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만큼은 죄인처럼 살고 싶습니다만
처음에는 가볍게 질문을 했다.
아무런 답이 오지 않았다.
점점 더 질문의 강도는 세졌다.
그래도 회신이 오지 않았다.
말하고 싶지 않았던 얘기까지 꺼냈다.
전혀 대답이 오지 않았다.
왜 여기에 왔는지까지 설명했다.
그러나 누구도 답변이 없었다.
_ 멋준오빠, 지난 한 달간 경험한 불통의 세계관 이야기 中
한창 글쓰기와 사진 올리는 재미에 빠져 SNS에 매일 같이 일상을 올리던 제가 어떤 사건을 목도하고서 스스로 공개형 SNS에 글을 올리는 행위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난 후, 제가 alookso라는 공개형 SNS에 찾아와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되기까지는 무려 7년의 시간이 필요했죠.
친구들 사이에서 SNS 중독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관종으로 불릴 정도로 제 일상을 끊임없이 나누던 글을 쓰던 제가 글을 멈추게 된 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2014년 4월 16일에 있던 세월호 사건 때문입니다.
마침 저는 4월 14일부터 1주일 동안 휴가를 받아서 제주도에 있었지요. 그래서 제 본캐가 쓰던 SNS의 마지막 피드는 이후 할머님이 돌아가셔서 부고를 남긴 것을 제외하면, 4월 15일에 멈춰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언젠가 한 번쯤은 꺼내보고 싶었는데, 마침 4월이 되었고 사월에는 이야기해도 될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꺼내봅니다.
세월호 사건 때, 본 적도 없고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것도 꽃다운 나이의 고등학생들이 실시간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중계하는 언론을 보면서 정말 펑펑 울었습니다. 언론이 국민의 알 권리를 빙자하여 전 국민을 향해 집단 PTSD를 안겨준 사건입니다.
이 나라 언론은 집단 PTSD를 안겨준 사건에 대해 매우 강력한 책임이 있지만, [그놈의 알 권리] 운운하면서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죠. 촬영 헬기 타고 중계할 시간에, 그 장비를 써서 사람들을 구하지 그랬습니까? 실시간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걸 보고, 국민들이 어떤 충격을 받게 될지 전혀 예상하지 않았겠죠?
2014년은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죽어버렸던 한 해였습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안전사고와 대형사고는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왜 세월호 사건을 다른 사건과 비교해서 사람들이 유난히 오래 기억합니까? 바로 그 사건을 중계하려고 애썼던 언론들 때문이죠. 어쩌면 언론은 알리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 이동하는 비용을 아끼는 차원에서, 혹은 별도로 차량을 가져가겠다는 이유로 제가 그 배를 타고 제주도에 왔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했습니다. 분명히 당시 함께 놀러 갔던 사람들과 논의하던 상황에서 그렇게 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렇게 엄청나게 충격을 받고 나니, 더 이상 나 자신의 모습을 외부에 노출하고 싶어지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려고 이것저것 찍어서 올리면 왠지 돌아가신 분들께 폐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스스로 공개형 SNS 활동을 끊었습니다.
저는 중독이 심한 스타일이라 뭘 하다가 중간에 뭘 끊는 게 절대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단번에 끊어졌습니다. 대신 글 쓰던 버릇은 어디 가진 않아서, 카카오톡 단톡방이나 오프라인 모임을 연동한 다음/네이버 카페 같은 폐쇄형 SNS에서만 열심히 활동했었죠.
그랬던 제가 alookso에서 글을 다시 쓰게 된 건 순전히 돈 때문입니다. 그게 아니었으면 평생 절필 상태로 살았을 것 같습니다. 이 사실을 놓고, 제가 도무지 부정할 자신이 없네요. 어쩌면 이것이 자기 스스로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추악한 모습의 인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절필 상태에 놓여있던 저를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만들어주신 것도 alookso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어디에 가더라도 alookso가 제 글쓰기 실력을 배양해 준 플랫폼이라고 떳떳하게 말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정말 괜히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돈 몇 푼 버는 것에 홀라당 넘어가 버리는 바람에 지난 내 7년간의 신념을 깬 게 너무 아쉽습니다. 일상에 바빠서 세월호 사건을 잊고 지냈는데, 요즘은 누군지도 모르는 그들 때문에 매일 죄책감만 듭니다.
_ 멋준오빠, 풍자와 공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법 (모르면,외우세요)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