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세상을 편리하게 바라보기 위한 지도일 뿐인데, 지도가 세상과 다르다며 세상을 불평할 때가 더 많았다. 곰곰히 기억을 떠올려 보면 지금 당장은 내 뜻대로 되면 좋을 것 같았던 일도, 시간을 두고 보면 내 뜻대로 안되서 좋았던 일도 많았다.
문득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떤 사람이 신발을 사기 위해 발의 탁본을 떴다. 신발가게에 도착했지만 가는 도중 탁본을 잃어버렸다. "탁은 믿을 수 있지만 내 발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寧信度영신탁 無自信무자신)?" 그는 결국 신발을 사지 못했다.
어쩐지 어리석은 사내와 내가 닮은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