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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Nov 03. 2022

현대 수학 = 물리학

[책을 읽고] 미카엘 로네, <우산 정리> (5)

벨트라미의 원판 위의 생명체에게 원판은 무한하다. 위에서 살펴보는 우리 눈에, 그는 끝없이 조금씩 가장자리를 향해 달리지만, 절대 도달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자신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원판의 중심부에서든 가장자리에서든, 그는 똑같은 크기의 생명체이고, 같은 보폭으로 달린다. 이와 같은 일이 블랙홀을 향해 다가가는 사람에게도 발생한다.



예컨대 초속 25만 킬로미터의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은 그 속도에서 다시 초속 10만 킬로미터 만큼 가속할 수 있다. 본인은 초속 35만 킬로미터로 날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상의 우리에게 그 우주선의 속도는 초속 27.4만 킬로미터다.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사람에게 시간이 정지하는 것도, 외부 관찰자의 입장에서만 그러하다.



민코프스키의 변환


특수 상대성 이론을 아주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도구가 민코프스키 변환이다. 여러분도 많이 보았을 것이다. 한 축은 시간, 한 축은 공간을 표현한 2차원 척도가 민코프스키의 발명품이다.


만유인력의 법칙이 '만물은 언제나 만물 위로 떨어진다'라고 했던 것처럼 이제 상대성이론은 '만물은 언제나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라고 말한다. (404쪽)



민코프스키의 척도에서 모든 것은 1초, 또는 30만 킬로미터만큼 이동한다. 내가 가만히 있다면, 나는 시간축으로만 1초, 즉 30만 킬로미터 만큼 이동한다. 그러나 내가 조금이라도 공간축 방향으로 움직이면, 대각선의 길이가 30만 킬로미터가 되어야 하므로, 시간축으로는 조금이나마 덜 움직이게 된다. 내가 만약 공간축으로 초속 30만 킬로미터의 속도로 움직이면, 시간축으로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게 된다.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움직여라. 그러면 시간축으로 아주 조금이라도 덜 움직이게 되니까, 아무튼 이론적으로는 덜 늙는다.



현대 수학은 물리학?


<우주를 계산하다>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이 책에서도 수학 발전의 최첨단은 결국 물리학으로 귀결되었다. 현대 수학과 현대 물리학은 서로 구별할 수 없다. 앎을 추구하는 것이 철학이고, 모든 학문이 철학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다시 상기하면, 다시 모든 학문이 수렴하는 느낌이다.



사족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아서 에딩턴은 영국인이고, 아인슈타인은 나중에 스위스, 미국 국적을 가졌지만 어쨌든 독일인이었다.


독일인이 세운 이론을 증명하러 영국인이 탐험을 떠난 일화는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이 겨우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공공연한 상징이 되었다. (450쪽)


아름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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