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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브런치 작가가 운영하는 동네책방입니다!

9년 차 브런치 작가가 책방을 열면 생기는 일

by 김주미


처음부터 이럴 작정은 아니었다!


그저 강의를 하러 길을 나서는 생활이 조금 고단했고, 집에서 홀로 읽고 쓰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혹여 내가 놓친 것은 없는지 두리번거리는 횟수가 늘었다. 내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삶이 아니라 그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면 몸이 편할 것 같았다. 혼자 알고 있기엔 아까운 이야기들을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서로 연결할 수 있다면 타인에게도 이롭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부풀어 오르던 어느 날, 집 앞 골목길에서 7평의 아담한 가게를 만났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하던 자리로 8개월간 방치되어 있어 낡고 지저분했지만 이상하게 눈길이 자꾸 갔다. 무슨 용기가 났는지 가게 유리창에 붙어 있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한 달 뒤 나는 그곳에 동네책방을 차려버렸다.


내 책에서 언젠가 ‘글쓰기 공방’을 차리고 싶다고 쓴 적은 있지만, 동네책방을 열고 싶다는 포부를 그 누구에게도 밝힌 적이 없기에 가족과 지인들은 나의 거침없는 행보에 놀랐다. 가족들은 학교에서 학생을 만나거나 북토크에서 독자를 만나는 것과 책방주인으로서 손님을 맞이하는 일은 천지차이라며 걱정했다. 평소 내가 낯선 이를 만나 소통하는 과정을 얼마나 피곤해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동네책방이 아무리 수익이 잘 나지 않는 사업장이라 해도 자영업자로서 가져야 할 기본 마음가짐과 태도가 있는데, 지인들이 보기엔 경험이 전무한 나의 이력 또한 근심거리였다.


더 미루면 그들의 염려에 내 의지도 꺾일 것 같아, 일단 가게 계약 후 사업자신고부터 했다. 그리곤 오롯이 혼자 힘으로 인테리어를 마치고 책을 입고하고 문을 열었다. 7평의 아담한 동네책방 주인이 된 지 오늘로 두 달째! 아직은 구름 위를 걷듯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을 때가 있다. 다행히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타인일지라도 책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니 두렵기보단 반가움이 앞서고, 비슷한 취향을 발견할 때면 주인과 손님 사이인데도 글벗으로 친해지기 쉬운 듯하다.(물론 여느 책방처럼 책은 사지 않고 사진만 찍거나 책방지기를 곤란에 빠지게 하는 난감한 손님들도 만났다.) 한 달도 채우지 못하고 괜히 시작했다고 투덜 될 줄 알았던 주변인들도 이젠 지지자가 되어 책방주인으로 하루하루 성장하는 나라는 캐릭터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야구장으로 유명한 부산 동래구 사직역 인근에 자리한 동네책방 <읽는 마음>입니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처음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기 시작하던 때가 자주 떠오른다. 방송작가로 꽤 오랜 시간을 보내고 다시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그 어디에도 내가 정착할 자리, 나만의 이야기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허함을 느끼던 시절이었다. 대중을 위한 글, 학회지나 동료 연구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글이 아닌 그저 나를 위로하는 글, 나의 감정과 경험에 의미를 붙이는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그렇게 매주 한 편씩 차곡차곡 글을 써서 올리다 보니,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작품이 선정되기도 하고 여러 출판사로부터 믿기지 않는 출간 제의를 받기도 했다. 누가 읽어줄까라며 의심하고 흔들리며 쓴 글들이 지금은 나의 자존감을 곧추 세워주고 새로운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게 한다.


오늘 꼽아보니 어느덧 브런치스토리의 9년 차 작가가 되었다. 동네책방의 매력은 책방지기가 선택한 책들로 채워진 책장, 그리고 그 책방만의 개성 있는 모임이 아닐까. 책방 오픈 준비를 하며 그래서 책방지기로서 나만이 가진 특징이 무엇일지 꽤 오래 고민했다.


그 결과가 궁금한가? 일단 책방 이름은 ‘읽는 마음’! 읽고 쓰며 나와 타인의 마음에 닿아보는 경험을 준다는 뜻과 읽는 행위로 마음을 돌보고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소망을 담았다. 그리고 책장에서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책은 내가 평소 애정하는 장르인 에세이와 어른을 위한 그림책, 그리고 내 업의 장점을 살린 문해력 책들이다.


문을 연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점점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읽는 마음’만의 모임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브런치 작가 되기’ 쓰기 모임이다. ‘브런치스토리’에 등록된 작가들이 이렇게 많은데도 이 공간에 자기만의 글로 이야기집을 지으면 어떤 기분일까 꿈꾸는 이들이 아직 많다. 9년 전 내가 그러했듯, 모임에 참여한 이들이 서랍 속 일기와 기록을 꺼내고 다듬어 누군가의 공감을 받고 계속 글을 쓸 이유를 찾아 용기를 충전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나는 브런치 작가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장소는 브런치 작가가 운영하는 동네책방이다. 나도, 책방도, ‘브런치스토리‘라는 이 공간도 글쓰기를 향한 열망이라는 작은 불씨들을 모아 서로에게 온기를 나누어 주며 조금 더 나은 존재들이 되기를, 한가한 평일 오후 책방에서 끄적여본다.


부산 사직역 인근 동네책방 <읽는 마음>을 대표하는 모임이 된 글쓰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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