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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N Sep 18. 2015

할랄과 코셔

하나의 브랜드가 된 식문화

하나의 브랜드가 된, 식문화(食文化)


1. 음식에 담긴 가치

음식을 먹는 것은 현재에는 생활이며, 과거의 그리움이다.



먹거리에는 삶이 반영됩니다. 그 속에 문화가 있고, 경제가 있습니다. 역사가 있고, 종교가 담겨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셰프라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는 있어도, 행복을 전하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저는 요즘 jtbc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를 즐겨 보는데 항상 보기 좋고, 맛 좋은 음식을 만든 셰프가 승리하지는 않습니다. 냉장고 주인이 승패를 결정하기 때문에, 냉장고 주인의 마음을 움직인 셰프가 승리를 하게 되죠.  

요리의 기본은 먹는 사람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요즈음은 서울 시내에서 세계 각지의 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또, 세계 곳곳에서도 한식당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먹는 팟타이가 태국에서 먹는 파스타와 같은 맛은 아닙니다. 뉴욕에서 잘 나가는 한식당에서 파는 불고기가 토종 한국인 입맛에는 맞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음식을 재구성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으로 어떤 향신료를 사용하는 지, 어떤 작물을 많이 재배하는 나라인지, 기후는 어떤지, 사람들이 어떤 종교를 믿는 지, 어떤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참 많습니다.



2. 이슬람 교도들의 음식, 할랄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이 할랄 식품 시장을 개척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식 세계화가 미국 시장에 자리 잡는 데 주력한 것에 반해, 이번 일을 계기로 한식이 중동 시장을 개척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이슬람교도들은 음식에 독특한 율법이 있습니다. 그들은 오로지 신이 허용한 음식이란 뜻의 할랄 푸드 만을 먹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먹을 수 없는, 금지된 식품은 하람(Haram)이라고 합니다. 먹을 수 있는 음식에도 제한이 있고, 육류의 경우 율법에 따라 도축되어야 하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절기와 그렇지 않은 절기의 구분도 있습니다.


금지되는 식품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돼지고기, 피, 알코올이 있습니다. 또한, 알라의 이름으로 도축하지 않은 육류도 금기입니다. 도축을 하지 않고 죽은 동물이나, 썩은 고기, 육식 동물의 고기도 먹을 수 없습니다. 개, 고양이와 같은 애완동물, 당나귀, 노새, 말도 금지됩니다. 곤충은 오로지 메뚜기만 허용됩니다.

이슬람은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눠지는 데, 해산물에 관해 두 종파 간에 이견이 있습니다. 수니파가 모든 물고기를 할랄로 간주하는 반면에 시아파는 새우와 비늘이 있는 물고기만을 먹습니다. 시아파 중에서도 하나피 학파는 모든 갑각류를 금기시합니다.



허용된 육류라 할지라도 이슬람식으로 도축되지 않으면 먹을 수 없습니다. 이슬람교도들은 동물은 신의 창조물이고, 영혼이 있기 때문에 신의 허락 없이 인간은 동물을 죽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식량을 얻기 위해서, 혹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만 동물을 죽일 수 있습니다. 도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살되는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이슬람교인들은 짐승의 머리를 메카를 향해 눕히고 기도를 한 다음, 단칼에 목을 치고 모든 피를 다 빼냅니다. 혹은 급소를 공격한 다음, 손으로 동맥을 끊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은 대량생산체제에 부적합하기 때문에, 현대에는 도살 직전에 알라신을 향해 기도를 드리는 것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할랄 가이즈 트럭에서 파는 메뉴

 

할랄 가이즈를 줄 서서 기다리는 뉴요커들



음식에 대한 규제가 까다롭기 때문에, 그럼 대체 뭘 먹으란말인가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할랄 음식은 대체로 참 맛있습니다. 저는 미국에 머무를 때 할랄 음식을 종종 사먹었는 데 값은 조금 비싼 편이었지만, 양도 푸짐하고 약간 느끼하고 짭조름한 게 한국인들 입맛에 잘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위 사진은 할랄가이즈라고 할랄 음식을 파는 푸드 트럭입니다. 미국 곳곳에 저 푸드 트럭이 있는데, 사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이슬람교도들이 아닌 일반 사람들도 참 많이 즐겨먹습니다.



