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데이 쓰리 포인트
내게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는 경유지였다. 유럽이나 아프리카 국가 또는 중동의 다른 나라를 가기 위해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던 곳. 인천에서 목적지까지 직항 노선이 없거나, 경유를 통해 항공요금이 내려갈 때 들르는 도시였다. 당연히 공항 밖으로 나갈 일도 없었다. 시간과 예산이 충분했다면 국적기의 직항을 선택했겠지만, 나의 여정들에는 외항사 경유가 대부분이었고 그중에는 두바이가 많았다.
그리하여 두바이 공항에서 다음 비행기를 기다릴 때면, 언젠가 다음에는 공항 밖으로 나가봐야지 하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마침 다시 두바이공항을 찾을 일이 생겼다. 중동의 다른 나라에서 귀국할 때 경유하게 된 것이다.
일부러 일정을 조정하지 않는 선에서 경유 대기 시간이 가장 긴 비행편을 택했다. 늦은 오후 두바이공항에 내려 다음날 오후에 다시 비행기를 타는 항공편. 대략 20시간 정도가 주어졌다. 가볍게 둘러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주어진 시간이 짧았기에 일정은 타이트하게 잡았다. 많은 것을 담으려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딱 세 곳만 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원데이 쓰리포인트.
-두바이몰/부르즈칼리파
-아라비안 티하우스 레스토랑
-알시프 스타벅스
입국심사대에서 카메라때문에 작은 트러블이 있어 시간을 지체했다. 특이하거나 대단한 카메라도 아닌데, 용도를 꼬치꼬치 묻는다. 중동지역 입국은 오히려 미국보다 더 신경쓰인다. 다행히 큰 문제 없이 통과했고, 저녁식사 시간이 다 되어야 두바이 시내 호텔에 도착했다. 부리나케 체크인하고 곧장 두바이몰로 향했다.
두바이몰은 두바이의 상징 같은 곳이다. 두바이가 지금처럼 이만큼 발전한 배경에는 무역발전, 세금면제, 인프라 구축 등이 있다. 두바이를 중동의 교통, 물류, 관광의 중심으로 만드려는 계획이었다.
수십년 전 두바이가 발전을 이루고자 노력한 데는 아무래도 아부다비 같은 다른 연방, 카타르와 사우디 아라비아 등 인접 국가들보다 석유 매장량이 적은 이유가 있었다. 가까운 미래에 석유만으로 경제가 힘들 것이라는 현실을 인식하고 산업 발전을 이루려는 노력이 있었다.
두바이는 이제 중동의 중심이 됐고, 롤모델이 됐다. 최근 카타르 도하가 엄청난 예산을 들여 산업구조를 다변화하며 발전시키고 있는데, 두바이의 발전상이 그 모델이 됐다. 몇해 전 카타르 월드컵에서 크게 현대화된 이미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거대한 규모의 두바이몰은 차근차근 둘러보면서 간단한 쇼핑을 하면 좋은 곳이다. 아무래도 두바이 최고의 관광지라, 입점 상점들의 물건 가격은 제법 비싸다.
두바이몰 구경의 핵심은 단연 부르즈 칼리파 레이저쇼. 쇼가 아니라도 야외광장에 나가면 눈 앞으로 보이는 부르즈 칼리파와 주변 고층건물들에 둘러싸여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높이 828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서 보여주는 장관은 압도적이다.
다음날 아침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알시프(Al Seef)로 향했다. 이번 두바이 여정에서 제일 기대했던 곳이다. 전통시장 수크를 현대식으로 만든 곳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정돈되고 깨끗해서 로컬 시장 분위기는 다소 덜했다. 젊은 상인들이 한국인임을 구별해 알아보고 우리 말로 인사를 건네지만 호객이 심한편은 아니다.
알시프는 구경거리도 많지만 '스타벅스'가 특히 인기다. 중동 특유의 인테리어가 적목돼 이국적인 분위기를 낸다. 사막 한가운데 있을 것 같은 오아시스의 느낌이랄까. 사진을 찍는 여성들이 많다. 인스타그램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그곳이다.
살짝 늦은 점심식사를 위해 선택한 식당은 아라비안 티하우스였다. 유명한 현지 레스토랑이다. 평일에, 식사시간을 피한 때여서인지 대기 없이 입장했다. 전날 밤 잠들기 전에 후기를 살펴보면서, 이곳에서는 낙타요리를 먹을 작정이었다.
낙타고기 찹 스테이크와 햄버거를 주문했다. 찹스테이크는 부드러운 식감에 소스가 잘 베어 있다. 햄버거 역시 패티가 재료가 낙타라는 것에 생소한 기분만 빼면, 다른 버거와 별반 다르진 않다. 처음 만나는 식재료에 거부감이 들기도 하는데, 우리에게 낯설더라도 현지인에게는 익숙한 것이 대부분이다.
체력과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일부러 경유 항공편을 골라 도시를 여행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장거리 여행을 준비 할때면 머릿속에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경유지에서 스탑오버나 레이오버를 하는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일단 항공편 예약과 결제에서 지르면 된다. 저스트 두 잇. 집으로 가는 길에 어딘가를 들르는 과정은 피곤하고 귀찮다. 경유지에 도착 직전까지 선택을 후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경유여행을 하고 나면, 그런 후회는 금세 사라지고 추억과 보람이 남게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