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리지 않는 매력적인 도시
처음 태국 방콕에 간 것은 2016년이었다. 이후 10년 동안 거의 매년, 때로 일년에 두번 이상 방콕을 가고 있는데 그때마다 주변에서 내게 묻는다. 왜 그렇게 방콕을 좋아하느냐고?
각국의 도시를 다니면서 방콕 만한 도시가 없다는 것을 느껴왔다. 우리 집 냉장고 문짝에 도시 이름이 적힌 마그넷이 늘어날수록, 또 찻장에 스타벅스 씨티컵이 쌓여갈수록, 내가 사랑하는 도시 순위가 뒤바뀌곤 해도 방콕은 변함없이 상위권을 지켜왔다.
방콕을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 봤다. 느낌 같은 것 말고. 일단 한국에서 가깝다. 비행기로 5시간 3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일본이나 중국만큼 가깝진 않다. 하지만 반나절이면 갈 수 있는 위치는 항공요금, 이동피로도, 여행 기간에 대한 부담을 줄인다. 사실 중국도 시안이나 충칭은 꽤 멀다.
방콕은 동남아시아 도시 중에서도 비행편이 많다. 처음 방콕을 다닐 때는 예산을 아끼겠다고 '에어아시아'를 주로 이용했다. 그 당시 대부분의 인천 출발 방콕행 비행기들은 수완나폼 공항으로 향했다. 에어아시아를 타면 방콕 돈므앙 공항에 내려준다.
수완나폼공항이 인천공항이라면, 돈므앙공항은 김포공항이라고 비유할 수 있겠다. 시설이나 규모는 훨씬 나중에 지어진 수완나폼이 더 좋지만, 개인적으로 돈므앙을 선호했다.
돈므앙 공항은 방콕의 북쪽에 있어 도심에 더 가깝다. 방콕 시내를 가기에 이동 시간이 짧다.
나는 방콕 외에 태국 지방 도시도 종종 가는데, 태국 중부나 북부 지방으로 가는 기차를 타는데도 매우 용이했다. 돈므앙 공항은 기차역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꼭 기차가 아니라도 태국 국내선 비행기를 갈아타기에도 유리하다.
방콕은 인프라도 상대적으로 잘 돼 있다.
동남아시아 나라들의 대표 도시를 보면, 베트남 하노이/호치민, 라오스 비엔티안/방비엥, 미얀마 양곤 등이 있다. 아래쪽으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도 있다. 방콕은 이들 도시와 놓고 봤을 때 교통과 숙박에서 최고의 인프라를 갖고 있다. 괜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나라가 아니다. 그만큼 국가적으로 관광에 진심이라는 이야기. 통계를 보면 태국 GDP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이른 때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혼자 여행하더라도 큰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다. 도시 곳곳에는 대형 몰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고층건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야간에는 야시장이나 도심에 사람들로 북적인다. 외곽에는 재래시장이나 외국인은 한명도 볼 수 없는 로컬 마을도 있다.
그리고 방콕은 따뜻하다. 물론 덥다. 그래도 더 남쪽에 있는 쿠알라룸푸르나 싱가포르 보다 낫다. 4계절 열대기후는 몸을 가볍고 더욱 활동적이게 만든다. 방콕의 연중 평균기온은 섭씨 25~30도다. 한창 더울 시기에는 35도 이상 오르고, 습할때는 매우 덥게 느껴진다.
그래도 추운 날씨에 힘들어하느니 차라리 더운 게 좋다고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딱인 도시다. 특히 한겨울에 따뜻한 나라를 가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다. 우기에는 스콜로 인해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내리지만 그것마저 매력이다.
1년 내내 '여름'과 '한여름'인 날씨는 과일과 채소를 비롯한 다양한 식재료 수급도 유리하게 만든다. 일단 식재료 상태가 좋고 그 종류가 다양하니, 맛있는 음식이 많고 질 좋은 레스토랑이 동네마다 있다.
그냥 거리에서 스트리트 푸드를 먹어도 만족스럽다. 뒷골목 노상에서 반찬을 쭉 늘어놓고 뷔페처럼 골라 사 먹는 곳에만 가도 충분히 좋은 맛을 찾을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와 달리 방콕은 루프탑 바도 여럿 있다. 우리나라는 계절성 요인 등으로 루프탑 바를 보기 힘든데, 방콕에는 티츄카와 옥타브를 비롯한 루프탑 바가 50곳 이상 있어서 늦은 오후쯤 바람을 쐬며 여유를 부리기 참 좋다.
초고층 빌딩의 유명 루프탑 바가 아니라도, 짜오프라야 강변 작은 건물 옥상에 있는 카페와 식당도 충분히 근사한 경치를 선사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방콕과 나를 갈라놓는 두 가지가 있다. 환율과 물가. 환율만 올라도 힘든데 방콕의 물가도 오르다 보니 이중고다.
10년 전 1바트에 33원 정도였던 환율은 올해 46원까지 올랐다. 30% 이상 오른 셈이다. 달러나 유로도 비슷하게 올랐다. 원화 가치의 약세로 보인다. 물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나라마다 상황과 정책이 다르고, 국가 간의 복잡한 구조적 차이가 있을 거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내 여행에 중요한 달러와 바트가 계속 오르고 있고, 예전의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물가도 아쉽다. 물가 상승이야 어느 나라든지 막을 수 없지만, 오름폭이 우리나라보다 크게 느껴진다. 10년 전만 해도 방콕 체감 물가는 낮았다. 2010년대 중반만 해도 인천-방콕 노선의 에어아시아 항공 요금은 20만 원대였다. 돈므앙 공항 시절 이야기다.
코로나19 시기를 지나고, 또 태국 경제가 성장하는 가운데 방콕을 찾는 외국인이 꾸준히 늘면서 방콕의 물가 수준도 지속 올랐다고 추정한다.
이제는 체감상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정도다. 환율 오름과 물가 상승을 여행경비에 대입하면, 나 혼자 2박 3일간 드는 총비용이 10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늘어난 거다.
그럼에도 나는 올해 내 여행 도시 리스트에 방콕을 포함시켜 놨다. 지겹게도 갔지만 질리지 않는다. 갈 때마다 새로운 동네와 식당들이 나를 맞는다. 가장 최근의 방콕 여행에서는 미슐랭 빕구르망 식당을 찾아다니는 즐거움을 컨셉으로 했더랬다. 비행기 티켓을 구매해놓고 출국일을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행을 준비하며 이것저것 찾아보는 설렘도 즐겁다. 그곳이 방콕이라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