3. 유대인들의 음식, 코셔

유대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까다로운 음식 계율을 갖추고 있습니다. 음식 계율은 유대인들이 세계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살면서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동질성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들은 이 까다로운 규율을 준수하는 것이 본연의 욕구를 통제하고 성스러움을 향하는 첫 걸음이라 여깁니다.



유대인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코셔(Kosher, 히브리어로는 kasher, 카셰르라고 읽음)라고 합니다. 유대인들은 부정한 음식에 대한 금기, 도살하는 방법, 특정한 절기에 지키는 음식법 등으로 계율을 구분합니다.



할랄과 마찬가지로 금기들은 주로 육류에 관한 것입니다. 유대인들이 먹을 수 있는 육류는 오직 채식 동물입니다. 채식 동물 중에서도, 반추동물(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이면서 발굽이 둘로 갈라져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돼지는 발굽이 둘로 갈라져있지만 반추동물이 아니므로 먹을 수 없습니다. 반면, 낙타는 반추동물이지만 발굽이 갈라지지 않았으므로 먹지 않습니다. 어육류 중에서는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것들만 허용이 됩니다. 따라서, 갑각류와 조개류 등은 금식합니다. 새들 중에서는 오로지 가금류만 먹을 수 있습니다.


코셔에서 허용되는 소의 부위


먹을 수 있는 동물이라도, 코셔가 되기 위해서는 정확한 조건에서 도살되어야 합니다. 코셔 인증 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도살자가 날카로운 칼을 이용해 한 번에 동물의 멱을 따 숨을 끊어야 합니다. 또한, 동물의 피를 완전히 제거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이스라엘 가정에서는 고기를 요리하기 전에는 몇 시간 동안 물에 담가 피를 완전히 뺀다고 합니다.


곤충에 관한 규율도 있는 데, 곤충 중에서는 메뚜기, 베짱이, 귀뚜라미, 여치 만을 먹을 수 있습니다. 네 발로 다니며, 날개가 있고, 다리가 있어 땅에서 뛸 수 있는 것들만 먹을 수 있다는 성경 구절이 있기 때문입니다. (레위기 11:20~22) 하지만, 위 네 곤충들을 구별해 내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유대인들은 모든 곤충을 먹지 않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벌이 생산하는 꿀은 허용됩니다. 코셔에서 특이하다고 느낀 점은, 유대인들은 고기와 유제품을 함께 먹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고기와 유제품은 최소한 한 시간에서 여섯 시간의 간격을 두고 먹습니다.


코셔는 복잡한 인증 절차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아무런 인증 절차가 필요 없는 브라질의 한 닭 도축장과, 코셔 인증을 받은 이스라엘의 한 도축장을 단순 비교한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두 도축장의 넓이가 같다고 가정할 때, 브라질의 도축장에서는 총 직원 50명이 하루 50만 마리의 닭을 도축할 수 있는 반면에 이스라엘의 도축장에서는 총 직원 400명이 10만 마리만 도축할 수 있다고 합니다. 노동력 대비 생산성을 따지자면, 브라질 도축장이 이스라엘에 비해 40배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할랄과 코셔, 공통점과 차이점

코셔와 할랄은 모두 돼지고기를 금합니다. 이에는 종교적인 이유 외에도 문화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건 중동지역의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채식동물들이 풀을 먹는 것과 달리 돼지고기는 잡식성으로 인간이 먹다 남은 음식을 먹기 때문에 외향적으로 불결한 이미지를 주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는, 중동 국가들은 유목민족이었는데, 돼지는 농경 사회에 적합한 가축이지 유목사회에서는 사육하기 힘든 동물이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공통점은 곤충을 먹지 않는 것입니다. 코셔에서는 엄밀히 말하면 메뚜기와 귀뚜라미 등 네 가지 곤충을 먹을 수 있는 데, 이를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에 유대인들은 곤충을 먹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또한, 할랄과 코셔 모두 동물을 도살할 때,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도살 이후에 피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도 같습니다. 이슬람교에서는 도축 전에 알라의 이름을 말해야 하는데, 일부 이슬람교도는 코셔 고기도 할랄로 인정한다고 합니다.


