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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롱박 Jun 30. 2021

[이 시국에 장막 희곡] 이렇게 가라앉는가?

요롱박의장막희곡6

4월부터 7월까지 장막 희곡을 완성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세웠으나, 계획은 무너지고 연재도 무너지고….

'창작집단 담' 작가들에게 묻는다! <이 시국에 장막 희곡> 프로젝트 이렇게 가라앉는가?




1.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디도 가지 못했다. 역시 이 시국에 장막 희곡을 써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어려운 일이라서 시작한 것이었지만 같은 이유로 나는 도망친다! 도망치는 것은 날개가 없다. 달린 발로 호도도독 도망갈 뿐. 

나의 '클레어'는 사실 덕지덕지 살이 붙고 있었다. 바쁜 일정 중에도 놓치지 않고 보아 왔던 시사고발 프로그램에는 클레어와 비슷한 인문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최근에 본 '강남역 검은 옷 중년 여성' 이 그렇고, 아파트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아래로 내 던지는 여성이나 빌라 주민들에게 살충제를 살포하는 여성이 그랬다. 삶의 어떠한 지점에 큰 산을 만나고 오르지 못해 뒤틀려버린 여성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클레어를 이해하기 위해 시작한 나의 장막 희곡 <꽃은 됐어요>는 그렇게 살이 붙고 다듬어져서 언젠가 선명해질 거라 믿는다. 지금 말고, 언젠가는. 


2. 왜 그곳에 있는가?

고독하지 않아서이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에 글을 쓰게 된다. 생각도 하고 상상도 하고. 때문에 러닝머신 위에서 떠올린 인물과 장면이 참 많았다. 그런데 지난 몇 주 동안은 혼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잠을 자는 시간 외에는 늘 많은 수의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 연극 <그곳이 멀지 않다>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오면 쓸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이 고갈되는 기분이었다. 언젠가부터 일기를 쓰지 않게 된 것도 같은 이유일까?

이제, 공연은 마무리되었고 조금 시간이 생긴 7월이 되었지만 2021년은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다르지 않을 예정이다. 이상하게 일 복이 터지고 삐져나오는 한 해 가 될 듯하다. 그런 이유로 일단 꽃을 거절하지 못한 클레어는 여기 앉혀두고 조금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어설픈 것보다는 안 하는 게 낫잖아? 아니야?


3.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빚을 꼭 갚고 말겠다. <꽃은 됐어요>는 내가 아주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이야기 이기 때문이다. 나는 반드시 클레어를 만들고 그에게 말을 주고 살아가게 해 주고 싶다. 꽃을 전하고 거절당하고 싶다. 그러려면 조금 더 살아야 할 것 같다. 겪고 생각하고 쌓아야지. 그래서 내 안에 이 이야기가 차고 넘쳐흐르는 날이 오면 신나게 써 내려가는 날이 오지 않을까?


2021년의 거창한 프로젝트였던 [이 시국에 장막 희곡]은 여기까지 이지만. 나는 분명 클레어를 만나고 말겠다. 그날이 오면 아주 시끌벅적하게 소문을 내야지. 혹여라도 클레어의 이야기를 기다린 분들이 있다면 오래오래 살아 주시길. 호도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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