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라디오로 직업을 만들었습니다>
제목에는 '독립출판 성공'이라 썼지만 독립출판을 내서 완판해서 성공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정말로 독립출판을 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뜻이죠 (큼큼)
제목을 어떤 문장으로 쓸지 몇 번이고 쓰고 고쳤는데 아무래도 '성공'이라는 단어가 아니고서야 저의 마음을 표현할 단어가 없었습니다. 왜냐면 많은 독립출판 작가들이 그러했듯, 독립출판의 과정은 험난하기 때문이죠. 한 고비, 한 고비를 넘다가 지쳐 '하지 말까' 싶어도 몰아 붙여서 끝끝내 책을 완성해서 제 손에 넣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도입부터 오버를 하면, '대체 무슨 힘든 일이 있었기에 난리야?' 싶을 수 있습니다.
독립출판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퇴사 후 좋아하는 라디오 DJ에 도전해 이른바 '맨땅에 헤딩'하듯 무작정 라디오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고, 라디오 방송을 했습니다. 헤매고 헤매다가 우연찮게 라디오 DJ자리를 얻게 되어 이름을 건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몇 개월 간은 수입도 없고, 반응도 없는 상황에 매일 해나갔던 차에 돈을 받으며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니, 약간 뿌듯함이 생겨 1년이 되었을 때 갑자기 출판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문예창작과 졸업 후 잡지 기자로 일하고 직장에서 글쓰는 역할을 담당해왔던지라 '라디오 크리에이터로 겪은 나의 시행착오 이야기를 에세이를 통해 전하면 어떨까' 싶어 투고를 계획했습니다. 투고하는 방법을 알아봐서 출판기획서와 목차, 일부의 원고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나와 결이 맞는 출판사에 투고를 했죠. 결과는 모두 '거절'이었습니다.
[주신 원고 잘 읽어봤습니다. 좋은 원고지만 저희와는 방향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저희 출판사는 아니더라도 다른 출판사에서는 좋은 연결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10곳에 더 투고를 했습니다. 그래서 총 20곳에서 '거절'의 메시지를 보내왔죠.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왜 거절 당했는지'를 곰곰이 고민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알겠더라고요.
고작 1년차의 시행착오 이야기가 책 한권으로 만들 분량도 아니고, 독자들의 관심을 끌 정도도 아니겠구나. 인기도 인지도도 별로 없는데 혼자 몇 번의 시행착오 이야기가 있다고 책으로 내면 누가 봐줄까 싶었습니다. 깜냥을 알아차리고 출판에 대한 마음을 바로 접었습니다.
그 이후 2년이 더 지나 크리에이터로 일한 지 3년이 되었을 때였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고 매달린 결과, 라디오 크리에이터로 많은 활동을 하게 되었죠. 새로운 팟캐스트 채널을 계약하고, 음악 라디오 DJ로 일하게 되며, 내레이션 성우 일하면서, 오프라인으로 예술 작가 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친한 친구의 소식을 접했습니다. 한 구청에서 진행하는 독립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해 책을 만들게 되었다며, 이제 그 과정 끝에 책을 전시한다고 해서 전시장에 꽃다발을 들고 찾아갔습니다. 독립출판에 많은 지식을 갖고 있던 친구를 통해 독립출판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고 또 프로젝트를 통해 책을 만든 다양한 사람들을 현장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독립출판을 하면 되겠네!'
인기가 있을 때까지 출판사에서 제안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직접 독립출판을 해서 책을 만드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기획하고 원고를 쓰는 것은 책임지고 할 수 있으니, 독립출판을 그리 주저할 것도 없었죠.
"줄리님은 초반에 안 됐을 때, 어떻게 버티셨어요?"
한 청취자는 제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에 도전해 고군분투했을 때, 좌절하고 실패할 때마다 어떻게 꿋꿋하게 해나갔는지. 물론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저 나를 믿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죠. 마음을 다잡고 좋은 미래를 그리며, 하나씩 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꿋꿋하게 마음을 먹어도 눈앞에는 저조한 실적, 미적지근한 반응을 마주하면 또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흔들리는 마음을 잡고 또 잡고 여러 방법을 잡아보며 앞으로 나갔습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요. 아무 것도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은 현실에, 무엇을 믿고 내일도 같은 일을 해나갈 수 있을까요. 글쎄요, 잘 모르겠지만 과거로 돌아간다면 기억이 싸악 잊혀서 똑같이 했겠죠?
