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적어보고 싶어서 20대 초반 때 썼던 다이어리를 열었다. 아니 20대도 되지 않았던 고등학교 3학년 다이어리였다. 특별히 이때를 들여다보려고 해서 시작한 것도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거의 10년 전 나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었다. 2013년도는 나에게 기억나는 것이 많이 없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의 시간은 나에게 뒤죽 박죽이다. 엄마의 죽음이라는 내 인생의 가장 충격적인 사건을 맞이하고 정신없이 괜찮아지려고 했던 시간이었다. 결국에 덮어지지 못한 채 시간으로 지워나갔던 것 같다. 그래서 13년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다이어리를 뒤지면서 ‘아 이게 이때였구나, 아 여행 갔던 게 13년도였구나’ 이렇게 알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치열하게 살았다. '열심히 살아왔구나'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없이 내 앞에 닥친 일을 해냈고 믿음이 없이는 버텨내기 힘들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의지할 곳이 없으니까 하나님밖에 바라볼 수 없었고, 성경에 쓰인 말씀이 진짜가 아니면 안 됐다. 그렇게 밖에 설명되지 않는 사건이었으니까. 하나님 곁으로 갔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고 그렇지 않으면 버텨내기가 힘들어서 어쩌면 더 신앙생활에 열심이었던 것 같다. 그전부터 해오던 워십 특순을 하고 제자훈련 스태프로 섬기고 유년부 교사로 섬기고. 그렇게 해서 하나님과 더 가까워져야만 했고 그래서 버틸 수 있었을 수도 있다. 지금 19살 친구들을 보면 아직 내 눈에는 너무 어린데, 그때의 나는 그런 생각을 할 시간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보였을 것 같다. 혼자서 그렇게 버텨 나갔던 모습이 그때 썼던 글을 보면 그냥 느껴진다. 특별히 어떤 감정을 드러내는 글은 없었지만 그냥 그때의 뭔가 글 자체에서 그런 분위기를 풍긴다. 12년도에는 대학 입시를 하고 여행도 많이 다녔다. 무슨 정신으로 그러고 다녔나 싶지만 바쁘게 삶을 채우면서 엄마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나를 버티게 했다. 그래서 그 시간들의 기록이 애틋하고 안쓰럽다. 그래도 그렇게 라도 이겨낼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발리로 말레이시아로 여행을 가면서 엄마와의 시간들과 흔적들을 찾았고 그래서 견딜 수 있었다.
그래서 10년이 지난 지금은? 아직도 슬프다. 엄마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난다. 납골당에 가면 울음이 터진다. 그렇다고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아프지는 않다. 나름대로 상담을 받으면서 점점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법을 배웠고 남들 앞에서 울지는 못하지만 혼자 있을 때나 가족들이랑 있을 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같이 엄마 얘기를 하면서 슬퍼하고 웃기도 한다. 이제 엄마를 아는 사람들이 점점 없어지는 게 너무 아프다. 그래서 엄마를 아는 사람들이랑 얘기를 하면 그냥 좋다. 같은 추억과 경험, 엄마에 대한 인상이나 성격에 공감하고 이야기하는 시간들이 행복하다. 근데 그런 사람들이 정말 없다. 이럴 때 외국에서 살았던 게 참 아쉽다. 엄마랑 같이 일했던 선생님들은 이미 소식이 많이 끊겼고 북경 교회 집사님들도 어디에 계셨는지 잘 모를뿐더러 그때는 너무 어렸어서 지금 만난다고 해도 너무 어색하다. 그래서 신영언니를 만났을 때 너무 좋았고 공감하는 부분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이렇게 라도 엄마를 추억할 수 있어서 좋다. 지금은 그래서 가끔 울고 가끔 웃고 가끔 그리워하고 가끔 함께하지 못하는 것에 아쉬워하면서 살고 있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너무 슬픈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지는 것이 신기하고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괜찮아지는 게 너무 다행이다. 그렇게 지으신 거겠지. 그래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