이었던 내가, 막상 이혼이 미뤄지니 왜 이렇게 짜증이 나는 걸까.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는 나를 피곤하게 하고, 복잡하게 만든다.
남편이 없는 삶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평화롭다. 동시에 애잔하고, 서늘하게 외롭다. 분노도 증오도 다 사라졌는데, 마음 한구석이 비어 있다. 하루 종일 잠만 오는 날도 있고, 어떤 날은 아무리 눈을 감아도 잠이 들지 않아 밤을 통째로 새우기도 한다. 정신과 약을 한 번에 다 털어 넣고 싶은 충동이 들 때도 있다.
이 기억들을, 이 감정들을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
이 집, 이 공간은 우리 가족이 웃었던 자리다. 손잡고 웃던 날도 있었고, 작은 생일 케이크 하나에도 감동했던 날들이 있었다. 그 행복의 조각들이 아직 여기저기 남아 있어 눈물이 자꾸 흐른다.
상담 선생님께 그 얘기를 꺼냈더니,
"그건 당신이 진심으로 사랑했고 가정을 소중히 여겼다는 증거"라고 하셨다.
그 마음을 부정하지 말라고.
그래. 지금 내가 슬픈 건, 그 사람을 그리워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가 그 안에서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를 기억하고 있어서다. 지나간 시간 속 내 마음의 잔상들이 나를 슬프게 한다. 그 감정들조차 소중했기에 더 서글프다.
하지만 이 모든 감정들도 지나갈 것이다.
무기력한 날도, 깊이 우울한 밤도, 다 지나간다. 언젠가는 이 시간을 되돌아보며, 그래도 잘 견뎠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나는 지금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다. 힘을 내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