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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메로나 May 04. 2024

그것은 그곳에 없었다(7)

목욕탕에 가지 않을꺼야

여전히 적응중이였던 어느 날,

집 바로 앞 목욕탕이 눈에 띄었다

그래, 지역 목욕탕만큼 정감있고 긴장이 풀리는

곳이 있을까? 가보자

목욕바구니를 급조하여 들어가니 목욕탕냄새가

향수를 자극했다

그러나, 샤워를 하고 탕에 가서 앉는 순간

나는 지극히 이방인이였다


아이 야이 보라

육지갔다오더니 얼굴이 달라졌샤

나 이뻐젼? 별거 안핸신디 무사 그추룩

이뻐졌다하맨?


쟈이는 ~

갸이는 ~

영핸 ~

경해서~

?

~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건 이정도 뿐이 였다

분명 탕에 앉아있는데 마치 나만 투명인간이

되어 없어져있는 느낌

나빼고 다 아는 사람인듯한 이 느낌


옷을 어떻게 대충 입고 머리도 젖은채로

나와서 나는 육지가 너무 가고싶었다

눈물이 핑 돌면서 나는 왜 여기에 온거지

하며 서러워졌다


목욕하러 갔을뿐인데 아무도 내게

뭐라한 사람이 없었는데

그렇게 외롭고 쓸쓸하고 울컥하는 슬픈 느낌을

느끼다니

발가벗고 있어선가

옷을 입지 않아서 낯선 저것은 육지것인가

하는 시선을 정통으로 느낀것인가

목욕탕은 이제 가지 않겠어

라고 다짐했다

티셔츠 한장 정도의 방어막도 없이는 도저히

이 낯선 제주를 막아낼 수도 섞일 수도 없었다


일년반이 지난 이 시점,

지금은 잘만 다닌다

하지만 할머님들이 많으신 탕들은 조심할 것

머리에 뜨개모자를 쓰고 들어가는 목욕탕도 있다


그 뜨개모자는 충격이기도 했지만 귀엽기도 했다

몇올 남지 않고 하얗게 날을 밝힌

머리카락을 곱게 넣고

깨끗한 목욕물을 지키려는 할망들에게

한소리 듣지 않으려면 머리카락 떨구지 않으리!


* 할망 ㅡ할머니의 제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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