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태풍과 해일에 바닷속 고요함이 뒤집어진듯
쓰기 시작한 나의 내면이 그러하다.
뭐라도 쓰는 사람의 시선은
매몰차게 돌아선 사랑처럼 완전 달라져 있다.
나의 시선 또한 그러하다.
일상 모두가 글감이 되는 신기한 매일.
내게 있어 한창때의 무한도전만큼 재미있는 내 글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음을 알기에, 지인에게 선뜻 권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새벽까지 노트북을 두드리며 내가 낳은 나의 글들을 "내가 낳았어요~ 내가 내가"
인정받고 싶어서 근질근질한다.
민폐를 끼쳐도 되는 가까운 사이.
남편에게 글을 들고 간다.
머리를 쓰다듬어 줄 손을 기다리는 강아지의 마음으로
다이돌핀의 분비를 준비 중이던 나는
남편의 한마디에 아수라가 된다.
-다이돌핀: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로 기쁨 감동 보상등과 관련 있다. 이 호르몬이 분비될 때 쾌락과 기쁨을 느끼게 된다.
-아수라: 싸움을 자주 하는 나쁜 귀신을 의미한다.
"여보, 이거 내가 어제 새벽 4시까지 쓴 거거든
좀 재미있게 잘 쓴 거 같은데 읽어봐 줄래?"
내 글이 펼쳐져있는 휴대폰을 받아 들며,
" 어 그런데 나는 뭐 이런 남의 얘기는 별로 재미가.."
재미가 뭐?
말의 뉘앙스가 재미가 몹시 있다.
이런 흐름은 아닌듯하여
말의 서술어까지는 듣지도 않고 잘라먹는다.
"남의 얘기가 아니라 오빠 마누라랑 오빠 새끼들 얘기자나(욕한 거 절대 아님, 강한부정은 긍정 아무튼 그것도 아님)
영화의 클리셰처럼 극의 재미를 위해서는 악역이 필요한 법. 그게 바로 여보 너야. 대신 입체적 악역으로 비치게 할게. 그런 거 알지? 그냥 나쁜 놈은 아니고 작가가 그래도 애정을 가지고 그려내는 악역 뭐 그런 거.
그래도
"잘 적었네."
한마디 듣고
인정욕구를 채웠으니 목적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