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청년

시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하여

by 벤치

이름 모를 시집에 빠져버린 청년의 고통을 당신은 아는가!


닳고 닳아

시인의 고뇌까진 닳아버린

허름한 시집을 보는

한 청년을 생각이라도 해보았냐는 말이다


홀로 환상에 빠져

뜻 잃은 문장들을 곱씹으며

시어 하나, 하나를

귀에 억지로 쑤셔 넣어 귀머거리가 된 그 청년을 알고 있냐는 말이다


짗궃은 날씨는 멈춘 날이 없고

가난과 사랑은 영원하니

그 청년의 고통 또한 오늘날의 백야(白夜)처럼 누군가의 정신 속에서 영원히 불타리라


당신은,

이름 모를 청년의 이름 모를 시집의 이름 모를 시의 고통을 아는가?



시를 쓰다 보면 가끔씩 나 자신에 대한 환멸을 느낀다.

내가 쓰려던 것은 이것이 아닌데,

내가 전하려던 바는 이것이 아닌데.


항상 아쉽고

항상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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