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그리고 마왕.

by 허니모카

신해철의 유고집을 읽었다. 얇지 않은 두께였는데, 술술 잘 읽혔다. 생존에 그가 하던 말투 그대로여서 괜히 반갑고,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거의 다 읽고 뒤에 몇 장만 남은 상태였는데, 그를 기억하는 다른 사람들의 편지 혹은 추모글이었다. 이것도 큰 감흥 없이 후다닥 넘겼는데, ‘철이에게’로 시작하는 그의 어머니 편지에선 그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둘째는 아침을 먹고 나서, 바로 유치원에 가지 않는다. 시간상 바로 씻고 나가야 유치원 등원 시간에 맞는데, 늘 20-30분은 놀다가 마지못해 씻고 나간다. 이 날도 가자고 했는데, 잠깐만.. 이러면서 “과자 한 개만 먹고..” “색종이 한 번만 접고..” 하면서 핑계가 이어졌다. 그래서 과자를 먹는 중에 난 읽다만 책을 펼쳤다.


그게 바로 신해철의 유고집이었다. 몇 줄 만에 그만 울컥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갑자기 코끝이 시큰해지는 느낌이어서 그만 책을 덮어버렸다. 읽고 싶었지만, 끝까지 다 읽다간 빨개진 코로 유치원에 가야 할지도 몰랐다. 그러면 유치원 선생님이 무슨 일인지 물을 테고, “아침에 책을 봤는데 너무 슬퍼서요.”라고 하기엔 좀 난처하고 웃긴 상황이 될 것 같아서였다.


등원을 마치고 돌아와 마저 읽었는데, 예상대로 눈물이 뚝뚝. 내가 그 또래의 아이들을 둔 엄마이기 때문일까. 자식에 대한 심정이 뭔지 알기 때문일까. 그 글귀가 가슴에 콕 박힌다. 아들을 그리워하는 엄마의 심정이 어떨지 정확히는 알 수 없겠지만, 그나마 짐작은 할 수 있기에 그런 걸까.



난 신파는 좋아하지 않는다. 신과 함께1을 보면서 펑펑 울었지만, “어떻게 안 울어. 근데 신파는 싫어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근데 저 글은 진심이기에 그대로 다가왔다. 진정성 있는 글이란 게 이런 거겠구나 싶은 느낌이었다. 신해철은 어머니를 닮아 글을 잘 쓰나 보다. 책에도 자신의 음악적 감수성과 사고의 탄력성은 어머니에게서 온 거라고 쓰여있던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책을 읽고 나선 잠깐이지만, 못 들어본 그의 음악이 뭔지 찾아보고 듣기도 했고, 좋아했던 노래를 찾아보기도 했다. 누군가를 기억하기에 이 가을은 꽤 적당한 온도를 가지고 있다. 한동안 낙엽이 뒹구는 걸 볼 때마다 글귀가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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