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어떤 사람이랑 해야 하는 거야?

친구들에게, 혹은 훗날 나의 소중한 아이에게.

by 수현

28살에 결혼을 했습니다.

주관적인 개념이지만, 가진 것도 이룬 것도 없이 뭐 모를 때 결혼을 했습니다.


스물여덟이라는 나이가 어떤 시기엔 이미 노처녀 소리를 들을 때기도 했고, 또 어떤 시기엔 결혼 적령기였지만, 지금으로서는 아직 그냥 사회 초년생이잖아요. 물론 스물여덟보다 더 빨리 결혼한 분들도 계시지만요.

저도 결혼하기 전에 저 스스로 어린 나이라고 생각했고, 주변에 결혼한 혹은 결혼할 친구가 하나 없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근데 어차피 내가 결혼을 할 거라면 이 사람과 할 거 같고, 그럼 결혼을 먼저 해서 이 사람과 함께 있어주자, 같이 성장해 보자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결혼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겁이 없다고 해야 할지, 용기 있다고 해야 할지.

그런데, 다시 시간을 돌려 결혼하기 전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저는 그때 결혼을 할 거 같더라고요.

어떤 점 때문에 내가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 가만히 고민을 해봤습니다.

딱히 어떤 점.이라고 꼬집어 말하기 힘들지만 굳이 정의 내리자면, 아마 지금 상태에 대한 만족감과 앞으로의 모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거 같아요.


주변 알고 지내는 사람들 중에서 결혼을 일찍 어린 나이에 한 편이라 언니, 오빠, 동생들 가리지 않고 종종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어떤 결심이 들어서 결혼을 하게 된 거야?

왜 그 사람이랑 결혼이 하고 싶었어?

결혼은 어떤 사람이랑 해야 하는 거야?


결혼식을 하기 직전과 혹은 직후에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답이 바로 나왔어요. 그땐 분명한 이유들이 몇 가지 있었거든요. 나한테 잘 맞는, 괜찮은, 좋은 사람을 만나서. 이런저런 개인적인 사정들과 우리의 결심이 서서 결혼을 했다는, 어쩌면 명확한 이유가 있었어요.

그런데 결혼을 하고 시간이 조금씩 흐를수록, 저 질문을 받으면 정말 피상적인 대답만 하게 되더라고요. 엄마 아빠한테 왜 결혼했냐고 물으면 하시는 대답처럼요. 그냥 좋아서 했지 뭐~ 결혼할 때에 만난 사람이니까 했지 뭐~ 뭐 모르고 했지 뭐~ 이렇게요. 웃자고 한 대답들이긴 했지만, 우리가 결혼을 하기로 했던 명확했던 이유들이 흐려지고, 결국은 그 사람과 결혼을 했다는 사실과 그 사람에 대한 감정만 남기에, 대답하기가 참 모호한 혹은 가물가물한 무언가가 되어가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마음 진심으로 응원하는 친구가 정말 진지하게 묻더라고요.

너는 결혼할 사람에 대해 어떤 기준을 두고 보았어?

그래서 저도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나는 어떤 기준을 두고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나 하고요.

물론 개인적인 상황들이나, 각자만의 마음의 크기라는 게 있겠지만 정말 그 누구에게라도 적용되는 기준점이 뭐가 있을까? 어떤 게 정말 중요한 걸까? 내 친구의 행복을 바라며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조언을 해주면 도움이 될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결혼은 많이 재고 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변 저희를 애매하게 아는 사람들은 네가 뭘 재고 따져서 결혼을 했냐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도 정말 많이 재고 따졌어요. [결혼은 내가 태어나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부모도, 친구도, 자식도 어쩌면 내가 오롯하게 선택해서 만들어진 관계는 아니니까요.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하는가가 내 인생의 색깔을 바꿔버리는 엄청난 선택이니 정말 신중하게, 진심으로 마주하고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뭘 재고 따져야 할까요?

