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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미 Apr 12. 2024

TV랑 OTT, 무엇이 다를까?

시청 가구가 아닌 구독자 개인의 취향을 찾아서!


주말 저녁, 거실벽 한가운데 텔레비전이 놓여 있고 그 앞에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인기 프로그램을 보던 풍경 기억나시나요? 이제는 과거를 추억하는 드라마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장면이 되었습니다. 가족이라 해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미디어와 콘텐츠를 선택하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이라면 엄마, 아빠와 함께 텔레비전을 시청하자고 하면 아이들이 기뻐하며 달려오겠지만 지금은 귀찮아하거나 굳이 왜 같이 봐야 하냐며 의아해할지도 모릅니다. 부모와 자녀가 여가 시간에 함께 하나의 미디어를 즐기는 일은 그만큼 특별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미디어 이용가구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우리가 미디어를 이용하는 모습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여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미디어의 종류도 예전에 비해 늘어나서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OTT 서비스의 등장을 빼놓을 수 없죠.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매년 실시하는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서도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어요. 2022년 결과를 살펴보면 만 13세 이상 조사대상자 10명 중 7명이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20대는 OTT 서비스 이용률이 96%에 달하고, 10대와 30대도 90%대의 이용률을 보였습니다. 


과연 OTT 서비스는 무엇이길래 단번에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것일까요? OTT는 ‘Over-The-Top’의 약자입니다. 여기서 ‘Top’은 텔레비전에 연결하는 셋톱박스를 말하는데요, 단어 그대로 풀이하면 셋톱박스를 넘어서서 자신이 보고 싶은 영상을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OTT는 인터넷을 통해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TV 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티빙이나 웨이브, 왓챠와 같은 서비스들입니다.


그럼 이들 중 여러분이 가장 자주 이용하는 OTT 서비스는 무엇인가요? 2022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조사했더니 우리나라 미디어 이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OTT 서비스는 유튜브로 나타났습니다. 그다음으로 사람들이 즐겨 찾는 OTT 서비스는 넷플릭스입니다. 그런데 유튜브도 OTT라고요? 이 이야기는 다음 화에서 좀 더 자세하게 얘기할게요. 우선 여러 OTT 서비스 중에서도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많이 이용하는 이유를 묻자, 바로 접근성 때문이라고 답했는데요. 접근성이 높다는 말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기존 영화나 방송 같은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들과 OTT 서비스를 차별 짓는 중요한 특성 또한 접근성인데요. 그럼 OTT의 접근성이 얼마나 남다른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OTT 서비스와 방송의 차별점     


우리가 집이나 영화관에서 영상을 보는 것보다 OTT 서비스에 다가가기가 더 수월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OTT 서비스에 익숙해지기 이전, 우리 생활에서 친숙한 미디어는 단연 TV 방송이었는데요. 그럼 기존의 방송과 OTT 서비스를 하나씩 비교해 볼까요?


우선 OTT 서비스의 특징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인터넷에 연결된 디바이스 가령,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스마트 TV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골라 시청할 수 있죠. 이때 이용자가 선택한 영상은 스트리밍 하거나 다운로드하여 시청할 수 있는데요, 여기서 ‘스트리밍(streaming)’이란 연속해 끊기지 않고 흐른다는 뜻으로, 인터넷에서 영상을 바로 재생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이에 반해 전통적인 방송은 어떤가요? 예전에 우리가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려면 지상파, 케이블 TV, 위성 방송을 연결하기 위해 여러 물리적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그뿐인가요? 각 방송사에서 정한 편성표에 따라 프로그램 송출이 정해지니 특정 방송 시간을 기다려야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에 방송된 드라마 <모래시계>의 일화는 방송가에서 전설처럼 전해지는데요. 당시 드라마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드라마 시작 시간에 맞춰 모두 집으로 돌아가다 보니 거리가 한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퇴근 시계’, ‘귀가 시계’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고 하죠.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려고 굳이 약속을 취소할 필요가 없어졌죠. OTT 서비스가 연결만 된다면, 그곳이 어디든 우리는 곧바로 영상을 소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청 시간에 구애받지도 않습니다. OTT 서비스가 스트리밍 기술을 도입해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이용자들은 이제 영상을 ‘소유’ 하지 않고도 ‘접속’하는 행위만으로 영상을 편리하게 시청할 수 있습니다. 


혹시 ‘온디맨드(On-Demand) 경제’란 말 들어보셨나요? 온디맨드(On-Demand)란  주문형 서비스라는 말로, 내가 원할 때 상품이나 서비스가 찾아오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온디맨드 경제’란 모바일 기술이나 IT 인프라를 통해 소비자의 수요에 즉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활동 전반을 일컫는 말이죠. 온라인상에서 소비자가 주문을 하면 곧바로 문 앞에 음식이 도착하는 배송 서비스나 고객과 택시 기사를 연결해 사용자가 원하는 장소로 차가 바로 제공되는 운송 서비스, 그리고 우리가 주목하는 OTT 서비스도 온디맨드 경제의 대표 사례입니다. OTT가 우리와 가까워질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죠. 


OTT 서비스에서 온디맨드 기능은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영상을 선택하고 그 즉시 시청할 수 있는 방식을 의미하는데요. 특히 이용자가 콘텐츠 내용 중 원하는 지점을 일시 정지할 수 있고 앞뒤로 이동도 가능하며 심지어 재생속도도 조절 가능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런 기능들은 전통적인 방송이나 영화에서는 주지 못한 영상 시청의 주도권을 시청자에게 주는 것을 의미하죠. 이제 이용자들은 편의에 따라 콘텐츠를 통제할 수 있으니 기존 미디어들보다 자율적으로 영상을 소비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OTT 서비스의 중요한 특징을 꼽자면, 이용자 개인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한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방송국에서는 봄과 가을이 가장 바쁜 시기였습니다. 봄, 가을 개편을 앞두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기존 프로그램의 구성을 수정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프로그램 편성을 결정짓는 판단의 기준은 요즘 대중이 좋아하는 아이템이나 이슈는 무엇인가였습니다. 그러니 소수의 관심사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모을 수 있는 한정된 주제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수밖에 없었죠. 


그럼 현재의 OTT 서비스는 어떨까요? 각 OTT 서비스의 메인 화면에만 들어가도 방송국 홈페이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평소 접하지 못한 국가와 문화권의 콘텐츠와 유명한 영화, 드라마, TV 프로그램부터 독립 영화, 웹 시리즈, 다큐멘터리에 이르기까지, 대중에게 생소한 장르와 형식의 영상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용자의 시청 기록, 관심사, 선호도를 분석한 ‘추천 알고리즘(recommendation algorithm)’ 기술을 통해 개인별로 추천하는 영상이 달라집니다. 이용자는 마치 아이스크림을 고르듯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를 반영한 자기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쉽고 빠르게 선택할 수 있죠. 방송과는 다른 OTT 서비스만의 추천 기능은 이용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었습니다. 


결국 OTT 서비스는 이용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영상을 시청할 기기나 시청 방식을 유연하게 고를 수 있게 해 주죠. 방송보다 훨씬 다양한 장르와 언어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중에서 나의 선호에 맞는 콘텐츠를 골라서 눈앞에 펼쳐주니 이용자가 이동성과 편리성이 높은 OTT 서비스에 눈길을 모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요.



(*본 내용은 <<OTT 보는 청소년, 괜찮을까요?>>(김주미, 글이출판)의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알라딘: OTT 보는 청소년, 괜찮을까요? (aladin.co.kr)

 OTT 보는 청소년, 괜찮을까요? | 김주미 - 교보문고 (kyoboboo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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