아직도 초반의 그 마음과 순간이 생각납니다. 좋아하는 일에 도전하고 고군분투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겪을 과정과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이야기를 읽고 좋아하는 일에 도전하는 사람이 위로와 힘을 얻었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독립출판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독립출판을 준비할 떄는 정부지원사업으로 교육도 받고 지원금도 받고 싶었습니다. 몇 안 되는 독립출판 지원사업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지원해 원하던 지원사업에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나름 이야기를 갖추고 목소리 재능을 살려 종이책에 오디오북도 넣은 독립출판이 개성있다고 생각했는데, 지원사업 심사위원은 그렇게 보지 않았나봅니다. (힝입니다)
처음 지원사업에 떨어졌을 때는 우울하고 또 우울했습니다. 유일하게 독립출판 교육을 해주며 책 만드는 지원금까지 주는 지원사업이었는데, 그게 날라가니 어디 붙잡을 데가 없어 망망대해에 있는 것만 같았죠. 그러다 두 번째로 독립출판 교육을 해주는 프로젝트를 발견해, 그것도 열심히 지원해봤는데 두 번째도 불합격.
연달아 불합격을 받으니 타격이 컸습니다. (그 외에도 그 비슷한 시기에 여러 프로젝트가 다 떨어지며 큰 타격을 입었죠) 야심차게 기획한 나의 독립출판을 자꾸만 거절하니, 뭔가 크게 잘못되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끝을 내자는 마음으로 출판을 진행했는데, 마지막으로 우수출판물 지원사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지막 기회이겠다 싶어, 있는 에너지를 끌어 지원했죠. 결과는 세 번째 불합격.
이쯤되면 세상이 나를 막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여기도 안 돼, 저기도 안 돼, 다 하지 말라고 하니, 혼자만 또 좋아서 하는 일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지원사업을 신청하느라 작업 속도를 올렸더니 출판이 70~80%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라디오를 하면서 주책맞게 청취자에게 '저 독립출판 낼 거예요'라고 말해놔서 안 내기도 뭣했습니다. 진행한 일은 무조건 끝을 내고야 마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세 번의 불합격에도 굴하지 않고 독립출판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래도 좋은 점은 있었습니다. 지원사업에 신청하면서 부랴부랴 빨리 1인 출판사도 등록하고, 책 작업도 빠르게 하다보니 계획대로 책이 만들어졌습니다. 독립출판에 대한 정보가 많은 친구가 옆에서 도와주며 을지로 두성종이에 가서 종이도 같이 보자하여 적극적으로 독립출판을 준비했죠.
출판사를 내고 나니, 나름 책임감도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한 권만 낼 생각이었는데, 출판사가 생기니 큰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앞으로 또 만들지도 모르니...'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어떤 종이로 할 지, 인쇄소는 어디로 할 지, 굿즈는 어떤 것을 할 지, 배송 방법은 어떻게 할 지, 판매는 어디서 할 지, 홍보는 어떻게 할 지. 그래도 하나씩 다 고민해보며 경험하니 모든 정보가 다 내 것이 되어 좋았습니다. 처음만 어렵지 두 번은 어렵지 않으니까요.
우여곡절 끝에 나온 DJ줄리의 직업 에세이 <좋아하는 라디오로 직업을 만들었습니다>가 나왔습니다. 출판에서는 베스트셀러나 완판, 중쇄와 같은 키워드가 성공으로 인식되지만, 개인적으로 제게는 한 권의 책으로 출판이 된 자체만으로 성공한 것 같습니다. 책 내기까지 '태클 아닌 태클'을 많이 받아왔던 터라 출판을 마무리 지은 것만으로도 해방된 느낌(?)입니다.
20곳의 출판사 거절과 3번의 지원사업 불합격도 태클 아닌 태클이었지만, 우연하게 제 라디오를 들어온 한 청취자는 독립출판 이야기를 살짝 듣더니 이런 말을 했습니다. "대충 들어보니 별로 안 팔릴 것 같은데요?"
여튼 여러 상황이 제게 쉽게 독립출판을 내지 못하도록 막는 것 같았지만, 저는 성공했습니다. 내고야 말았죠 (희희)
이 글만 읽어도 저의 성격이 느껴질 겁니다. 끝까지 하고야 마는, 이 성격으로 라디오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은 어떻게 시작하고 하나씩 일을 하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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