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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N Mar 16. 2021

2021.03.16. 오전 9시 30분

늙어간다는 게참 슬프다

결국 어제 할머니는 요양병원에 가셨다. 몇 년 간 수십 번의 실랑이 끝에 결국.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큰댁에서 사셨으니 15년 이상 큰댁에서 계신 것 같다. 이제 혼자서는 거동이 불가능한 수준이신데 간병인이 화장실 갈 때 잘 부축해줄지 산책이라도 시켜줄는지 모르겠다. 뭐라도 하시면서 시간을 보내셔야 할 텐데 밥도 안 드시고 계속 울고 계신 건 아닌지 걱정이 많이 된다. 


큰댁에서 할머니를 모시게 된 후로 크고 작은 갈등이 참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할머니, 큰아빠, 큰엄마 모두가 저마다의 입장에서 고생스러운 기간이었다. 때로는 그 갈등으로 계획 없이 우리 집에 오시기도 했다. 재작년 여름에 우리 집에 오셨을 때만 해도 정정하셨는데 지금은 하루하루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신다. 할머니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는지라 노인정에 가서 다른 어르신들이랑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많이 풀곤 하셨는데 코로나 이후로 노인정에도 못 가시고 동네 어르신들과 교류도 없어지면서 더 빠르게 상태가 악화되는 듯하다. 


어릴 적 할머니가 키워주신 은혜를 생각하면, 그리고 할머니의 고생스러운 과거 이야기를 들으면 한없이 슬퍼진다. 그러다가도 할머니가 자꾸 다른 동네 어르신들과 비교하는 말씀을 하시고 이 사람 저 사람 욕을 하실 때면 너무 지친다. 그래도 지난 주말에 얼굴 한번 뵈러 다녀와서 다행이다. 


생판 남의 자식도 아이들은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어느새 짐이 된다는 현실이 너무 씁쓸하다. 우리 엄마 아빠도 점차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어 갈 텐데 나는 어떻게 해야 오랫동안 좋은 딸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엄마 아빠도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해야 자식들에게 덜 피해를 줄 수 있을지, 덜 추하게 늙어갈 수 있을지 생각이 많으신듯하다. 코로나로 면회가 잘 안된다고 하던데, 이번 주말에 할머니 보러 한번 더 다녀올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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