물론 현실적인 기준들도 무시할 수는 없죠. 어떻게 생겼냐, 키가 얼마나 되냐, 어떤 몸매를 가졌냐 와 같이 내가 이성적으로 느낄만한 요소들 너무 중요하죠. 그런데 어쩌면 이 부분은 연애할 때 각자만의 기준을 두고 통과시켰을 테니 더 얘기할 부분은 아니겠네요. 하나만 얘기하자면 저희 부부는 결혼하고 10킬로가 쪘습니다. 물론 건강하게 나름 운동도 하는데 말이죠. 아주 둥글둥글해졌어요. 외적인 요소들은 어차피 결혼하고 나면 다 익숙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럼 또 많이들 중요하게 보는 게 어떤 직업을 가졌냐, 얼마를 버냐, 얼마만큼의 재산을 소유했냐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가 만들어내는 나의 자산이 형성되다 보니 참 안 보고 싶어도 안 볼 수 없는 부분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니 각자 얼마를 벌고 얼마나 좋은 걸 가지고 있는지 안 따져볼 수 없는 현실이 누군가에겐 슬프기도 누군가에겐 당연하기도 한 것이겠죠. 많은 제 또래의 사람들이 이런 경제적인 것에서 준비가 안되었다고 생각해서 연애도 결혼도 못하고 있더라고요. 한 번 이런 생각에 빠지게 되면 헤어 나오기 힘든 고려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요. 외모도 직업도 재력도 중요하죠. 그런 쪽으로 뛰어난 사람을 만나 인스타에 올리는 사람들을 보면 뭐 가끔 부럽다는 생각도 들긴 하니까요.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니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다는 생각이 더 더 확실하게 들더라고요. 결혼은 서로 다른 사람이 둘이 만나 내 모든 인생을 공유하면서 함께 사는 것이기에 어쩌면 매일 양보하고, 매일 참고, 매일 싸우고, 매일 타협하는 그런 과정 속에서 사는 것임을 느끼거든요. 그러기에 현실적인 기준들을 뛰어넘어 설 수 있는 다른 가치를 들여다보고 재고 따져봐야 한다는 걸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먼저 하나는, [변하지 않는 가치를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돈은 있다가도 없어질 수 있고, 없다가도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잘못된 판단으로 한 번에 날릴 수도 있다가 어떠한 행운으로 한 번에 많아질 수도 있는 거죠. 이런 일은 누구에나 일어날 수 있고요. 당신과 결혼한 사람에게도 말이죠. 몸과 마음 상태, 직업과 같은 것도 마찬가지예요. 어느 날 어떠한 계기로 몸의 상태가 지금과 달라질 수도 있고, 마음의 병에 걸려 몸의 모습까지 변해버릴 수도 있죠. 인간이니까요.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정리해고를 당하게 되거나 퇴사를 결심한다거나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되기도 하죠. 생각보다 돈이나 외모 혹은 직업과 같은 것들은 변동성이 큽니다. 인생을 늘 계획대로 되지만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변하지 않는 가치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인 인성, 타고난 성격,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에서 스스로의 몸에 체득한 이성과 감성과 같은 것을요. 그러한 요소들은 딱 맞아떨어지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다 각자의 고유한 것들을 타고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변하지 않는 가치가 내가 보았을 때 빛이 나는 것인가. 그대로를 인정하고 서로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사람의 삶의 모습이 내가 기꺼이 응원이 되는가. 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그런 게 잘 맞는 사람이라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겁니다.


[내가 그 사람의 미운점을 계속 보고도 감수할 수 있는가]를 따져봐야 합니다.

