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1회 창작하는 주간창작자들의 이야기
2023년 1월, '주간창작자(週間創作者)' 모임을 시작했다.
매 주 하나씩 '일'이 아닌 자기만의 창작물을 업로드하는 모임이다. 도움되는 책이나 영상을 보고 그 내용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성장을 위한 목적성이 있는 모임이다. 그리고 습작도 좋고 완성작도 좋지만 꼭 SNS 혹은 블로그에 업로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부끄럽고 민망할 수준이어도 올리기로 했다.
5명의 멤버가 시작했다. 그냥 처음에는 우리끼리 모여서 밥먹고 근황을 공유하는 일이 재밌어서 매 주 만나다가, 2023년에는 좀 생산적인 걸 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나를 빼고는 다들 '크리에이터'의 영역에 속한 직군이기도 했기 때문에 다들 창작의 필요성을 절실히 알고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얼마나 그 일이 어려운 지도 알고 있었다.
4명이 12주 동안 올린 창작물 수의 평균은 9.7개였고 12주 기준으로 달성률을 계산해보면 80%가 조금 넘었다. 우리가 이렇게 성실하고 부지런했던가? 어찌 이렇게 성실하게 했나 싶었다. 왜냐하면 작년에는 딱히 개인의 창작물이라고 부를만한 것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2023년 1분기는 그에 비해 괄목할정도로 꽤나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성과도 있었다.
오늘 날짜 기준으로는 13개 게시물로 13.5만이 되었다. 이것 참 다시봐도 신기하다. 무슨 #맞팔 #소통 하고 다닌 것도 아닌데 컨텐츠가 터지면 이렇게 된다는게 신기했다.
처음에 2개 정도를 올렸을 때 반응이 예사롭지 않았다. 새로고침할 때마다 팔로워가 5백명, 1천명씩 늘어났다. 매일 아침에 눈뜨면 카톡방에서, '오 3만 됐네', '4만이네?', '아니 벌써 7만이야?' 와 같은 대화가 있었다. 이렇게 바로 옆에서 성장하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직도 기억난다. 다같이 밥먹고 카페에서 A가 앞으로 이걸 해볼 거라고 습작을 보여줬다. 나는 바로 옆에서 그걸 보고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당연히 꾸준히 해보라고 이야기했지만 속으로는 A가 사람들의 무관심과 무반응 속에 곧 그만둘 까봐 걱정했다. 그리고 나를 포함 다른 사람들도 딱히 별 다른 반응은 없었다. 근데 처음 올린 게시물부터 빵빵 터졌다. 그러니까 혹시 '이게 될까?' 싶다면 그냥 해보는 걸 추천한다.
본업도 바쁜데 언제 컨텐츠 기획하고 만들고 업로드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맞다 우리는 다 진짜 바쁘다. 직장인A, 프리랜서 영상제작자B, 프리랜서 그래픽디자이너C, 그리고 내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나까지 다 바쁘다. 근데 주1회 안올리면 3만원을 창작발전기금으로 우리의 모임통장에 납부하기로 했다. 3만원이면 이제 1교촌이다. 큰 돈이다. 이 창작발전기금으로 우리는 나중에 맛있는 걸 먹거나 창작 워크샵을 하거나 전시회를 할 수도 있고 컨텐츠를 만드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
성실하고 부지런하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근데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성실하고 부지런하더라.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을 보면서 매번 '저 사람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라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일주일에 3만원으로 성실함을 구매할 수 있다면 꽤 가성비가 좋은 것 같다.
1분기에는 20만원이 조금 넘게 모였다. 2분기에는 돈이 덜 모이길 바래본다.
우리는 이전에 다른 프로젝트를 함께 하면서 하나의 컨텐츠를 만들면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3개의 플랫폼에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직장인 A도 역시 그렇게 했다.
우리가 예상했을 때는 인스타그램 > 유튜브 > 틱톡 순이었다. 근데 결과는 전혀 달랐다.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인스타그램 = 틱톡 >>>>>>>>>>>>유튜브였다.
왜 그랬는지를 나중에 모여서 생각하고 논의해봤는데 직장인A가 올린 컨텐츠의 특성상, 친구나 지인을 태그해서 소환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컨텐츠였고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재였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은 친구나 지인을 태그하는 경우가 빈번했지만 유튜브는 그냥 혼자 시청하고 댓글을 다는 정도였기 때문에 파급력이 좀 약했던 거 같다. 결국 세 군데 다 올려보고 알게 된 것이다. 아마 인스타그램만 했거나 유튜브만 했으면 이런 경험치는 쌓이지 않았을 거다.
생각하고, 고민하고, 예측하고 있다면 그냥 주저하지말고 일단 해보자.
창작의 고통과 벽이 느껴진다면 나를 숨기고 그냥 일단 누군가 볼 수 있게 올려보자.
무섭도록 무관심이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반응할 수 있다.
우리는 점쟁이가 아니다. 그냥 해보면 된다.
이 글에서는 직장인A의 케이스를 다뤘지만 영상제작자 B, 그래픽 디자이너 C, 그리고 이번에 새로 합류한 패션 브랜드 운영하는 D까지 다들 본인의 기술과 능력을 기반으로 사부작 사부작 매 주 공부하고 연습하고 만들고 있다. 나는 그림과 영상과 같은 쪽엔 재주가 없어서 '글쓰기'를 기반으로 해보고 있다. 종종 주간창작자들의 이야기를 올려볼 계획이다.
매 주 조금씩 성장하면 2023년이 끝날 무렵엔 꽤 멋진 회고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2분기, 3분기, 4분기 마감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