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과 나무

말하는 내용은 겨우 7%?
착각입니다.

by 히말

시각 정보 55%, 청각 정보 38%, 언어 정보 7%.

미국인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에 의해 유명해진 공식이다. 대화에 있어서, 말의 내용은 겨우 7%만 상대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인데, 메라비언 법칙 또는 7%-38%-55% 법칙으로 알려져 있다. <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고 설명하는 법>에서 저자 고구레 다이치는 이 실험 결과에 대해 큰 오해가 있다고 말한다.


59d36923deecf000018f84e2_Albert_Mehrabian4.jpg



이 실험 결과에는 한 가지 조건이 붙는다. 바로 다음과 같이 '언어', '청각', '시각'에 대해 각각 모순된 정보가 부여된 경우에 한한다는 것이다.
- 화를 내면서 "당신 덕분입니다!"라고 말할 때
- 방글거리며 "그건 납득이 안 됩니다"라고 말할 때 (고구레 다이치, 165-166쪽)

메라비언의 실험은 바디 랭귀지와 같은 시각 정보, 목소리 톤과 같은 청각 정보, 그리고 말의 내용, 즉 언어 정보가 서로 불일치하는 경우 어느 요소가 상대방의 태도, 특히 화자에 대한 호감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한 것이다. 메라비언의 원래 의도는 이 세 가지 요소가 서로 일치하여야 효과적으로 메시지가 전달된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것이었다.

메라비언의 실험은 (호불호와 같은) 느낌과 태도의 소통에 관한 실험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상황이 모호한 경우에만 목소리 톤이나 바디 랭귀지의 비대칭적인 중요성이 드러난다는 사실을 주의해야 한다. 모호한 상황이란 보통 화자의 말이 목소리 톤이나 바디 랭귀지와 불일치할 때 나타난다. (https://en.wikipedia.org/wiki/Albert_Mehrabian, 2018년 6월 13일 확인)



01.jpg "이제 아셨죠?"라고 말하는 듯한 앨버트 메라비언 교수 ^^



당연한 얘기다. 화를 내면서 고맙다고 말하는데, 그걸 정말 감사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7%나 되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랍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실험 결과를 잘못 소개하는 강사나 사회자를 많이 봐 왔다. 원래의 취지는 대화에 있어, 말 못지않게 몸가짐이나 목소리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려고 한 것이었겠지만, 이제는 말이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정말로 말의 내용이 7% 밖에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바디 랭귀지는 55%가 전달된다면, 인간은 언어가 아닌 몸짓을 사용해서 의사소통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어야 하지 않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