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미국에서 정규 선생님이 되었다.

미국 학위 하나도 없는 자의 교사 취업.

by 이H

2년 간의 대장정 끝에 몇 주 전, 정식 교사 자격증이 나왔고 더 이상 Preliminary가 아닌 Clear Credential을 받았다. 그것도 딱 만료되기 3주 전에. 미국에 처음 왔던 2017년 12월이 생각난다. 겨울이라 그런지, 내가 알던 10년 전 캘리포니아와는 다르게 너무 시리도록 추웠던 걸로 기억한다. 결혼을 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던 사람과 결혼을 약속한 직후였다. 한국에서 고강도의 일을 하다가 온 직후라, 하루에 10시간 이상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곤 내내 잠만 잤다. 내 남편은 그때의 나를 보며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많이 잘 수 있지?”라고 생각했단다.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나 무모하고 즉흥적이었던 결정이었다. 사랑하는 사람 하나만 보고 이 '척박한' 땅에서 살아갈 생각을 하다니. 행복한 일만 있을 줄 알았던 희망을 품고 왔지만, 막상 살아보니 어학연수를 왔던 2010년 때와는 다르게 온 세상이 그저 회색빛이었다. 어색하고 답답했고, 지하 창고에 갇힌 것처럼 내 코에선 쿰쿰한 냄새 같은 것이 나는 듯했다.


그 후로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8년 동안 살아내고, 이제는 더 이상 나에게서 그런 향이 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필터가 씌워져 있던 회색빛 삶이 이제는 어느 정도 노란빛 또는 주황빛을 띠는 것 같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힘들지만, 나에게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 영어를 못해서 저 나락까지 떨어졌던 나의 자존감을 다시 올려주는 몇몇 아이들. 복도에서 마주치면 “Ms. Chon!” 하며 달려와 안아주고, “You are my favorite teacher.”라며 작은 쪽지에 I like you를 쓰고, 귀여운 하트와 함께 내 얼굴을 그려주는 순수한 아이들. 관종기가 있는 나로서는, 수업 시간마다 아이들 앞에서 마치 서커스를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그 느낌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25명 정도의 아이들의 눈이 온전히 나를 향해 있을 때, 이상할 만큼 기분이 좋다. 그 짧은 순간,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TK, 즉 4살 아이들부터 6학년, 11살까지 가르치는데, 학년마다 반응이 다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학년은 3학년. 뭔가를 시연할 때마다 아이들이 탄성을 지르는데, 그럴 때마다 온몸이 짜릿하다. 아직도 서툰 영어를 쓰는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 주는 아이들에게 고맙다. 그 덕분에 나도 매일, 온 마음을 다해 가르치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한다. 이제야 비로소, 나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다. 앞으로 은퇴 연금을 받는 그날까지, 이 길을 꾸준히 걸어가자. 조용하지만 끈질기게.



IMG_7402 (1).JPG 처음으로 맘에든 학교 올해 학교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