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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cos Oct 27. 2015

나보다 잘난 사람

글마저 잘 쓴 사람을 본 뒤 느낀 내 감정

  세상은 분명 넓고, 그 넓은 세상 만큼 사람도 많고, 그 많은 사람 중 나보다 잘난 사람도 물론 많다. ‘사람이 잘나 봐야 얼마나 잘났겠어’라고 믿고 있는 나 조차도 고개를 내 젖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을 발견하면 나는 아주 정말 미묘한 감정으로 빠져 든다. 그 감정은 너무 미묘해서 좋은 건지, 부러운 건지, 나쁜 건지를 구분할 수 없는 그냥 미묘한 감정이라는 새로운 감정이 되어 나에게 전해진다.


  처음에는 '잘생겼는데 글까지 잘 쓰네'로 시작한 부러움은 그 사람의 고독에 가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큰일 났다. 그 사람의 눈에서 고독이 보였다-나는 나보다 잘난 사람을 확신하는 순간이 눈에서 무언가를 읽었을 때다- 고독의 양과 질을 따질 수야 없겠지만, 보잘것없는 나의 것과 비교해보니 바보같이 그의 것이 더 좋은 고독처럼 느껴졌다.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부러움 보다 저 사람은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감탄이 먼저 앞섰다. 그는 상경하고 나서 창문 밖으로 남산이 보이는 방이 있는 집을 구했다. 그리고 그 풍경을 보면 글을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물론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그가 말했었지만- 그 생각마저도 혀를 내둘렀다.


  그보다는 조금 어리지만 그렇다고 사회에서 전혀 어리지 않는 어중간한 내 나이에서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과 어떻게 끝날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항상 나를 주춤하게 만들었다. 발 한 걸음 마저 내딛는 게 두려워 방 구석에 처박혀 있다 겨우 해가 지고 어둠만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또 하루를 후회했다.


  누구나 고민을 하고, 후회를 한다. 그 잘난 사람 마저도 자그마한 고민부터 커다란 후회까지 하며 살고 있었다. 우리의 고독은 그렇게 다 비슷해지는 것 같았고, 그의 생각이 나와 많이 어긋나지 않는다는 작은 위안-나만의 건방진 착각일지라도 좋다-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늦은 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차가운 공기 아래 이렇게 쓸데없는 고민을 오랜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사실만으로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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