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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팔 Jan 12. 2024

어디 가면 재미없어

아직 안갔는데~?

꼭 서울에 직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의 9년을 서울에서 살아왔지만, 지방에 정착하고 직장을 다녀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원래 지방에서 살다 상경한 것이기도 하고, 장롱에 잠들어 있는 운전면허증도 지방에서는 빛을 발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한다. 언젠간 마련할 내 차로 여기저기 돌아다닐 생각을 하면 설레기까지 하는 걸. 그래서 지방 회사 취업 공고에 지원서를 넣었다.


"너 어디 가면 재미없어~!"

오늘 막 들은 말이다. 나 아직 붙지도 않았는데? 웃으며 갓 나온 튀김 덮밥에 간장을 뿌렸다. 평소 가고 싶었던 식당에 친구와 가서 대표 메뉴를 사이좋게 하나씩 주문했다. 나는 가지튀김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 집의 가지튀김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적당히 따뜻해 가지만의 부드러움이 살아있어 먹기 좋았다. 너무 맛있어 둘이서 별 대화도 없이 맛있다고만 말하며 먹었지만, 난 친구가 한 말이 계속 맴돌았다. 왜 재미가 없을까, 친구한테 내가 언제 그런 존재가 되었을까. 친해진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서로 알고 싶은 것이 많은 걸까.


날씨도 참 좋지

 

미리 나눈 약속 없이 스터디 카페에서 만나 공부하고 저녁을 함께 하는 일상이 당연한 게 아니구나. 나는 이 점을 집에 와서 깨달았다. 내가 지방에 가 버리면 우리는 이전처럼 쉽게 만날 수 없게 되는 거구나. 별 것 아닌 일을 서로 자랑하고, 공부는 안 하고 즉석복권을 긁는 나를 영상으로 담아주던 멋진 사람을 자주 볼 수 없게 되는 건 생각만 해도 마음을 헛헛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대학 동아리가 너무 즐거워 가족에게 얘기했을 때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있을 장소가 생겼구나." 대학을 졸업하고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내가 있을 장소는 친구들 마음 속인 것 같다. 나라는 존재가 긍정받을 수 있는 곳은 언제나 편안한 감각을 주고 내가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런 장소를 나에게 내어준 친구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오늘 먹은 가지튀김의 맛이 생생한 것처럼 앞으로도 친구와 살아있는 경험을 많이 해보고 싶다. 새해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우린 네 번이나 만났으니까. 분명 그럴 기회가 넘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디에 있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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