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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차니피디 Mar 04. 2021

육아휴직 정리와 복직 준비-3 내 인생은 벤츠같은 벤처

육아휴직을 돌아봅니다

2021.2.26(금) 내 인생은 벤츠다.


어제 인사팀에서 전화가 왔다. 오늘 총장님과 오찬을 예정하고 있는데 괜찮은지 물었다. 뜻밖의 제안에 조금 망설였다. 인사팀장과 기획팀장도 배석한다는 말에 더 망설였다. 초청을 거절하는 게 예의가 아니지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생각하다 보니 약속 시간이 다 되었다.


오전에 이윤서 작가의 '목적 있는 독서모임'에 게스트로 초청받아 줌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총장님과 점심 약속 고민을 잊을 만큼 웃었다. 내 책을 읽은 분들이라서 친근하게 느껴졌다. 어느 남자 회원은 일주일간 <아내수업>을 읽고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더 생겼다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금요일 오전에 독서모임을 하는 호사도 휴직일 때나 가능하다. 좋은 추억이 되겠다. 책으로 사람들과 만나는 즐거움을 알게 되어 감사하다. 줌으로 내가 만난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 어림잡아 1천 명은 되겠다.


총장님과 1년 만에 만났다. 휴직 전에 면담은 도피하듯 내 건강을 위해서 그 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걱정과 격려를 위해 나를 불러주셨지만 조직에 대한 불만과 불안으로 가득했던 나 자신이 폭파할 듯했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빠르다냐... 진짜 후회 없이 휴직을 보내려고 부지런히 시간을 보내 아쉬움은 없지만,, 다시 일터로 가려니 기대와 걱정이 공존한다. 그 마음을 아시는지 총장님은 건강은 어떤지, 가족은 어떤지 물으시며 격려와 당부도 하셨다. 풍운아라는 말, 역마살이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한 직장에서 편하게 일하면 어땠을까? 인생의 절반을 살았으니 되돌릴 수도 없지만, 남은 시간은 이런 경험을 사회에 나누는 영향력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 진다.  


오찬을 마치고 파견 갈 회사에도 가보았다. 3.1절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 오후라서 사무실이 한산하다. 최정우 회장님, 박영선 장관님, 송호근 교수님이 다녀간 흔적이 사무실 앞에 보였다. 사람의 운명이 누군가는 세계적 기업의 최고 책임자, 국가 행정부의 책임자, 최고 인재를 가르치는 교수로 만들었다. 나는 어떤 운명일까? 문득 이들처럼 나도 어딘가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열망이 솟구쳤다.


"인생은 벤처, 벤처는 한국 문명!"

맞다 내 인생도 벤처였다.

벤처는 도전 아닐까?

근사한 벤츠같은 벤처 인생을 만들어보자.


여름이면 입주할 건물이 공사가 한창이다. 토목공학을 전공해  건설회사에 입사한 적도 있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해외근무에 대학에서 근무하다 기업으로 파견을 가는 기회도 생겼다. 양 기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 그게 내가 만들어갈 가지 않은 길, 나의 길이니까.




2006년 폴란드 주재원 제안을 받았던 서른한 살의 젊음과 무모한 도전정신과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까?

철강왕 박태준 회장은 육사 선배님이다. 그분이 포스코를 세웠고 내가 몸담고 있는 포항공대를 설립했다. 그의 업적에 비하면 내가 유럽에서 일군 조그만 공장은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럼에도 사명감 하나로 이국 만 리에서 맨땅을 일궈 회사를 세웠다. 그 덕에 일찍 넓은 세상에서 팀장의 역할도 했고 독일 회사에서도 일해보았다.  


2021년 다시 포스코에서 일하게 된다. 감회가 남다르다. 포스데이타 협력사에서 포스코 EP와 MES에 들어가는 CITRIX 기술 지원을 시작으로 폴란드 법인, 포스텍을 거쳐 17년간의 포스코와 인연이 이어져왔다. 작은 회사를 시작해 결국엔 세계 최고 기업에 일하는 기회를 받으니 감회가 새롭다. 듣보잡 허접한 회사에서 일하는 나에게 첫 단추를 잘 못 꽤었다고 면전에서 구박하던 선배가 떠오른다. 대기업에서 시작했다면 지금처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잘난 선배님은 삼성을 퇴사하고 한국이 싫다며 이민을 갔다.) 50년의 역사에 포스코는 최고의 기업이 되었고 그 일원이 되는 것은 영광스럽기도 하다. 책임감과 사명감을 다시 발휘해야 할까?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이는 포스코, 옛 동료들을 만나는 반가움과 새로운 동료를 만나 그들과 함께 또 다른 성공신화를 만들어 가는 포스코에 승선한다.


사람의 인생은 정해져 있거나 정해져 있지 않거나.

알 수 없는 것이다.




나에게는 꿈이 있었다.

장군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 통일을 완성하는 것.

그 꿈은 훈련 중 부상으로 부서졌고 이리저리 살아왔다.

지금은 다른 꿈을 꾼다.

아빠가 이루지 못한 것을 아이들이 더 멋지게 이루길 바란다.

아빠보다 더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아내와 건강하게 살기 바란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는 조국 대한민국이 있다.

나라를 위하는 일은 내가 하는 일을 잘하는 것 아닐까.

내가 걸어온 길과 그 위에 뿌려진 땀과 눈물이 헛되지 않았기를 바란다.

그 삶의 흔적을 기록해 나 같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책과강연

#100일100장글쓰기

#아빠육아휴직

#인생은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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