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카버,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책 속에서 마주한 나 _ 21

by 뉴우바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제목 그대로, 거대한 슬픔 앞에서 우리를 간신히 붙잡아 주는 '사소한 위로의 힘'을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타인의 고통 앞에서 우리는 종종 망설입니다.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막연하고, 침묵마저 무책임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더 조심스러운 건, 내 아픔에 갇힌 나머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해, 도리어 상처를 남기는 순간입니다.


카버는 이 이야기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보다 '어떤 태도로 곁에 설 것인가'를 묵직하게 묻습니다. 거창한 문장 대신, 아주 작은 온기와 다정한 손길이 절망의 한복판에서 사람을 다시 삶쪽으로 데려올 수 있음을 조용히 보여줍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 건네는 위로는 화려하지 않지만, 이상하게 오래 남습니다.


소설 줄거리


앤 와이스는 아들 스코티의 여덟 살 생일 파티를 위해 케이크를 주문합니다. 평범하고 기분 좋은 준비였죠. 그러나 생일날 아들은 뺑소니 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 갑니다. 의사는 뇌진탕과 두개골 금이 갔지만 모든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며, 곧 나아질거라고 부모를 안심시키려 합니다. 하지만 앤과 남편 하워드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에 사로잡혀 일도 집도 제쳐 둔 채 병실에 매달리듯 머뭅니다.


잠시라도 바깥 공기를 쐬고 오라는 남편의 권유로 앤이 병실을 나섰을 때, 그녀는 아무 잘못 없는 아이가 칼에 찔려 수술실 앞을 서성이던 다른 부모를 만납니다. 막막함과 억울함을 그들에게서 그대로 보게 되지요. 그러나 이내 그 아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앤의 불안은 더 깊어져요. "우리 아이도 저렇게 되는 건 아닐까"하는 공포가 이제는 숨을 쉴 틈도 주지 않습니다.


수요일, 마침내 아들이 눈을 뜨는 순간이 찾아오지만, 그 기적 같은 틈은 너무 짧습니다. 스코티는 이내 숨을 멈추고, 부모는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다는 허무함과 죄책감 속에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때까지도 빵집에서는 생일 케이크를 찾으라는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결국 부부는 분노와 슬픔을 안고 빵집을 찾아갑니다. "아이가 뺑소니로 죽었는데, 케이크가 그렇게도 중요했냐"고 따지는 그 말 속에는, 세상이 우리 아이의 죽음 따위는 모른 채 자기 할 일만 계속하는 것 같다는 서늘한 감정이 섞여 있습니다.


하지만 빵집 주인 역시 자신의 자리에서 하루를 버티는 또 다른 인간일 뿐입니다. 그는 자식이 없어 그 심정을 다 알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아이들의 생일 케이크를 만드는 마음을 조심스레 털어놓습니다. 그리고 어색한 사과 대신, 갓 구운 롤케이크를 내밀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예요" 위로라는 말 대신 건네진 것은 따뜻한 빵 그리고 그들과 같은 밤을 함께 보내주는 한 사람의 존재입니다. 앤은 배가 고픈지도 모른 채 롤케이크를 연달아 먹으며, 비어 있던 몸과 마음이 아주 조금씩 채워주는 감각을 느낍니다.


레이먼드 카버 위로의 방식


'별것 아닌 것'은 빵 몇 조각이지만, 레이먼드 카버가 말하는 '도움'은 단순한 음식이 아닙니다. 아이를 잃은 부모에게 세상이 해줄 수 있는 거창한 구제는 없습니다. 다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함께 버텨 주는 타인의 온기, 뜨거운 커피 한 잔, 속을 채워주는 빵처럼 아주 작은 것들이 절망의 끝에서 사람을 다시 현실로 붙잡아 줍니다.


레이먼드 카버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소설 줄거리를 통해, 삶은 때론 잔혹하게 우리를 무너뜨리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서로에게 건넬 수 있는 건 이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분명 도움이 되는' 사소한 위로의 힘과 손길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 줍니다.


토요일 연재
이전 19화깃털들, 대성당 같은 구조 다른 결말을 가진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