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전 국제아트쇼에 다녀왔다. (이렇게 글을 올릴 줄 알았다면, 사진 한 장 찍어오는 건데.. 아쉽다) 오랜만에 그림들을 보면서 다양한 색감에 마음이 느슨해지고, 타인이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에 공감 혹은 공감하지 못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림들 옆에 붙은 작은 메모지에 적힌 가격을 보며, 잠시 멈칫하기도 했다. 비싸다고 생각하면 비싸기도 하고, 싸다고 생각하면 싸기도 한 가격이다. 무엇으로 기준을 삼아야 할지 모르겠으니.
작가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싸다고 하겠지만, 그림 하나에 가방값을 훌쩍 넘고, 가족 여행 비용마저 훌쩍 넘는 가격도 있으니 내 기준에선 그리 싸지 않았다.
저렴한 선으로 30만원 혹은 50만원이라고 해보자. 그 돈으로 그림을 하나 사서 집에 걸어놓을 수 있다. 거실에 멋지게 딱 걸고 싶지만, 저 가격으로는 캔버스의 크기가 작아서 거실은 좀 그렇고, 아이방 벽면에 걸거나 어디 좀 널따랗지 않은 곳에 두어야 할 것 하다.
그렇다면 그 돈으로 옷을 하나 사거나, 그릇이나 냄비 같은 주방용품을 사는 게 더 실용적이지 않을까. 그림과 그릇은 처음부터 비교를 할 수 없는 것임에도 내 머릿속에선 선뜻 그림에 손을 들어주지 못했다. 그저 그 돈으로 다른 무엇을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다른 물건에 마음이 갔다.
그래서 지갑을 열 생각은 애초에 없었지만, 그래도 지나가면서 ‘아, 저 그림은 하나 걸어두고 싶다.’ ‘저건 집에 두면 너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곤 역시나 출구를 나서자마자 그림 따윈 깡그리 잊었다. 눈부신 햇빛에 눈을 살짝 찡그리고, 등으론 내리쬐는 따뜻한 햇살을 느끼며 차로 향했다. 차에 타서는 때아닌 에어컨을 틀고, 점심은 무얼 먹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같이 갔던 언니와 밥을 먹고, 가을길을 산책했다. 유독 날이 좋았던 이른 오후, 동네의 가로수인데도 관광잡지의 한 컷으로 써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단풍을 보면서 그림과는 전혀 상관없는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그중 마음에 들었던 작가의 팸플릿을 테이블 위에 던져두고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문득... 오늘 아침 그 그림이 생각났다. 그 그림이 거실에 걸려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파 위 텅 빈 공간을 보면서, 어제 보았던 그 그림을 마음대로 툭 걸어놓고 상상했다. 그리고 마치 있는 것처럼 빤히 바라보았다.
저기 그 그림이 있다면... 그래서 보고 싶을 때 가만히 서서 계속 볼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는 생각. 괜히 마음이 따뜻해지고, 나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창밖으로 비가 내려서일까. 빗방울이 주는 말랑말랑한 감정이 감성을 끌어내서일까.
그림이 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