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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을 벗는 밤
by
살라
Dec 12. 2024
껍질을 벗는 밤
단단한 집이 있었다
몸을 감싸는 갑옷, 감옥
숨이 막혀올 때마다
가재의 심장이 떨었다
껍질을 벗는다는 건,
자신의 살을 찢는 일
고요한 물살 아래서도
벗겨지는 살갗은 베이는 고통
낡은 껍질이 뜯겨져 나가는 순간
연약한 속살은 모든 것에 찔린다
탈피를 앞둔 밤은 길고 어둡다
부드러운 물살마저 적으로 보이는
날카로운 밤
몸을 숨길 곳은 어디에도 없고
달빛마저 차갑게 비웃는 밤
껍질 안에 계속 머물까?
아니, 아니
결국 가재는 숨이 가빠지고,
스스로의 무게에 눌려 죽어갈 것이다
껍질을 벗어볼까
그래, 그래
벗어나는 고통으로 죽을지언정
이겨내기만 하면
또 한 번의 태어남이 기다리고 있으니
해보자, 해보자
몸을 감싼 허물을 벗어 내는 순간
가재는 비로소 물살과 맞선다
더 크고 단단한 껍질이 자라난다
영생을 살 수 있는 바닷가재의 세포의 비밀엔 텔로머라아제라는 효소가 있어서란 연구발표를 최근에 알고 탈피하며, 더 강해지면서도 영생을 살 수 있는 가재가 대단해 보였어요.
탈피의 스트레스가 죽는 원인이래요.
아니면 잡아먹히거나.
둘 중 하나라고 해요.
자연노화로 죽는 게 아니라는 생명이 있다는 게
너무 멋있다고 생각하면서 써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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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
가재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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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오는 봄처럼 삽니다. '시'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시도 쓰고, 열정 학부모로 겪었던 이야기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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