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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어플 쓰지 않고 찍는 셀카다.

꾸준히 글쓰기, 다짐과 시작에 대하여

by JuneK



글쓰기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 같은 존재다.


마음공부 즉, 명상이라 불리는 것을 꾸준히 시작한 지도 1년이 다 되어간다. 대부분의 시간 불성실 했으며, 마음껏 잡념 사이를 유영하다 종료하는 시간도 많았다고 고백한다. 그럼에도 거의 대부분의 날들에 눈을 뜨면 눈곱 겨우 떼며 좌선을 한 이유는 간절함이었다. 나의 마음 작용 시간을 최대한 길게 멈추도록 하고 부디 나에게 편안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었다. 더 이상 한밤중에 이불킥을 하고 관계를 단절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지 않은 간절함이 있었다고 믿고 싶다.


글쓰기도 그렇다. 어떤 시절에는 막연한 답답함에서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표현 수단이기도 했고, 어떤 순간에는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악랄한 칼날이기도 했으며,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을 간직할 소중한 마음이기도 했다.


명상을 시작한 뒤로는 매일 생활일지와 명상에 대한 소회를 적는다. 그렇게 적다 보면 가장 작게 움츠러드는 나, 그리고 나에게도 솔직하지 못할 부끄러운 내가 보인다. 매일 그와 마주하게 되면 나는 한숨을 쉬기도, 도망을 치기도, 위로를 하기도 한다. 그래도 이 모든 게 나이니 어쩔 수 있나, 같이 잘 데리고 살아야 한다. 매일 쓰는 생활 일지와 명상에 대한 기록이 결국 나를 이 글쓰기 앞으로 데려와 앉혔다고 생각한다. 이제 정말 차 떼고 포 떼고 그냥 벌거벗은 나로 그게 어떤 결과일지라도 써내려 갈 것이다. 그리고 다시 숨기지 않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줄 것이다. 응원할 것이다.



글쓰기는 어플 쓰지 않고 찍는 셀카다.

렌즈를 뒤집어 비율을 늘리거나 해상도를 뭉개 잡티를 없애고 미간을 좁혀주거나 턱을 깎아 본들 그건 내가 아닐 테니 남긴대도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를 마주하고 나를 인정해 주는 일. 누군가에게 바라지 않고 내가 해줄 것이다. 그게 지금의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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