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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May 04. 2021

사영 기하학, 그리고 전장의 시인

2021년 4월, 독서 기록

4월에는 총 33권을 읽었습니다. 5점으로 기록한 책은 모두 9권입니다. 아쉽지만 딱 '이 책이다!'라고 말할 만큼 좋은 책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굳이 4월의 책을 꼽으라 하면 조던 엘렌버그의 <틀리지 않는 법>을 꼽아야 할 듯하군요. 제목은 좀 건방지지만, 아주 괜찮은 수학 책입니다. 사영 기하학을 소개하는 제13장, 그리고 상관계수를 n차원 벡터의 코사인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제15장이 백미였습니다.


스노든 3부작(?)을 읽은 것도 괜찮은 경험이었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입니다. 오바마라는 사람을 완전히 새로 보게 된 계기이기도 했죠. 스노든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게 되니 그가 더 위대해 보입니다.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드디어 읽었습니다. 과연 흥미로운 이야기이기는 한데, 저는 그렇게까지 감명 받지는 못했습니다.


프레드 포드햄이 그린 그래픽노블로서 <앵무새 죽이기>를 봤습니다. 그림이 정말 예술입니다.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여름 햇살을 받은 아이들의 얼굴, 깜깜한 밤에 달빛 아래에서 모험을 나서는 아이들의 얼굴, 그리고 옆집에서 화재가 나서 붉은 빛을 받는 아이들의 얼굴이 전부 다른 색조로 그려집니다. 등장인물들의 동작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디테일도 놀랍군요. 작화가가 원작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존경심이 듬뿍 묻어나는 작품입니다.



시 읽기 운동 차원에서 시를 읽고 있습니다. 실비아 플라스의 <Ariel>을 끝내고 나니 딱히 한 시인의 시집을 읽기보다는 그냥 선집을 읽는 것이 편할 것 같아서 미국 고등학교 교과서를 하나 구해 읽었습니다. 윌프레드 오언의 노출(Exposure)이라는 시가 가장 좋았습니다. 전장에서 병사들의 목숨이 어떻게 취급되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주는 수작이네요.


매장 조는 떨리는 손으로 땅을 파헤치다가
언뜻 아는 얼굴들을 보고 잠시 멈칫한다. 그들의 눈은 얼음처럼 빛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윌프레드 오언, '노출'의 마지막 3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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