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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예령 Aug 26. 2015

밴쿠버에서 야근하기 있기 없기

밴쿠버 디자이너 이야기 

인테리어 얘기를 해볼까요? 오늘.. 좀 할 게 있어서 모두 퇴근한 사무실에 좀 오래 남아 있었어요. 한국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 생활했을 때 매일 당연했던.. 늘 6시쯤이 되면 '저녁 뭐 먹을까..?' 이런 얘기가 오가던 설계실.. 늘 자정이 다 되어서야 회사 건물을 나 올 수 있었던.. 하지만 캐나다에선 절대 아니죠.. 본인의 욕심 때문이거나 아니면 정말 말도 안되게 시급한 일이 일어난게 아니라면 절대 저녁에 회사에 더 남아 있을 일이 없는.. 


여기서 일을 시작하면서 늘 그걸 후회 했어요. 왜, 왜.. 한국에 나가서- 그 고생을 하며 방황했을까. 그걸 이겨내고 버티기 위해 나 얼마나 그 헛된 노력을 퍼부었었는지요.. 주6일 근무에 늘 자정에 끝나서 결국 아파서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던.. 퇴사 결정하던 날 실장님 방에서 하루 종일 펑펑 울었던.. 절대 그만 두고 싶지 않았던 첫번째 회사,  그리고 그런 회사들에 회의를 느끼고 도피성으로 갔던 대학원... 그 4년간의 저의 노력이 얼마나 많이 아팠던지요. 그리고 얼마나 모든 것이 아무 소용 없었던지요. 


노을 지는 창 밖.. 노을 보면서 일하는거, 은근 분위기 있고 괜찮더라고요. 앞으로 자주 이렇게 할까... 그런 망상이 막 하기도 했어요. 제 방을 가져보는건 난생 처음인데...  너무 좋고 편하고 막... 흑흑. 너무 일할맛 나는거 있죠. 회사 옆이 바다인데 막.. 내 방이 있고.. 이런 뷰가 있는 창이 있는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한데 막 아아 바다가 보이는 방향이었음 어땠을까- 막 이런 생각도 든다니까요. 바다 보고 싶음 잠깐 밑에 내려갔다 오죠, 뭐. 아아- 바다가 바로 옆이라니. 이.런.밴.쿠.버!!! .... >.<  



RCP (천정/조명 설계도면) 를 하고 있었는데.. 조명 하고 있자니 또 빛이 생각나고, 또 예전부터 보려 했던 빛에 대한 다큐가 생각 나더라고요. 사무실에 아무도 없겠다.  "빛의 물리학" 을 크게 틀어놓고 ㅎㅎ 마치 한국인것 마냥 ㅎㅎ 일을 했어요. 왠지 조명 설계 하는데 빛에 관한 다큐 보고 있으니 디자인이 잘 되는 것만 같은 느낌적 느낌.. ? 




9시가 다 되서야 회사를 나섰어요. 한국 같았음 이 시간에 거리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식당들 불빛이 번쩍번쩍 차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을텐데. 여긴 고요~ 적막~ ㅎㅎ 다운타운 한복판인데 말이죠 ^^;  저 앞에 벤탈5 건물이 선명하게 ㅎㅎ 음.. 저는요. 아직도... 그 야근을 끝내고 나오던 자정의 학동사거리가 눈에 선해요.. 그리고 고단한 몸을 이끌고 늘 잡아탔던 그 택시 안에서... 물끄러미 내다봤던 서울의 그 고단하고 어두웠던... 모든 풍경들... 저요.. 이곳이 좋아요. 이곳에서 일하는게 행복하고 너무 많이.. 감사해요. 


참.. 나오는데 많이 선선해졌더라고요. 심지어 쌀쌀하기까지요. 


"가을이 오는거.. 맞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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