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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과 나무

산에 가면 음악이 있네

by 히말

1.

<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법>이라는 책을 봤다. 신선한 점은 하나도 없는 시시한 책이지만, 맺음말은 기억에 남는다.

일본인은 어려서부터 남에게 폐 끼치지 말라는 말을 듣고 자라고, 미국인은 자기 주장은 당당하고 확실하게 하라는 말을 듣고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 의사소통이 잘못되었을 때, 일본인은 청자가 제대로 알아 듣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반면, 미국인은 화자가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제목에 낚여서,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사는 법>이란 책도 봤다. 정말 잘못 고른 책이었지만. 시종일관 글쓴이의 주장은 간단하다. 남 눈치 보지 말고, 미움 받더라도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것이다.

일본인인 저자는 엔료(遠慮, 배려) 때문에 일본인들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남에게 폐끼치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남의 부탁은 다 들어주고,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공을 사에 우선시하다 보니 불행하다는 것이다.

2.

간만에 산에 좀 다녀왔다. 그동안 너무 산에 안 가서 가 본 것인데, 산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왜 산에 오는 걸 꺼리는지 곧바로 상기하게 되었다.

산에서 음악을 듣고 싶다면, 이어폰으로 들으면 된다. 도대체 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는가? 지하철에서, 길거리에서 사람들 괴롭히는 종교팔이들과 다른 게 뭔가? 일본에서 저런 짓을 하는 사람은 아마도 야쿠자 아니면 중2병 환자일 것이다.

일본인들은 엔료가 과해서 불행할지 모르나, 우리 사회에는 배려가 너무 없어서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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