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무리 그리고 내년의 기대감
저는 1인 크리에이터 라디오 DJ를 하고 있습니다. 그냥 크리에이터도 아니고, 1인 크리에이터라는 건 혼자서 콘텐츠 기획 편집 출연을 모두 하고 있다는 뜻이죠. 보통 라디오를 진행하면 게스트도 있기 마련인데, 아직 기회가 닿지 않아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혼자서 라디오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굳이 혼자가 좋아서, 혼자가 편해서 그래왔던 건 아니고요. 게스트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했었는데, 프로젝트가 무산되며(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며) 자연스레 혼자하고 있더라고요. 네, 당연히 조금 외로울 때도 있었고요.
작년 2월 말에 라디오를 하기 시작하며 지금까지 혼자 라디오 진행, 팟캐스트 제작, 개인방송 운영, 영상 제작을 했습니다. 이렇게 나열해놓고 보니 혼자하는 걸 꽤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그렇지만 저도 꽤 나름대로 콜라보 및 협업을 위해 여러 노력을 했습니다.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대답해보겠습니다.
일단 팟캐스트. 혼자 시행착오 에세이만 주구장창 올리기에는 이야기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로 기획한 콘텐츠는 '좋아하는 일하면서 사는 사람들의 인터뷰'였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크리에이터, 창작자를 섭외해서 인터뷰한 내용을 오디오 콘텐츠로 들려드리는 것이었죠. 저도 관심이 많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불특정다수에게도 좋은 콘텐츠가 될 것 같아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때마침 정부 지원사업에 오디오 콘텐츠 창작자를 모집하더라고요. 이때다 싶어 열심히 기획한 프로젝트를 지원했습니다. 결과는 탈-락. 1차는 붙을 줄 알았는데 1차부터 탈락했습니다. 이유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저만 좋아하고 신났던 것일까요(정녕 이 콘텐츠를 원하는 사람은 없는 걸까요!)
지원 사업에 떨어지며 조금 고민이 들었습니다. 자비로 게스트를 섭외해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긴 한데, 그렇게 하기에는 최소한의 12편 시리즈의 게스트 섭외 비용과 스케줄을 감당할 수 있을까. 지원 사업이라면 정해진 시간 내에 꼭 해야 하는 마감기한이 있고, 여유로운 제작비를 지원받을 수 있으니 힘을 받아 할 수 있는데 말이죠. 혼자서 하기에는 스튜디오를 빌리고 게스트 섭외 비용을 마련하고 콘텐츠를 제작하기에는 마음의 여유가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지원을 받기 전까지는 당분간 접어두기로 했습니다(포기하지는 않았고요)
그리고 두 번째, DJ줄리의 게스트 출연. 저도 어디 콘텐츠에든 적극적으로 출연할 마음이 있습니다. 물론 마음은 있는데 어디 딱히 불러주는 곳이 없고, 저와 맞는 콘텐츠도 찾아보니 딱히 없었습니다. 지인이 하는 유튜브 채널에 좋아하는 일하며 사는 사람의 인터뷰를 하는데 지원자를 받고 있으니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옳다쿠나! 지원했는데 연락이 없었습니다(여러분도 뭔가를 기다린다면 애타게 기다리지말고 딴짓을 하세요. 그러면 마음이 조금은 편합니다)
세 번째는 아침깨워줄리 게스트 섭외. 어느새 1년 넘게 혼자 아침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1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저 혼자 대본대로 진행해도 조금 짧은 시간이긴 합니다만. 가끔은 오디오가 빌 때 누군가 옆에 있으면 좋겠다, 게스트가 있으면 청취자도 재밌게 보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게스트를 섭외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아침 7시에 라디오 생방송을 하기 위해 출연할 게스트, 누가 있을까 고민도 되었습니다. 바로 옆의 정규 채널에서는 인지도 있는 연예인이 게스트로 출연하긴 했지만요(그곳은 제 채널보다 제작비가 많잖아요!) 그래서 아직까지 혼자서 아침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각'이 안 나온다고 하면 되겠네요.
이야기를 펼쳐놓으니 여태 1인 크리에이터 라디오 DJ줄리가 혼자 해온 이유는 '각이 안 나와서'였습니다. 그렇지만 꾸준히 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온다고 하잖아요. 드디어 올해 연말, 크리에이터와 만나고 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움하하.
우연히 뉴스레터에서 본 알파라운드의 크리에이터 미디어 창업 교육을 신청해 들었습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2시간씩 교육을 듣고, 매주 과제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제게 딱 필요했던 교육이라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필요한 정보를 쏙쏙 받아적었죠. 마지막 과제는 조금 힘이 들었지만 학생 때부터 과제 마감기한은 곧 죽어도 지켰기 때문에 무사히 제출을 했습니다. 그리고 시상식 날, 예상하지 않았던 제게 우수 크리에이터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역시 사람은 기대하지 않으면 더 기쁘게 소식을 받게 됩니다)
바로 어제, 알파라운드에 가서 시상식을 하고 시상 혜택(콜라보 협업 콘텐츠 제작)과 상금에 관해 이야기를 듣고 우수 크리에이터로 선정된 두분과 함께 이야기할 자리가 주어졌습니다. 혼자 콘텐츠를 만들며 겪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고, 한번 얘기를 꺼내니 이야기가 줄줄 연결되어 나오더라고요. 역시 크리에이터가 겪는 고민은 같기도 했고요.
기회가 기회를 만든다고, 이번 교육을 통해 좋은 인연을 맺기도 했고 내년에 할 새로운 활동을 얻기도 했습니다. 내년에도 다양한 크리에이터와 연을 맺고 좋은 활동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혼자 하던 DJ줄리에게 이제 게스트의 기회가 찾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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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게스트 없는 아침 라디오 알람설정해보기
▼ 혼자하는 팟캐스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