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얇은 나, <비만코드>를 읽고 크게 감명 받아 도전하다
2월 1일 식사 및 간식을 신나게 먹고 노닥거리다가 잠을 자려는데, <비만코드>의 조언이 자꾸 머리를 맴돈다. 그래서 잠자리에서, 지금부터 내일과 모레에 걸쳐 36시간 단식에 도전하자는 결론을 내린다. 아내도 함께 한다. 9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안 먹었으니, 모레 아침 9시까지 버티면 된다. 커피는 마셔도 된다. 심지어 라테도 조금은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별로 뭘 먹을 생각이 나지 않는다. 평소와 마찬가지. 그런데 11시가 넘어가니 출출하기 시작한다. 휴일에 이런 시간에 깨어 있으면서 뭘 안 먹은 경우가 거의 없으니, 몸이 투정을 부린다. 바쁘게 뭘 하려고 생각하는데, 쉽지가 않다. 동영상 편집도 하고, 팟캐스트 정리에 독서도 해보지만 식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차를 좀 마시다가, 오후 2시가 넘어 도서관에 간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고 좀 읽으려고 하니 2시 45분이다. 한 시간 동안 책을 읽기로 결심한다. 밖에 있는데 뭘 먹으려고는 하지 않겠지. 그런데 떠드는 사람들이 많다.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한 시간이나 읽는 건 처음이다. <명화 스캔들>의 하이라이트, 세잔 편을 읽고 감명받는다. 피카소 편을 읽고 피카소의 입담에 웃음이 절로 난다. 4시가 되기 조금 전에 일어나 집으로 향한다.
드디어 4시. 라테를 마신다. 평소보다 더 맛있는 것 같기도 하고, 더 허겁지겁 먹는 것 같기도 하다. 우유를 먹었으니 뭔가 먹기는 한 거다. 우유 100밀리에 탄수화물은 5그램 정도가 들어 있다. 모두 당질이다. 그러니까, 오늘 먹은 탄수화물은 아마도 6그램 정도 될 것이다. 우유에서 5그램, 그리고 비타민 C 제재 9알에서 약 0.9그램. 보이차에서도 0.1그램은 나왔을 수 있다.
36시간 단식을 포기하고 그냥 저녁을 먹기로 한다. 아내도 동감. 그런데 24시간 단식은 채워야지 하는 생각에 일단 9시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예전에 크게 배탈이 나고 오랫동안 입에 안 댔던 코코넛유를 한 숟가락 크게 떠먹는다. 고체라서 더 괴롭다. 암튼 지방 덩어리가 들어가니 조금 포만감이 오는 것 같다. 탄수화물은 제로지만, 10~20그램 정도의 지방이라면 칼로리로 90~180이나 되긴 하다. 이거, 단식 맞나?
동영상 편집, 독서, 팔굽혀 펴기, 심호흡, 게임까지 해가면서 음식 생각을 멀리한다. 원래 오늘 <앤티크 서양골동양과자점> 영상을 만들려고 했는데, 음식이 계속 나와서 <아저씨>로 방향을 바꿨다. <소수의견>은 계속해서 저작권 침해가 뜬다. 그냥 저작권 침해가 아니고 아예 영상 자체가 상영 금지다. 정말 쪼잔한 정책이다. <소수의견>이란 영화를 누가 알까? 그런 영화를 세계에 소개하려는 걸 막겠다니. 장광의 호연을 어떻게든 소개하고 싶은데, 정말 힘들게 한다.
9시경에 동영상 업로드와 동시에 게임을 하니 컴퓨터가 못 이기고 자폭을 한다. 겨울에 아주 따뜻하다. 다시 영상을 업로드하고, <비만코드> 내용을 정리하면서 이제 10시 40분을 넘겼다. 이제 자도 좋은 시간이다. 결국 성공하는가. 정말 스스로가 대견하고, 같이 견뎌준 사랑스러운 아내에게도 고맙다. 오늘은 기억하고 싶은 하루가 될 듯.
2월 2일 하루 동안 입을 통해 내 몸으로 들어간 것. 물 서너 컵. 보이차 1리터 이상. 코코넛유 한 큰술. 카페라테 숏 사이즈 한 잔, 그러니까 네스프레소 캡슐 한 개와 우유 100밀리 정도. 루테인 알약 한 개. 항히스타민제 한 개. 오늘은 뭐 식사라고 할 만한 걸 안 먹어서 유산균은 생략했다.
빈속으로 자는 건 처음이라 낯설다. 잠을 설쳤다. 도무지 잠이 오질 않는다. 더구나 뭘 먹지 않았는데 아토피는 더 심한 것 같다. 가렵고, 잠은 오지 않고. 그렇게 잠을 자려고 버티다 보니 아홉 시가 되어 일어났다. 36시간 단식 완성. 그런데 케톤 증 같은 건 없는 것 같다. 케톤 증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아침이 되니 조금 더 단식 시간을 늘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참 배가 고프다. 기운이 좀 없긴 해도, 에너지가 모자란 건 아닐 테고, 그냥 식탐이겠지만. 9시 반, 카페라테 한 잔 마셨다. 라테 약간은 괜찮을 걸로 애초에 정하고 시작했으므로 단식은 조금 더 지속하는 거다.
오후 1시. 40시간 단식을 마쳤다. 1시에는 호두 한 줌과 치즈 한 장. 2시에는 치즈 오믈렛(내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요리)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기대했던 케톤 증은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뭐, 보람 있는 도전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할 수 있을까,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