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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넷 Dec 14. 2023

나이의 환상, 삶의 지혜

6살도, 36살도, 60살도 모르는 것. 인생

13년. 100개 이상의 앨범, 200개 이상의 수록곡. 6살도, 36살도, 60살도 되어도 모르는 것, 인생

6살도, 36살도, 60살도 되어도 모르는 것, 인생

가수 윤종신이 지난 2014년 10월부터 전개해 온 [월간 윤종신]이 쌓아온 숫자다. 기록이라는 단어를 붙이기 조심스러운 것은, 아직 한창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뷰를 통해 이미 발표한 곡들은 '똥'이고 아직 세상밖에 나오지 않은 곡들이 '보석'이라 밝힌 만큼, 월간 윤종신이 기록으로 남는 것은 먼 이야기일 듯하다.  


그런 그의 곡 중, [나이]를 들었다. [나이] 시리즈라 하면, 아이유의 스물셋, 스물다섯 정도가 떠오르는 멜론 탑 100 수준의 대중적인 나에게 이 노래는 생소하다. 특히나 플레이리스트는 [노동요] 뿐인 나에게 월간 윤종신 [나이]는 생소함을 넘어 생경한 경험이다. 가사를 음미하게 되고 노래만을 듣는 경험은 어언 10년 전인 것 같다. 


노래는 '나이'가 안겨주는 지혜로 시작된다. '안 되는 걸 알고, 되는 걸 아는 거' 이것은 세월에게서 배우는 것이라 한다. 재미있다. 즐겨 듣던 아이유의 팔레트에서 그녀도 말했다. '나 이제 좀 알 것 같아.' 


흔히들 많이 하는 말이니,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알게 될 거라는 것... 어찌 보면 그 또한 판타지가 아닐까 싶더라.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될 거라는 자위, 지나 보면 이해할 거라는 바람들이 '나이가 안겨주는 지혜'라는 허상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지금의 혼란이 언젠가는 해소될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말이다.


스물여섯의 나도, 서른여섯의 나도 여전히 헤맨다. 아니, 더 세차게 헤맨다고 보는 게 맞다. 고민의 영역은 넓어지고, 한계의 지점은 높아져서 망망대해 속에서 헤엄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고민의 해답이 미치는 여파는 가족, 동료, 부모 등 커져버린 내 역할로 인해 나뿐만 아닌 소중한 사람에게까지 뻗어나간다. 삶의 내비게이션이 있으면 좋겠다는 한숨과 함께 일단은 발을 내딛도록 몰아붙이는 상황들 속에서 '나이가 주는 지혜'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암흑 속을 걸어 나가게 하는 신기루만 같다.


언젠가 배우 윤여정이 말했다. '60이 되어도 인생을 모른다'라고. 솔직 담백한 그녀답다. 사실은 결국 모른다는 걸 인정하는 게 나이 들어가는 것 아닐까. 인정할 수 있고, 알지 못하는 것에 의연해질 수 있는 태도가 있어빌리티는  없을지언정 겸허한 결말일 것이다. 우리는 아직 모르면 불안해하고, 인정해야만 하면 화가 나고야 마는 어른이니까.


벌써 보름 가량을 24년 미션을 고민 중이다. 본격적인 삼십 대 후반에 들어드는 지금.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해 우울감이 샘솟던 오늘. 나이가 주는 환상에 기대었다가 이따금 스스로 의연해지기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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