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큐레이션
음악을 다운로드하여서 들을 일이 없다. 유튜브 스튜디오 재생목록이 좋아하는 분위기를 선택하면 이어서 들려준다.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 어떤 알고리즘으로 재생목록을 만들어주는지 짐작은 하지만 정확하게 알 길은 없다.
수많은 콘텐츠들이 경쟁하듯 밀려 나온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노출이 되고, 많이 읽히기를 바라지만 글의 완성도나 연관성, 관심도가 없다면 상승 기록을 가질 수 없다. 유튜브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으면 조회수가 없는 영상이 적지 않다. 공공기관에서 만든 것은 비용을 적지 않게 들여 만들었을 텐데 조회수가 없다.
노출 경쟁이 필요한 유튜브에서 그냥 올려두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가 될까 고민하고 만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전진하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알고리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제작과 관리를 직접 하지 않고 위탁업체를 통해서 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보 소비자를 위한 콘텐츠 생산자의 세밀함이 필요하다. 큐레이터가 미술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 재생목록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좀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다. 다양한 정보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찾는 카테고리 타이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일단 걸리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큐레이션의 시대>를 쓴 사사키 도시나오는 이 책에서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결을 중심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보를 다루는 존재라는 넓은 의미로 큐레이터를 정의한다.
안경점의 미래는 어떨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안경점 내부 인테리어를 생각해보자. 안경점 분위기가 어떤가. 그 수많은 안경 가운데 내게 맞는 안경테를 찾는 일이 쉬운가. 직접 써보지 않아도 자신의 얼굴에 맞는 다양한 안경테를 선택하고, 알의 색상을 넣으면서 바로 제작될 수 있지 않은가. 기존에 만들어진 테를 고르고 거기에 도수를 맞혀 안경을 제작한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안경테를 카테고리 화하여 선택하도록 해준다면 색다른 안경점을 만들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젠틀몬스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안경점이라는 뻔한 상식을 벗어버리고 색다름을 입혔다. 독특한 공간 창출을 통해 안경의 격을 그냥 그런 것에서 한 차원 더 높게 남다름을 끌어올렸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뻔한 것을 색다르게 만드는 것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을 색다르게 포장하는 것, 콘텐츠의 생명력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유튜브 재생목록이다. 독특함에서 승부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