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투자의 기초
연말정산 시즌에 급발진으로 가입한 연금저축계좌에 대해, 개략적인 내용을 설명해 본다.
세금 제도는 복잡하기도 하지만 자주 바뀌므로, 한 자리에서 전부 이해할 수 없다.
일단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디테일은 여기저기에서 정보를 찾아 메꾸는 전략을 추천한다.
여기에 소개하는 내용은 책 4권과 유튜브 영상 십여 개에서 배운 것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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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초
국민연금은 노후 대비로 부족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준비가 필요한데, 미국의 401(k)에 삘 받아 우리도 만든 것이
연금저축
IRP
ISA
라는 3종 세트다.
세제혜택을 미끼로, 국민들이 스스로 노후 대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문제는, 혜택이 큰 만큼 규칙을 어길 경우 페널티가 크다는 것이다.
2. 세제혜택과 페널티
당연한 얘기를 반복하자면, '보험'으로 재테크를 하자는 생각은 버리자.
따라서 연금저축보험은 스킵하고, '증권사'의 연금저축계좌에 가입하도록 하자.
은행 대신 증권사를 선택하는 이유는 이렇다.
증권사가 판매하는 투자상품이 훨씬 많다.
앱 인터페이스가 대체로 더 편리하다.
수수료가 대체로 훨씬 더 싸다.
세 번째 이유만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연금저축계좌는 연 600만원, 퇴직연금계좌(IRP)는 900만원까지 무려 '세액'공제를 해준다.
그런데 IRP 납입액은 연금저축계좌를 '포함'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최적 전략은 매년 연금저축계좌 600, IRP 300 투입이다.
연소득에 따라 16.5% 또는 13.2%를 세액공제로 돌려받는다.
10%가 넘는 즉각 수익이다. 말도 안 되는 수준의 혜택이다.
다만!
55세 이전에 계좌를 해지하는 경우, 해지금액의 16.5%를 다시 토해내야 한다.
16.5%로 세액공제를 받은 사람은 똔똔일지 몰라도,
13.2%로 세액공제 받은 사람도 16.5%를 토해내야 하니, 이건 벌금에 가깝다.
손해를 본다는 말이다.
따라서, 55세 이전에 절대 깨지 않을 금액만큼만 가입하자.
ISA는 연말정산으로 즉각 돌려받는 보너스 같은 것은 없다.
ISA는 만기 해약시 IRP로 옮기는 조건으로,
이전 금액에서 최대 10%, 3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해준다.
인출이 자유로운 ISA에서 인출 조건이 까다로운 IRP 계좌로 옮기는 것이므로 신중해야 한다.
ISA의 주요 혜택은 수익금에 대해 일정 부분까지 비과세(현재 500만원),
그 이상의 수익금도 9.9%로 분리과세(원래라면 15.4%)를 받는 세제 혜택이다.
금융 투자로 그 정도 수익을 올릴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전해 보자.
3. 연금수령
연금계좌는 '연금' 형태로 수령해야 3.3~5.5%의 낮은 세율로 과세된다.
즉, 완전 비과세가 아니라, 과세이연이다.
연금으로 수령한다는 말은
10년 이상에 걸쳐
최대인출한도 이하로 분할 수령한다는 말이다.
최대인출한도 공식은 다음과 같다.
연금계좌에 들어 있는 돈을 10년간 균등 수령하되, 필요할 경우 20%까지 추가 수령할 수 있다고 기억하면 대강 맞는 얘기가 된다.
연금은 최소 10년간 나눠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11년째부터는 세금을 조금 더(10%p) 깎아준다.
그래서 나온 전략이 55세부터 일단 (최소수령금액인) 만원씩 받는 전략이다.
위의 공식을 보면 알겠지만, 연금수령연차가 쌓일수록 수령한도가 늘어난다.
만원씩 받아 10년차가 되면, 남은 금액을 한꺼번에 다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못 찾아 쓸 걱정은 하지 말자.
10년이 지난 다음에도 받아 세금을 조금이라도 아껴보자는 것이 이 전략의 핵심이다.
(그렇게 해서 절약하는 세금액이 얼마 안 되기는 하다.)
다만, 연간 '개인' 연금 수령액이 1500만원을 넘기면 종합소득세 징수 대상이 된다는 것이 문제다.
종합소득세 징수 대상이라 하면 무섭게 들리지만,
종합소득 수준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므로, 내는 세금이 줄어들 수도 있으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말자.
게다가 얼마 전 제도가 바뀌어, 분리과세 신청도 가능하니, 16.5%가 최대 세율이다.
그리고, 공적연금, 즉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은 저 1500만원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IRP 계좌의 경우 일단 연금수령을 개시하면, 추가 자금 납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1인당 1개밖에 개설할 수 없는 ISA와 달리, IRP는 몇 개든지 만들 수 있으므로, 연금수령 이후 투자를 위한 IRP 계좌는 별도로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다른 은행에 만드는 것도 방법이지만,
IRP 계좌에서 연금수령을 개시한 경우, 해당 은행에서 투자용 IRP 계좌를 하나 더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자.
