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청소년문화원에서 뷰티기반 자아건강프로그램 교육을 하기로 했다. 총 10회차의 교육이다. 개강하기 전 강의를 맡은 강사들이 다같이 모이기로 했다. 그런데 지난 주, 전화가 왔다. 나만 일단 따로 보자는 거였다.
어제 약속을 잡고 관장님을 뵈러 갔다. 2층건물로 되어있는 청소년문화원은 낡은 건물에 위치하고 있었다. 건너편에 새로 짓는 큰 새 건물로 이전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2시 약속이었는데 주변에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을 것 같아 일찍 나섰다. 다행히 5분 거리에 주차를 하고 도착했다.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이른 시간이었다.
30분간 앉아서 청소년문화원의 시설을 살펴보았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농구게임대가 있고, 사무실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을만한 포켓볼대도 있었다. 그리고 디퓨저를 만들 수 있는 재료가 있어 언제든 원하면 청소년들이 체험을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한쪽에는 책장이 여러 대 놓여있었다. 책장에는 청소년들이 흥미있을 법한 책부터 만화책, 보드게임이 꽂혀 있었다. 사무실에는 나에게 전화를 하셨던 남자 청소년지도사님과 다른 여자 분이 앉아 계셨다. 20분쯤 지나 다른 남자 직원분이 들어오셨다. 직원은 총 3분인 것 같았다.
2시 정각이 되자 관장님이 오셨다. 나는 관장님 방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관장님은 일단 내가 낸 강의계획서의 내용이 생소하여 궁금하다고 하셨다. 뷰티와 리더십프로그램의 융합. 나는 융합학과를 나왔다. 지도교수님은 경영 리더십, 심리가 전문분야시다. 뷰티와 리더십, 심리를 융합한 신체리더십 프로그램.
나는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드렸다. 관장님은 의도는 참 좋다고 하셨다. 다만, 학생들에게 화장을 가르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교육부 방침이 화장을 하지 말라는 것이기에 화장을 가르치는 것은 안 좋을 거 같다고 말씀하셨다. 과거 학교에 근무하실 때, 화장품 회사를 초청해 강의를 들었는데 화장품회사에서 화장품 풀세트를 가져왔다고 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기초화장을 가르쳤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그 학교 교장선생님께서 화를 내시며 학생들에게 왜 화장하는 것을 가르치냐고 했던 부정적인 경험이 있다고 하셨다.
현실과 교육정책의 괴리감. 현실에서는 여학생들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화장을 한다. 아이들은 친구와 만나면 이니스프리나 페이스샵 등의 화장품샵에 들어가 화장품을 발라보고 구경하는 것을 놀이로 여긴다. 이미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은 화장을 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가.
단순히 하지말라고 한다고 아이들이 화장을 그만둘까?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화장을 하는 것일까? 관장님에게 좀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남자들이 이른바 왕따 당하지 않으려 담배를 억지로 피우는 것처럼, 여자아이들도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화장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왜 아이들이 이른 나이부터 화장을 하는지 그 원인을 알아내고 거기서부터 출발하면 되지 않을까?
아이들의 반항은 어른들의 무조건 하지말라는 강압에서 시작하지 않나? 아이들이 건강한 방식으로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자신의 신체를 잘 가꾸는 좋은 습관을 들이게 하는 것.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그것을 통해 자신의 신체 리더십 능력을 길러서 앞으로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의 신체관리를 건강하게 결정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주는 것.
관장님은 본인의 부정적 경험에 의한 걱정과 나의 강의 계획서의 생소함에 나를 부르신 것 같다. 나에게 이 분야를 개척하는 거라고 하셨다. 관장님의 연륜과 지혜, 그리고 전문적인 의견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는 뷰티와 프로그램 전문가지만 관장님은 청소년 전문가이니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관장님꼐 정말 감사드린다. 누군가와의 대화를 통해 지혜를 얻게 될 때 너무 좋아 무릎을 탁 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