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수심

사필귀정

by 리안


부부였던 그와, 지금의 그는 왜 이렇게 다른가


결혼이란 건 결국, 같은 배를 타는 일이다.

어떤 파도가 와도 둘이 함께 버티며 나아가는 것.

그래서 우린 늘 "한 팀”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지금, 상간소송을 진행하며 내가 처한 현실은 너무도 다르다.

남편과 상간녀가 마치 한편이 되어, 나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듯한 이 기분.



남편은 상간녀의 편에 섰다.


남편이 상간녀의 변호사와 연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머리가 멍해졌다.

나는 그저, 나와 우리의 아이를 위해 싸우고 있는데,

그는 왜 그녀의 편을 들고 있는 걸까.

혹시 아직도 그녀와 연락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지금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못하고 있다.


상간소송을 진행하며 이혼을 나중으로 둔 것도,

단지 지금 이 싸움에 내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기 때문인데...

정작 내 남편은, 나를 이해는커녕 원망하는 눈치다.

상간녀를 소송한 내가, 잘못한 사람인 듯 구는 그 태도.

그는 내게 짜증을 내고,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른다.

이 상황에서 나라도 정신줄을 붙잡아야 한다.



“사실관계확인서를 왜 써주면 안 돼?”


어느 날 남편은 말했다.

상간녀의 변호사에게 연락을 받았다고.

그러더니 나에게 '사실관계확인서'를 써줄지 고민하있다 말했다.

“사실만 쓰는 건데 뭐 어때?”라는 그의 말에,

나는 숨을 삼켰다.


이걸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는 너.

정말 너다운 발상이다.

그게 나를 한 번 더, 완벽하게 짓밟는 일이라는 걸

너는 알면서도 내게 짐승이나 할법할 말을 내뱉었다.



협박은 누구였던가.

그는 계속해서 합의를 하자고 종용했다.

내가 요지부동이자, 반복해서 사실관계확인서를 언급했다.

이건 명백한 압박이었다.

얼마 전 내가 “다시는 바람피우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달라”라고 부탁했을 땐,

“그건 협박”이라며 나를 몰아붙이더니,

지금 이 상황에서 협박은 누가 하고 있는가.



결국 나는 지쳤고, 그는 성공했다


남편은 날 들들 볶았다.

그리고 결국, 그는 성공했다.

지친 내가 “합의하겠다”라고 말했을 때,

다음날 바로 내 변호사에게 연락이 왔다.


“저쪽에서 합의하자고 합니다. 금액을 제시해 달라는데 어떻게 할까요?”


소송으로 받을 수 있는 예상 금액에,

소정의 금액을 조금 더 얹어 전달했다.



그런데 문득 든 생각.

과연 그녀는 그 돈을 낼 수 있을까?

얼마 전 생긴 새아빠가 어디서 대출이라도 받아 대신 내준다면 모를까.


참 하찮고 하찮다.


이 싸움의 끝은 어디일까.

적어도 내가 나를 잃지 않는 한, 끝은 오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