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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과 나무

시골 학교 미술관 산책

캔자스 대학교, 스펜서 미술관

by 히말

오후에 잠깐 학교 미술관에 들렀다. 학과 직원 중 한 사람인 조리(매거렛의 애칭이란다)가 괜찮으니 한 번 가보라고 해서 갔다. 대부분 현대 미술이지만, '모네'가 있다고 해서 나름 기대를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네'는 없었다. 작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도 작은 데다 컬렉션도 기대 이하였다. (모네의 수련 한 점 정도 있겠지라고 생각한 것이 내 기대의 거의 전부다.) 미술관 홍보 포스터에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가 있었는데, 당연하게도 소장 미술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이 그것이다. 물론 그 그림이 유명하다는 얘기는 아니고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가 그나마 가장 알려진 화가라는 것이다.


IMG_20190612_153447.jpg 도대체 누가 그렸는지 모르기가 어려운 저 그림체...


사실은 로제티보다 훨씬 유명한 쿠르베가 한 점 있었지만, 매우 평범한 풍경화인데다가 크기도 매우 작았다. 쿠르베는 대작으로 유명한 작가 아닌가? 가까이 가서 확인하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칠 그림이었다.


IMG_20190612_153852.jpg 로쓰코라고 해도 믿겠다. 저 서명만 아니라면...

그림은 불의를 세상에 알리는 일도 한다. 다비드, 고야, 피카소가 그러했고 사회주의 화가들에게는 그것이 주된 과제였다. 아래 그림은 보기에는 좀 그렇지만, 미국이 예전에 저지른 끔찍한 행위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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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자스 주를 위해서 남북전쟁에 참가했다가 전사한 포니족 전사들의 유해를 고향에 돌려주는 대신, 미국 정부는 원주민 뇌구조를 연구하겠다고 목을 베어 가져가 버리는 만행을 저지른다. 벙키 에코혹(Bunky Echo-Hawk)이라는 1975년생 포니족 화가가 화폭을 통해 이 사건을 고발한 것이 위의 그림이다. 2011년 작품이며, 제목은 '귀향(Homecoming)'.


나는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그림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정치가 아니라 인권에 관한 것이라서, 그림 자체는 아름답지 않지만 그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처럼 정치적 의도를 아름다운 그림으로 완성시킬 수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충격의 강도는 이런 생경한 그림 쪽이 더 확실한 편이다.


컬렉션이 매우 허접하기는 해도, 미술관 자체 건물도 아름다운 편이고, 레이아웃은 매우 훌륭하다. 원래 현대미술이라는 게 레이아웃 없으면 뭐 볼 것도 없지 않은가? (내 편견이다. 하지만 버리지 않을 편견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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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이 아닌 미국 미술이야 뭐 볼 것도 없...다는 편견이 있지만, 그래도 뭐 볼만 한 것을 만나기도 했다. 아래 그림의 제목은 <질투하는 연인과 외로운 푸른 산의 발라드>. 제목이 뭔가 그럴 듯 하다? 토마스 하트 벤튼이라느 미주리 출신 화가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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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경치를 그린 그림도 얼마든지 예쁠 수 있다. 그런 그림은 많기도 한데 왜 내게는 한 개도 없을까. 작가는 뭐 이름도 들어 본 적 없는 미국 화가다. 1867년 그림이다. 그러니까, 세상 어딘가에서는 미술의 대혁명이 벌어지고 있을 때, 뉴욕 출신의 어느 화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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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아웃으로 예술이 된다느 걸 아래 큐레이션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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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현대미술가(프랑스 출신이었던가?)의 전위적 작품, 중간은 현대 중국 미술가의 디지털 수묵화, 그리고 오른쪽은 명나라 때 만들어진 실제 불상이다. 다른 시대, 다른 생각으로 만들어진 세 가지 물건의 배치가...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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