다만, IRP는 소득이 있는 경우에만 신규 개설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자.
IRP의 경우 계좌 이전이 가능하고, 절차도 간편하다.
A증권사에서 B증권사로 옮기고 싶은 경우,
1. A증권사에 계좌 개설
2. A증권사 앱에서 <타사 IRP 계좌 이전> 신청
3. B증권사에서 전화 받고, 이전 의사 확인
4. 이전 완료
순으로 진행된다.
현금만 이전되는 금융사도 있지만, 많은 금융사가 현물 이전도 지원하고 있다.
(참고로, 일반 증권계좌에서 ISA로의 현물 이전은 아직도 안 된다.)
내가 본 영상 중에 가장 잘 정리되어 있는 영상은 다음과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sA3vYCE061E&list=WL&index=104
4. 운용
연금저축계좌와 IRP 가입은 연말에 몰린다.
연말정산에서 곧바로 최대 148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으니, 당연하다.
그러나 이들 계좌의 또 다른 혜택은 투자수익에 대한 과세이연, 손익합산, 그리고 세율 혜택이다.
그래서, 그냥 현금성 자산(예금, MMF, RP, ELB 등등)으로 방치해도 연말정산에서 충분한 이득을 보겠지만,
운용을 하면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물론 '투자'이므로 손실 위험은 언제든지 존재한다.)
연금저축계좌에서는 웬만한 ETF를 다 매수할 수 있는 반면,
IRP는 최소 30%를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하는 제약조건이 있다.
(전액 TDF 운용일 경우, TDF 내에서 안전자산 비중을 맞춰주므로 이 조건은 필요없다.)
또한, 파생상품이나 레버리지, 인버스 ETF 같은 상품에 대한 투자는 제한될 수 있다. (이 부분도 제도가 계속 바뀐다. 그러니까, 레버리지나 인버스 같은 도박성 투자에 피 같은 연금을 투자하지 말고 그냥 신경 끄자.)
개별 주식 매수는 두 계좌 모두 불가능하고, ISA에서만 가능하지만,
(나처럼) 개별 주식 투자에 자신이 없다면 그냥 ETF나 매수하자.
2024년말 현재, 국내주식 투자로 얻은 수익금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반면, 해외주식 투자 수익은 과세 대상이다.
따라서, 연금 계좌에서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역차별을 사서 당하는 꼴이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나는 해외투자가 낫다고 본다.
(나는 현재 국장에 장기 투자 중인데, 물려서 원금 회복을 기다리는 강제 장기투자다. 수많은 개미들과 같은 신세다. 타산지석으로 삼아 주시길.)
이들 개인연금 계좌에는 디폴트 옵션이라는 것이 있는데,
따로 지정하지 않는 경우, 투입금액이 디폴트 옵션에 자동으로 투자된다.
디폴트 옵션은 여러 가지가 마련되어 있고, 스스로 선택 가능하며, 아무때나 바꿀 수 있다.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게 지정해 놓으면 편하다.
(디폴트 옵션에는 자체 수수료가 없다. 그러나 디폴트 옵션에 포함된 상품들의 자체 수수료는 당연히 존재한다.)
2024년 12월 말 현재 나는,
위험자산 투자의 경우 S&P 내지 나스닥 ETF에 투자하고,
안전자산의 경우 안전등급 채권, 정기예금, (운이 좋아 청약이 된다면) ELB에 넣으려고 한다.
TDF도 괜찮아 보이지만, 수수료가 비싸므로 조심하자.
펀드 수익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수수료율이다.
펀드 선택에 있어서 매우 간략한 팁을 적어보자면,
배당금을 재투자 하는 종류(펀드 이름에 TR 포함),
환헤지를 하지 않는 종류(펀드 이름에 (H) 미포함)가 좋아 보인다.
다만 이건 내 개인 의견이고,
현재의 비정상적인 환율(달러당 1450원 이상)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라면
환헤지를 한 펀드가 당분간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펀드 선택에 도움을 주는 사이트로 펀드솔루션이 있다. (앱도 있다.)
장외 채권에 투자하려고 한다면, 현재 삼성, 한투, 미래 등 일부 증권사만 가능하므로, 계좌 개설에 참고하자.
(이율이 조금 더 높기는 한데, 굳이?)
연금저축계좌는 관리수수료가 없는 대신 매매수수료가 있고,
IRP는 그 반대다.
따라서 길게 묵혀둘 투자는 연금저축계좌,
잦은 매매나 리밸런싱이 필요한 투자는 IRP가 적합하다.
(그런데 이 정도까지 신경 쓰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연금투자 외에도 할 일은 많다.)
수수료율은 아래 사이트에서 조회 가능하다.
