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연지기를 함양하다.
아침이다. 시계를 보니 아침 6시다. 그렇다면 몽골시간으로 5시인데 벌써부터 커튼 사이로 밝은 빛줄기 들어온다. 문을 열고 나가보았다. 산 넘어 하늘 저편에는 새털구름이 두둥실이고 그 사이로 강한 햇살이 기를 쓰며 나오려 한다. 일행 중 1인은 과음한 탓에 보데끼는 모습 역력하다. 전일에 보드카를 그토록 마셔대고 2회에 걸쳐 토를 하였으니 당연할 것이다. 또 다른 룸메이트는 목소리 쩌렁쩌렁하다. 옆 게르에서는 화기애애한 대화 소리가 이곳까지 들려온다. 마실 순방차 왔다리 갔다리하는 분주한 친구들 덕에 생기는 더하여지고 이렇게 오늘도 우리는 희망찬 하루를 시작한다.
날씨는 화창하다. 그럼?? 어제의 폭풍우는 뭐였지?? 마치 지구의 종말과 같은 분위기에 지옥문이 열리는 듯 했는데....거참 신비하다. 몽골은 이처럼 예측불가의 돌발변수의 기상상태가 자주 일어나곤 하다. 지대가 높아서 그런지 왜 그런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어제의 공포심과는 별도로 표정들 보아하니 매우 밝다. 이 정도면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오를 수 있겠다. 캠프 옆으로 보이는 열트산에 오르기로 하였다. 열트산은 그다지 높지 않은 산으로 정상에 오르면 군데군데 핀 야생화가 매혹적이며 대초원이 시원하게 펼쳐져있는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이 아름다운 산을 오른다. 산을 오르는 내내 각기 표정들 의기양양하다. 첫 고개에 다다른 무렵 괴로움 호소하는 이들 나온다. 테를지 트레킹 코스 중에서 완만한 코스인데도 말이다. 그래도 해발 몇십 미터에 익숙해있는 한국인들에게 해발 1700미터 고산지대를 걷기에는 숨이 헉헉 막힐 것이다. 몽골 첫 경험자에게는 더더욱이 숨이 가쁠 것이다. 이 멋진 산을 온전히 즐기려면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으로 올라야 한다. 오오.. 열트산이다. 지천이 야생화이고 밟히는 풀에서는 약초향이 진동한다. 오르기에 급급한 숨 가쁜 이들에게 이 아름다운 자연이 눈에 제대로 들어올련지 모르겠다. 헉헉거리는 일행과 상관없이 수도 없이 많이 올라와본 나에게는 여유가 넘친다. 오늘도 청록색에 박혀있는 야생화를 만끽할 수 있는 나는 행복 가득이다. 최고봉 직전의 봉우리에서 일행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쉬고 있는 모두들 앞에서 시 한수 읊어주고 다시 걸음을 보챈다. 저 멀리로는 한국과는 확연히 다른 규모의 웅장한 기암괴석들이 즐비하고 바위를 에워싸는 수목군들과의 조화는 표현 불가의 자연걸작이다. 이러한 대자연에서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면 동물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은 인기척 없는 저기 숲 속으로 들어가면 야생 동물의 맹금류도 포유류도 볼 수 있다. 동물들이 인간에 대한 경계로 길가에서는 자취를 감추었을 뿐이다. 최근 관광객이 많이 늘어나면서 그들의 스트레스는 더욱 심화되었을 것이다. 평화로운 그들의 공간에 인간은 침입자인 셈이다. 테를지 동물군께 죄송한 마음 실어 사과를 한다. 미안합니다~. 정상에 오르자 늑대 동상이 반긴다. 하늘 향하여 하울링 하는 자세의 늑대 동상에 한국에서 온 아줌마부대 관광객이 몰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물론 그들에게는 여행에 감칠맛 더하여주는 유쾌한 수다도 함께한다. 어느새 우리 일행들 한국 아줌마들과 뒤섞이어 사진도 찍어주고 하면서 친밀함 과시한다. 어렸을 때 여자 앞에서 말 한마디도 못했던 친구도 아줌마들과 뭐라 뭐라 대화를 나눈다. 이제는 나이 먹더니 이성과 대화도 거리낌이 없다. 세월이란 것이 참 그렇구나.... 격세지감이다. 친구들 모두 빼어난 자연 풍경에 이구동성으로 감탄사 연발한다. 이제 우리는 정상을 찍었기에 하산을 하여야 한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이곳까지 올라왔다가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 우리는 시작점부터 반원을 그리며 돌았기에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즐기수 있었다. 친구들이여 이 아름다운 풍광 부디 쉬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나니... 그렇게 열트산을 만끽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게르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양갈비다. 식당 게르에 일행들 속속히 모여들고 양갈비를 뜯었다. 다행히 모두가 맛에 감동한다. 진짜로 맛있다. 식사가 끝나고 또다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테를지는 게르에서 쉬는 것도 여행이다. 게르 주변으로 펼쳐진 풍경이 정말로 예술이기 때문에 자연 예술을 감상하면서 쉴 수 있다. 게르 데크에서 앉아 저 멀리까지 바라볼 수 있는 캠프 주변 풍경은 정말로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