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의 줄 서기
버스 정류장에 화살표 하나가 사람들의 줄 서는 습관을 바꿨다. 사람이 지날 수 없게 빽빽하게 줄을 서면 도대체 길을 다니는 사람은 어디로 뚫고 지나가야 할까. 조그만 틈이라도 발견하면 그 사이로 지나가고 다음 사람도 그 길을 따라 간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공간. 그 빈 공간에 혹 다른 사람이 끼어들지는 않을까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평균 1시간을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이라면 줄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하다. 앉아가는 것과 서서 가는 것의 차이는 너무 크다. 같은 가격을 내고 타지만 고통이 다르다.
합정역 출판단지 가는 버스 정류장에 흰색 페인트로 줄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누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었다. 멀리 앉아 가야 하는 좌석버스. 버스기사가 정류장에서 사면 너도나도 버스 출입문 앞으로 달려들어 서로 타려고 한다. 그러한 모습을 사라지게 한 것은 작은 점선들이었다.
비가 오거나 사람들이 지나며 페인트칠이 벗겨지며 선이 희미해지자 이번에는 좀 더 오래갈 수 있는 방식으로 보도블록에 고무 재질의 점선을 표시했다. 사람이 지나갈 수 있도록, 줄이 이어지고 있으니 안심하고 길을 터주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지나는 사람들이나 이러한 방식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모르는 사람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작은 아디이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은 이런 디자인 컬처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