2024년 12월말 현재, 모든 증권사가 비대면 가입의 경우 관리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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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요약이며, 일부러 뺀 내용도 많다.
예컨대 IRP계좌에는 연간 1800만원의 납입 한도가 있다.
세액 공제는 연금저축계좌 합산 900만원까지지만, 당장의 세액공제는 차치하고 투자수익에 대해 과세이연 및 세율 감소 효과를 노리고 추가 납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55세까지 기다려야 하는 계좌에 이렇게 많은 금액을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에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과 상관없는 부분은 생략했다.
그리고 세금 제도는 수시로 바뀐다.
연금저축계좌 세액공제 한도는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바뀐 지 2년밖에 되지 않았고,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 되는 개인연금 수령액은 12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바뀐게 올해다.
따라서 디테일은 언제나 더블체크해서 챙겨야 한다.
그리고, 제도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는 추세다.
예컨대, 2022년 4월부터는 모든 퇴직금을 IRP계좌에서 수령하도록 하고 있다.
그전에는 그냥 일반 계좌에서 수령하면서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퇴직금에 세금을 왕창 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정부에서 제도를 합리적으로 바꾼 것이다.
DC 계좌의 디폴트 옵션도 그런 취지에서 겨우 몇 년 전에 의무화되었다.
개인연금 계좌들의 수익률이 워낙 저조하다 보니, 국민연금을 개인연금 투자운용사에 포함시키자는 움직임도 있다.
이런 정책이야 말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국민연금을 강제로 가입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민을 위한 조치이니 조속히 시행되었으면 한다.
이런 게 바로 너지(nudge) 아닌가.
또 한 가지, 반드시 기억할 것.
연금, 보험, 저축, 주식 등 보유한 투자 자산은 정기적으로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자.
내 돈이다. 내가 신경 쓰지 않으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라고 쓰고 나 자신도 실천하지 않는 현실.)
나는 최근에 가입되어 있는 보험 약관을 읽어보다가 골절 진단비를 받을 수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급하게 최근 2건에 대해 청구를 했지만, 하나는 사고 이후 3년이 지나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보험금 청구는 앱으로 간단히 되는 세상이므로, 꼭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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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메모
통합연금포털 (앱 없음)
https://www.fss.or.kr/fss/lifeplan/lifeplanIndex/index.do?menuNo=201101
연금인출 순서 - 1) 세제혜택 안 받은 금액, 2) 퇴직금, 3) 세제혜택 받은 금액+수익금
이중 1은 이미 세금을 냈고, 2는 개별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개인연금 종합과세 기준 1500만원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홈택스에서 연금보험료등 소득세액공제확인서를 발급받아 금융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검색이 개판이다. "연금보험료등"으로 검색하면 나온다.)
지역가입자 건보료 폭탄은 공적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개인연금은 2024년 12월말 현재 건보료 산정에 감안되지 않는다. 따라서, 건보료 산정 기준에 포함되는 이자소득(은행예금)을 연금계좌로 옮기는 것이 오히려 건보료 절약에 도움이 된다. - 다만, 이건 정책 대상이라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하자면, 건보료에 대해서는 미리 생각하지 말자. 건보료 산정 제도는 언제든지 개편이 될 것이고, 그보다 더 걱정해야 하는 것은 노령화와 인구 절벽이다. 건보료 산정 제도 개편이 그 모습을 드러낼 때가 되면, 그것보다 더 걱정해야 할 일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연금저축계좌는 부분인출이 가능하지만 IRP는 전액 해지만 가능하다. 단, 어느 쪽이든 해지하는 대신 담보 대출을 받는 편이 낫다. 현재 연금저축에 대해서 LTV 40~50% 정도의 담보 대출이 대체로 가능하다. (증권사별 상이하므로 체크 필요)
종신보험이 필요 없어질 경우, 연금 전환이 가능한지 보험사에 문의해보자. (이것도 써놓고 안 하는 중.)
건강보험 임의계속 가입 제도를 알아보자. 퇴직 후 산정된 건보료(회사납입분 포함)가 직장 다닐 때보다 높아질 경우, 3년간 기존 수준으로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다. 지역가입자 보험료 고지 2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적립식 투자는 미루는 것을 막아주고, 후회를 최소화하며, 마켓타이밍을 크게 신경 쓰지 않도록 도와준다. 현재 모든 증권사에서 적립식 투자가 가능하지는 않지만, 가능한 증권사가 증가하는 추세다.
적립식이 아니라면, 익절/손절 기준을 사전에 정해놓고 철저히 지키자. (말은 쉽다.)
all-weather portfolio는 대략적으로 주식:채권:실물을 3:5:2 비중으로 투자하여 하방 리스크를 줄인 상태에서 최대 수익률을 노린다. 주식과 채권은 미국 자산으로 하고, 실물은 REITs와 금/오일/BTC(현물 또는 선물)로 구성해보자. 신경 끄고 가끔씩 리밸런싱하면 된다. (리밸런싱씩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