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기3반>이라는 대서사시
간략한 작품 소개
처음 설정이 무엇이든 결국은 능력자 배틀물이 되어 버리는 요즘 메타와는 정반대로,
능력자 배틀물이라 소개하고 시작했지만 사실은 서사시다.
레미제라블 같은 대하소설이라 볼 수도 있다.
전설적인 주짓수 능력자 주대각의 아들 주지태.
그는 아버지에게 끌려간 여동생을 찾기 위해 같은 학교 격기반 1년 선배, 마리아 다카스코스의 제안을 받아 들여 격투가의 길을 가기로 한다.
그러던 와중에, 서울 한복판에 존재하는 도심마경 <굴다리>에 진입하게 되는데...
작품의 퀄리티 급상승에 관하여
시작에서 약 50편 정도까지는 그냥 소년만화 배틀물이다.
강유리, 옥동이 등 설명충 캐릭이 창궐하는, 그야말로 one of them.
그런데 이학 작가의 우상이었던 <짱>의 임재원과 마찬가지로,
스토리 작가를 날려버리고 나니 오히려 작품성이 확 올라갔다.
모두의 찬사를 받았던 에피소드, <역광>에서부터 이 만화는 장르가 달라진다.
<역광>의 주인공은 굴다리 바깥 인물인 영웅이었지만,
나는 굴다리가 작품의 센터로 들어오면서 이 만화가 날아올랐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은 누구인가
주인공은 당연히 주지태다.
소년만화에서 100만 번 정도 본 듯한 주인공, 즉 신체조건은 형편없어 보이지만 탁월한 동체시력(+기술 카피 능력)과 관절유연성을 지닌 캐릭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 어떤 다른 만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으로 완성되었다. (그리고 아직 진화 중이다.)
그러나 그의 존재가 작품의 주제와 얼마나 연관이 있는가 하는 질문에는 답하기 어렵다.
현재 그의 모습을 보면, 그에게 동생 지현의 의미가 어떤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격3의 본 스토리인 굴다리를 생각하면, 내 생각에 주인공은 오히려 동근혁, 이현걸 콤비(+오진)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넘쳐남
이 작품의 압도적인 강점은 역시 캐릭터에 있다.
물론 이들 캐릭터의 상당수가 굴다리라는 아주 특이하고 비현실적인 설정과 관련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캐릭터들의 <멋짐>은 이 작품의 핵심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들은
동근혁, 이현걸, 차소월, 강두일, 영구(최영준) 정도인데,
전부 다 제철공단 소속이다.
처음의 인상과는 달리, 제철공단이 선한 집단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그동안 쌓아 놓은 이미지 때문인지 제철이 악하고, 레드헬이 생각보다는 덜 악한 집단이라는 재평가는,
머리로는 될지 몰라도 마음으로는 되지 않는다.
차소월
굴다리 캐릭들이 대개 비현실적이지만, 차소월은 그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비현실적이다.
엔돌핀 특이체질이라는 건 신과 같은 동체시력이나 인형같은 관절 유연성 같은 장치라고 해두자.
그런데 레즈비언이자 금사빠인 것도 모자라, 맞으면 전투력이 올라가는 M, 게다가 무력도 최강급이다.
등장인물들 중 가장 정의의 사도에 가까운 인물이지만, 절대 평면적인 캐릭이 아니다.
함께 하는 3인방, 특히 장천수에 대한 양가감정 때문이다.
이는, 심하민의 패배를 고소해하는 장천수를 도발하는 권태영을 위협하는 장면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죽을 때까지 싸우고, 지는 쪽은 개가 되는 걸로.
그를 상징하는 멋진 대사다.
지금까지, 3번 정도 나왔다.
유일하게 마음에 안 드는 점은 (금사빠라서 어쩔 수 없겠지만) 마리아에 대한 일편단심이다.
마리아가 문제가 아니고, 일편단심이라는 설정 자체가 이 캐릭과 맞지 않는다.
장본 물건을 따릉이에 싣고 귀가하는 장면은, 굴다리 출신 4인방 중 가장 특이한 그 조차도 바깥 사회에 동화하여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선명하고 편안하게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동근혁
외모가 <카우보이 비밥>의 스파이크다.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나.
게다가 단검을 휘두르는 초 민첩 캐릭이다. 이하 동문.
심각할 땐 심각하지만, 유머가 필요할 때는 얼마든지 망가진다.
격3 핵심 스토리인 굴다리 에피소드의 진 주인공, 이현걸을 진정으로 이해하며 지지하는 친구다.
동시에, 제철공단 대장 강두의 오른팔이자 가장 신임하는 수하다.
강두의 비밀지령을, 절친 이현걸에게조차 끝까지 비밀로 했다.
쓸데 없이 오진과의 말싸움에 에너지를 소비하는 현걸과 달리,
그는 행동한다.
제철공단 식구들
제철공단에는 차소월, 동근혁 말고도 매력 넘치는 캐릭들이 넘쳐 난다.
대장인 "강두" 강두일은 나무위키에도 나와 있듯 <짱>의 구종성을 강하게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이다.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담고 있는지는 모르나, 적어도 말없는 중후함에서는 단연코 제일이다.
불새를 때려 죽일 정도로 강력한 전투력은 덤이다.
고운성, 황주란 콤보도 좋다.
진지와 개그를 오가는 캐릭성, 준수한 전투력, 무엇보다 둘 사이의 티키타카가 좋다.
(어린 장천수와 말싸움하고 나서 자책하는 고운성 ㅋㅋㅋ)
김잔디도 아까운 캐릭이다.
어린 시절 죽어, 정식으로 제철공단 식구라고는 할 수 없지만, 다른 아이들과 함께 교육을 받았으니 제철공단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영구를 구하고 대신 죽었고, 행복한 적도 없었을 테니 정말 불쌍하다.
사족
팬심이 넘쳐 흘러 끄적거린 글인데,
이미지 좀 가져다 썼다고 제재나 먹지 않음 좋겠다.
만화에 관한 글인데 그림을 안 올리면 너무 허전하다.
사족2
덕질은 계속된다. 이미지만 안 짤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