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 친구가 살고 있다는 것의 즐거움

by 레이다



그곳이 어디든, 여행지에 막역한 지인이 살고 있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다. 오롯이 여행을 즐기면서, 또한 오랜 친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


얼마 전 목포에 다녀왔다. 따뜻한 남쪽의 봄바다가 보고 싶었다. 오래전 첫 차를 샀을 때, 차를 끌고 처음 먼 곳으로 향했던 곳이 목포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에서 가장 먼 도시까지 운전해 가며 열심히 돈을 모아 차를 샀다는 기쁨을 만끽하고 싶었다. 그때도 봄이었다. 신나게 노래를 듣고 부르며 내달렸다. 혼자였음에도 한없이 즐겁던 시간이었다. 수년 전 목포 앞바다에서 마주했던 그 분위기를 다시 느끼고 싶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 다했지. 긴 시간이 지나 다시 찾은 도시는 예상대로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예전 도시의 주요 도로와 포인트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이동했는데, 있어야 할 것은 없어지고 아무것 없는 곳에는 새로운 것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중 해안도로의 정비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목포연안여객터미널에서 북항으로 이어지는 도로인 해안로가 특히 그랬다. 지역주민에게 소개받은 노포 식당과 난전이 있던 곳에 이제는 바다 경치를 자랑하는 오션뷰 카페들이 들어섰다. 가볍게 걷기 좋은 산책로와 자전거길도 놓였다. 스타벅스 해안도로점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목포와 신안을 잇는 관광용 해상 케이블카도 생겼다. 격세지감이다.


목포 도심도 마찬가지. 너무 오랜만에 다시 찾았다는 생각이 들만큼 고층건물과 아파트들이 신도시처럼 나있었다. 구도심이라고 할 수 있는 유달산 인근 지역도 더욱 깨끗하게 바뀌어 있었다. 세월을 이겨내고 남아 있는 상점과 식당이 있어 반가움을 줬다. 예전 유달산 아래 민박집에서 숙박했다. 그쪽에 민박집이 몰려있었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예쁜 외관의 게스트하우스들로 바뀌었고,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행객들이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모습이다.


근처의 '홍어 라면' 식당은 맛집으로 거듭나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당시 목포 여행에서 첫날 늦은 저녁 식사를 위해 찾은 메뉴가 홍어라면이었다. 라면에 홍어가 들어있는 것이 특징. 그보다 국물을 홍어로 우린 것인지 진한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별 생각없이 힘껏 첫 면발을 후루룩 돌이키자마자 기침이 터져 나왔었다.


한입도 하지 못하고 눈물 콧물을 쏟아냈다. 면치기를 포기하고 조심조심 먹었더랬다. 다 먹고 나자 사장님 하는 말이 "서울서 오셨는 갑네, 그걸 다 드셨소"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땀을 한바가지 흘린 뒤였다. 음식을 남길 수는 없었다. 호기심에 찾은 외지 손님들은 잘 먹지 못하고 대부분 남긴다는 사장님의 이야기다.


그래서 일까. 목포가 즐거운 이유는 먹을거리가 많다는 데 있다. 바다가 있으니 해산물이야 말할 것도 없다. 위로는 나주, 아래로는 해남이 있어 좋은 식자재들이 풍부하다. 아무것 첨가하지 않은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은 신선함부터 다르고, 다양한 재료를 조합한 음식들은 맛을 배로 만든다.


목포 사는 친구와 사전 정보 없이 백반집에서 식사를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친구가 살고 있는 동네의 작은 백반식당을 갔다. 미리 찾아본 것도 아니고 제일 먼저 눈에 띈 곳에 들어간 것이다. 친구가 목포에 살고 있다지만, 오래지 않은 데다가 출퇴근이 전부인 녀석의 맛집 정보는 여행객과 별반 다르지 않다. "목포는 그냥 아무 데나 들어가 먹어도 평균 이상은 한다"는 다른 지인의 말을 들은 적 있다.


식당에 들어서 자리에 앉아 벽면에 메뉴판을 바라봤다. 메뉴판에는 '백반' 하나만 적혀 있다. 단일 메뉴다. 서울에는 이런 집이 거의 없는데. 2인분을 주문하고 기다리니 얼마지 않아 테이블이 채워진다. 말이 백반식당이지 한정식 한상이 가득 차려졌다. 생선조림, 생선구이, 제육볶음, 해물된장찌개.. 그 외에도 밑반찬 가짓수만 10개가 넘는다. 개수만 많은 게 아니라 맛도 상당하다. 가격도 나쁘지 않다. 훌륭한 식사 앞에 가성비를 따지는 것이 미안하지만, 이 가격에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다. 친구와 함께 하니 더없이 유쾌한 시간이다.


식사를 하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로 향했다. 옥상 테라스에 있으니 목포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친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목포에 연고가 없다. 나처럼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일을 하며 광주로 가게 됐고, 다시 목포로 옮겼다. 친구가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에게 내 이야기를 했나 보다. 직장 동료는 목포 토박이다. '서울 사는 친구가 목포에 온다는 데 어딜 가면 좋겠느냐'고 묻는 말에, 직장 동료는 어이없다는 듯 '목포에 뭐 볼 게 있다고 오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목포에 볼 게 왜 없어? 일단 바다가 있잖아." 친구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내가 꺼낸 대답이었다. 그러자 친구도 거들었다. "내 말이."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나 같은 서울 사람에게 바다는 동경의 대상이다. 그저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설렘이 된다.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마다 다른 바다 풍경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사실 목포 바다가 해운대, 광안리처럼 엄청난 경관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다소 거친 풍경이지만 색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오랜 기억 속에 좋았던 장면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언제 또 목포에 다시 갈지 모르지만, 목포에서의 추억이 한 장 더 쌓였다.


목포를 떠나기 전 친구의 직장 동료를 만났다. 뭘 좀 봤느냐고 그가 물었다. "바다만 실컷 봤는데 질리지 않더라고요."



매거진의 이전글내가 방콕을 좋아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