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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셜 크레딧, 인생게임

[책을 읽고] 유발 하라리, <넥서스> (6)

by 히말

달러가 붕괴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로 이 책에서 제시되는 방법은 바로 정보 혁명이다.

정보로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는데, 달러가 왜 필요한가?


위 문장의 전건에 대해 의문이 느껴진다면, 구글과 페이스북을 생각해 보자.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대개 무료다.

그들은 달러 대신 정보를 가져간다.


그들이 그 정보로 (광고) 장사를 하여 다시 달러를 벌어들이는 이유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주주들이 달러를 필요로 하는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컴퓨터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 그 안에서 사는 비유기적 행위자들은

당연히 달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소셜 크레딧, 알고 보면 무서운 발명


중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소셜 크레딧에 대해서는 들어봤을 것이다.

블랙 미러 시리즈의 에피소드 <급강하(Nosedive)>가 이 시스템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개인 평점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세상을 아주 재미있게, 그러나 무섭게 표현하고 있다.


BlackMirror_EP3_Nosedive_0186r1.jpg Nosedive의 한 장면. 주인공은 대출을 좀 싸게 받으려다가 결국 감옥에 간다. (c) Netflix


어떻게 보면 사회신용 시스템은 새로운 종류의 화폐라고 할 수 있다. (361쪽)


생각해 보면 화폐도 일종의 포인트다.

둘 사이의 유사점은 생각해 보면 차고 넘친다.


사회신용 시스템의 기발한 점은, 정보에 대해 과세를 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다.

달러가 필요 없어진 시스템에도, 소셜 크레딧은 인센티브로 기능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이런 시스템이 시도되고 있다는 말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나왔다.


돈은 분명히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하거나 하지 못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연결은 간접적이다.

반면, 소셜 크레딧은 직접적이다.


383쪽에서, 하라리는 남편을 만나게 해준 SNS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상상해 보자.

동성애에 대해 감점을 가하는 사회신용 점수 시스템이 있었다면,

하라리는 SNS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남편감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


소결 및 사족


책의 주된 흐름에서 다소 벗어난 주제이지만, 워낙 중요한 문제라서 별도로 논의했다.

지금 세상에서 자본-자유주의 노선이 아닌 방법으로 미래로 나아가는 나라는 중국이 거의 유일하다.

이 상황에서, 만약 모두가 틀렸고 중국이 맞는다고 본다면, 이는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소셜 크레딧은, 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히 엄청난 장점이 있으며,

자본주의와도 잘 결합할 수 있다.

다만, 자유주의와는 다소(!) 상충하는데,

중국은 이 단점을 무시하고 도입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도입된 소셜 크레딧 시스템이 아주 잘 돌아간다면?

중국 인민들이 매우 잘 살게 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를 부러워하게 된다면?

아, 소름 끼친다.


china-social-credit-score_V2.jpg 출처: https://www.visualcapitalist.com/the-game-of-life-visualizing-chinas-social-credit-system/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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