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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윤웅 Aug 14. 2018

불편함을 당연하게 만드는 이케아의 디자인과 마케팅

지갑을 열게 하는 이케아 광명점

이케아가 들어오면 국내 가구업체들이 다 무너질 듯했는데 아직 잘 버티고 있는 듯하다. 가성비 값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케아의 헬메르 6단 서랍장을 구매하기 위해 뒤늦게 이케아 광명점을 찾았다. 다른 것은 눈도 주지 않았다. 조명과 책장 등 평소 구매를 하려고 마음먹은 것들도 있었지만 이 눈을 주면 다른 쪽이 아쉽고 저쪽에 눈길을 주면 당장 사야 할 것을 제대로 살 수 없을 것 같은 이상한 가구의 나라다.


헨젤과 그레텔 동화책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듯 이케아는 지하철 노선도처럼 지금 현재 있는 곳의 위치표시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 표시를 달아 놓았다. 어쨌든 한 번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마지막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 나왔다. 잠깐이면 다 보겠지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 미리 구매할 것들을 알아보고 가지 않는 이상은 뜻하지 않게 카트에 담을 것들이 늘어날 듯싶다. 마음을 주지 않는 게 최선이다. 다음 달 카드 값 걱정 없는 직장이라면 상관없을 일이다.


매장 진입 시 레스토랑이 눈길을 끈다. 충분히 먹고 쇼핑을 하라는 메시지인 듯도 하고 쇼핑을 다 끝내고 와서 먹으라는 메시지인 듯도 싶다. 레스토랑은 패스했다. 다양한 형태의 쇼룸이 마련되어 있고 그 룸에 전시된 각각의 아이템들이 어떻게 어울리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셉트를 찾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제품을 매장 내에서 구매하도록 했다. 좋다.  아예 자기 집처럼 소파에 앉아서 책을 보고 전화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진정한 이케아 마니아인가 싶다.


특정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자발적으로 이용후기를 쓰며 이케아 매장 이용후기를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이케아의 파워인지 아님 나의 직업적인 소명 때문인지 모르겠다. 누가 와서 뭐라고 말을 시키는 직원도 없고 이것저것 들었다 놨다 하면서 점검해보고 구매할 제품은 번호를 찍어 나가면 끝이다. 매장 진입 초기 초저가의 제품, 5천 원짜리 램프가 눈길을 끈다. 몇 개의 제품들은 다른 제품들도 싸게 할인 판매하고 있다는 착각을 갖게 한다. 속지 말아야지.


제품을 들고 쇼핑을 하는 게 아니라 번호만 알아두고 마지막 셀프 서브에 가서 제품을 찾아 바로 계산대로 나가면 되는 쇼핑 코스는 쇼핑객들로 하여금 이상한 기분을 갖게 한다. 뭐랄까? 똑똑함?


-다양한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구매할 수 있다.

-쇼핑 중 말을 시키는 사람이 없다. 내가 말을 하기 전에는.

-앞뒤로 식욕을 자극하는 코너가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진리'를 이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조립형의 경우 쇼핑 카트에 제품을 담고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된다.

-이동 동선을 하나로 해결했다. '진출입로'를 같게 하면서도 부딪히지 않고 다른 길로 빠져나가고 들어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그밖에 또 뭐가?

-마지막 계산하러 나가기 전에 할인 상품을 발견했다. 카트에 넣었다.


레고 블록을 맞추고 자란 소년들에게 새로운 어른들의 놀이터가 되겠다 마음먹은 이케아가 아닌가? 돈이 들지만 실내 분위기를 저렴하게 바꾸고 싶은 DIY족들에게 이케아는 새로운 자극제이다.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고 지갑을 스스로 열도록 하는 브랜드가 얼마나 될까? 어떤 브랜드가 또 그런 일을 해내고 있을까. 브랜드 전문 매거진 B는 다국적 기업들의 브랜드를 선정, 집중 소개한다. 이 잡지에서도 이케라를 다룬 바 있다. 외국에 나가 유학을 한 학생들이 구매하고 써 본 이케아, 이케아는 그렇게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에게 전파되고 결국에는 국내 시장까지 진입을 했다.


살아가면서 누군가 나를 찾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을 하는 가운데 사람들을 열광시키게 하고 찾게 만드는 게 뭘지 생각을 한다. 꼭 나와 일을 해야 만 하는 이유, 다른 업체나 사람이 나타나도 우리와 일을 하고 싶고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이케아를 만나고 이케아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서 삶의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해본다.



"나사가 작은 건가요? 제가 못하는 건가요?"

"저도 잘 안되더라고. 바 달 부분을 위로한 후 드라이버를 순간적으로 돌려보세요."


6개의 서랍을 다 조립을 마쳤는데 바퀴를 달지 못했다. 구멍은 작고 나사 돌귀는 크다. 이유가 뭔가?


"가만두지 않고 이동을 하다 이리저리 옮기다 빠질 수 있어, 그렇다. "

"그런가?"


친절한 상담원이 전화를 받았다. 공감을 표시해주고 위로를 해주었다. 자신도 그 서랍장을 쓰는 데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뭐라고 내가 더 말할 게 없었다. 일단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이 있었다는 것에 위로를 받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천천히 설명을 한다. 전화 상담원이 많은 건지, 아님 상담을 요청할 만큼 어렵지 않게 다 조립을 마쳐서 상담이 원활한 건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통화 시간을 보니 9분 여가 넘었다. 상담원 연결 대기 시간까지 걸려서 그랬는가 보다.


나는 상담을 하고도 아직 바퀴를 달지 않았다. 서랍에 이미 내용물을 넣어둔 상태다. 다 꺼내야 하고 뒤집어서 바퀴를 달아야 할 상황을 미루고 있다.  



나는 다음에 뭘 가져올까 고민 중이다. 일단 바퀴는 달고나서.


바퀴 달기 전까지는 이케아 디자인 관련한 책들도 한 번 더 찾아 읽어 볼 일이다. 이 중에서도 <이케아, 그 신화와 진실>은 한 번 더 꺼내 읽어 볼 일이다. 가물가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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