좋은 점 때문에 연애는 시작했을지언정, 결혼은 미운 점을 들여다 보고 재고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타고난 성질과 속성은 절대요. 하늘이 두 쪽 나야 변할까 말까 할 겁니다. 그러니 그 사람이 변할 거야 라는 믿음을 가지고 결혼을 하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 연애를 할 때 짧든 길든 간에 그 사람의 가장 밑바닥의 모습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해요. 내가 감싸 안아줄 수 있는 부분인지, 보안해 줄 수 있는 것인지를 반드시 생각하고 결혼을 해야 합니다. 알고, 결심하고, 결혼을 해도 힘든 부분이에요. 물론 상대방에게만 미운 점이 있나요. 반드시 나에게도 미운점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상대방도 고민하게 해야 해요. '나는 변하지 않을 거니까 너 감당할 수 있겠니?' 이런 게 아니고, '나도 노력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나의 이런 점은 변하기 쉽지 않을 텐데 계속 보고 살 수 있겠니?' 이렇게 가야겠죠. 결혼을 하고 같이 살다 보니, 서로 정말 너는 못 말린다 하는 부분들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감수하겠다. 내가 채워줄 수 있겠다 생각하고 한 결혼이라서 이제 그렇게 화가 나지도 않더라고요. 늘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안 좋은 상황에서도 손을 놓지 않고 곁을 떠나지 않는 게 부부라고 생각해요.


[서로의 행복한 삶의 모습이 일치하는가]도 너무 중요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행복이란 건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것 입니다. 행복한 삶을 떠올렸을 때, 그 모습의 톤과 온도가 어느 정도 맞아야 비슷한 미래를 꿈꾸며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된다고 생각해요. 설사 그 행복을 실현시키는 방식이 다르더라도 그건 맞춰나갈 수 있습니다. 어쨌든 행복할 수 있는 결과물이 비슷할 테니까요. 하지만 방향이 다른 사람이라면 분명 어려울 거예요. 나는 행복한데 상대는 불행하면 결국은 모두가 불행해지는 게 결혼 생활입니다. 대화를 많이 나누고, 그 사람이 정말로 행복해 하는 순간을 포착하세요. 그리고 나도 그 순간에 함께 행복한가도요. 결국 결혼을 재고 따지기에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준비 자세는 나를 잘 아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는 너무 당연하겠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가]입니다.

나한테 잘해줘서, 나를 예뻐해 줘서, 나를 아껴줘서, 사랑하는 건 너무 당연합니다. 나한테 잘해주는데 싫어할 사람 없습니다. 받는 사랑 말고. 주는 사랑의 마음이 결혼을 해도 될 정도인지 솔직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심적으로요. 우리는 모두 사랑받기에 충분하고 당연한 사람들 아닙니까. 그리고 결혼을 해보니, 받는 사랑만큼이나 주는 사랑이 얼마나 충만한 행복감을 주는지를 느낍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부부 사이의 가장 중요한 감정이 측은지심이라는 걸 부모님 세대의 부부 분들을 보며 느낍니다. 인생을 살면서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생길 겁니다. 결혼하기 전의 상대의 밑바닥 모습과는 비교가 안 될 가장 심연의 밑바닥 모습을 보게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고되고 힘든 인생을 두 손 꼭 잡고 부딪혀가며 나아가는데, 둘 사이에 생기는 감정은 얼마나 첨예하게 복잡할까요? 하나로 정의 내리기 힘든 감정들일 겁니다. 저는 그 감정들의 결과물이 측은지심이어야 결국 끝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마음로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애썼다. 가엾다. 내가 사랑했던,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나도 내 삶을 희생하고 함께 고통을 감수하는 것. 너무 거창한 거 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너무 소중한 두 사람의 인생과 관련된 것이니까요. 함께 할 수 있음은 결국은 사랑이겠습니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임은 이미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그 과정에 있어서 참 많은 것은 알고 배우게 해주는 거 같아서, 저는 개인적으로 추천은 하는 바입니다. 결혼이라는 것에 정답이 있겠습니까만은, 한 사람의 인생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합니까. 그러니 결혼을 선택한다면 정말 신중하게 재고 따지고 하세요. 하지만 뭘 재고 따지냐는 깊이 들여다보고 성숙하게 고민해 보고 정하길 바랍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결국은 미숙한 두 사람이 평생 같이 살아가는 일이니까요. 제 생각을 주저리 써놓은 이 경험담이 누군가에게 인생을 뒤바꿔놓을 결정에 진심으로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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