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사랬냐? 집?
지난봄, 마음에 어떤 바람이 쉬이 하고 지나갔다.
"우리 집 한 번 보러 갈래?"
전세 재계약한 지 반년도 안 지난 시점이었다. 남편도 "그럴까?"라고 어렵지 않게 답해주어 우리는 그 주말에 관심 있던 매물을 어디 한 번 보러 갔다.
구경한 그 집을 사고 싶기도 했지만, 집을 한 번 보고 나니 우리 부부는 꼭 그 집이 아니더라도 왜인지 전세를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그 길로 집주인에게 혹시 전세를 내놓아줄 수 있겠느냐고 묻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예상과 달리 집주인은 바로 그러겠다고 했고, 그 날 오후 부동산에서 집 보러 오겠다고 연락이 왔고, 그다음 날 중개인과 함께 온 부부가 열심히 청소한 나를 허탈하게 만들며 집을 휘리릭 보고는 계약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빨리 집이 나갈 줄은 몰랐는데, 전세가 귀하다 하더니 정말 잘도 나갔다. 그렇게 아직 들어갈 집도 없는 채, 우리에게 3개월 남짓한 시간이 주어졌다. '드디어 나도 집을 살 수 있다!' 하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나 대형사고 친 건가?' 하는 두려움이 크게 덮쳐서 심장이 너무 크게 뛰는 나머지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태에 도달했다. 침대에 누워있는데도 방 전체가 좌우로 흔들거리는 느낌이 들며 멀미가 나서 변기를 붙잡고 헛구역질이란 것도 해보았다.
'누가 사랬냐? 집?'
내가 내 발등 또는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갈긴 듯한 이 기분
나는 힙하지가 않아서.
전세를 재계약하던 작년 초겨울에는 '그래, 요즘 누가 촌스럽게 집을 사나. 대출 갚느라 집에 얽매이며 사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그때그때 누리고 싶은 대로 누리며 사는 게 힙하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나는 힙하지가 않아서.
마음 한 켠에 집 있는 사람들이 어딘가 부러움이 솟아날 때마다, 또 보면 갑갑해지는 전셋집 화장실을 들어갈 때마다, 나는 '나도 내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가만있어보자. 내가 내가 언제 힙한 적 있었나? 아니 언제는 촌스럽지 않은 적 있었나?
그래, 촌스럽게 내가 집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