반면 할랄과 코셔의 가장 큰 차이는, 알코올에 관한 규정입니다. 이슬람교도들은 알코올을 마시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알코올 성분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식품은 절대 먹지 않습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금지된 식품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알코올은 상관하지 않습니다. 또, 이슬람교에서는 유대교에서 금지하는 낙타고기를 먹습니다. 또한, 유대인들은 갑각류와 조개류의 식용을 금하는 데 이슬람교도들은 이들을 먹습니다.


5. 고부가가치의 브랜드, 식문화

할랄과 코셔 식품의 생산은 비경제적입니다.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고, 생산품은 훨씬 적습니다. 그러나, 공급이 적은 만큼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무슬림(Muslim: 이슬람교도) 인구가 약 18억 명입니다. 전문가들은 할랄 식품 시장 규모를 환산하면 한국 돈으로 연간 1200조 원이라고 합니다. 이슬람 국가들이 대체적으로 출산율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할랄 식품 시장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코셔 상품의 경우, 유대인 인구는 적지만, 코셔 상품을 원하는 비유대인들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코셔는 인증 절차가 워낙 까다롭기 때문에, 코셔 인증을 받은 제품은 깨끗하고 청결한 이미지를 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코셔 시장은 약 260조 원의 환산 가치를 갖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유대교인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가 자신은 스스로 도축한 고기만을 먹는다고 말해 화제가 된 적이 있기도 한데, 이처럼 고소득 유대인들 중에 본인들이 먹을 음식에 대해 기꺼이 높은 금액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아 코셔 시장이 더욱 주목받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코카콜라, 네슬레(Nestle), 하겐다즈 등 외국계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코셔 제품 생산 라인을 구축한 곳이 많습니다. 콜라나 아이스크림에도 코셔가 있어야 하는 건지 궁금했는 데, 위에 언급한 내용들 이외에도 사탕수수를 사용하면 안 되는 등의 많은 율법이 있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은 코셔 소금입니다.

코셔 소금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할랄 음식들도 굉장히 높은 가격대를 형성합니다. 할랄 식자재를 취급하는 곳이 별로 없어 유통 단계에서 이미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조리 과정에도 할랄 인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영양사 실습을 한 적이 있는데, 일반 한식의 경우 한 끼당 환자 부담금이 약 2500원 정도인데 비해, 할랄식은 5만 원대 가격에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전망하는 할랄이나 코셔 시장에 한식이 진출하는 것도 분명 의의가 있지만, 한식도 그 나름의 독자적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할랄이나 코셔는 이슬람교인들과 유대교인들에게는 필수적인 선택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음식을 자발적으로 찾아먹습니다. 코셔의 경우 청결하고 안전한 이미지 덕분에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받고 있습니다. 한식도 식품의 생산 및 관리 과정이 좀 더 꼼꼼하게 심사된다면 한식 세계화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고:

정한진. "유대교와 이슬람교 음식 계율의 공통점과 차이점." 네이버 지식백과. N.p., n.d. Web. 22 July 2015

"식품업계 새로운 먹거리 할랄 시장." Interview. Audio blog post. 손에 잡히는 경제 이진우입니다. MBC, 15 Mar. 2015. Web.

 "Mark Zuckerberg's New Challenge: Eating Only What He Kills (and Yes, We Do Mean Literally...)." Fortune. N.p., 26 May 2011. Web. 24 Jul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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