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은 빛이다

나희덕 시집, <그곳이 멀지 않다>

by 길윤웅



월급 타서 빚 갚고

퇴직금 타서 빚 갚고

그러고도 빚이 남아 있다는 게

오늘은 웬일인지 마음이 놓인다.


빚도 오래 두고 갚다보면

빛이 된다는 걸

우리가 조금이라도 가벼워질 수 있는 건

빚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걸

너는 알겠지,


44쪽, '빚은 빛이다'에서 일부 발췌


경제가 어렵다고 말한다. 지금은 어려운 때라고 정부가 뭔가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한다. IMF 때와 비슷한 모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추가 예산을 편성했는데도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묻는다. 전문가들은 경제상황을 좋게 보지 않고, 시민들은 그런가 보다 하고 마이너스 통장을 언제나 반납하냐고 하소연하면서도 열심히 메꾸며 산다. 반은 은행이 갖고 있는 집을 안고 살면서도 뿌듯한 마음으로 산다. 우리 삶은 빚이다. 빚이 빛이 되는 그런 날은 우리에게 올까. 그날까지 오늘을 또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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