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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을 타는 법을 소개합니다

그 대단한 일론 머스크도 제작하길 포기한 타임머신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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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게 된 목적 : 


바쁜 시간을 쪼개 고향에 잠시 다녀왔다. 마침 다녀오려고 생각해 보니, 어버이날이었다는 게 참 타이밍이 신묘막측하기도 하고. 집에 가는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버스에서 내리고 보니 모교 앞이었다는 것.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모교에 방문하여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꽥꽥 소리를 질러가며 자신에게 패스를 요구하는 아이들이 왠지 후배로 예상된다. 이제는 그들의 나이에 2배가 되어버려 아저씨가 된 나 자신을 돌아본다. 한참을 모교 앞에서 우두커니 쳐다보다가 문득 나이를 먹어버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니 기분이 조금 묘했다. 또한 모교 주변을 돌아보니, 내가 학교를 다닐 때와 비교해서 그렇게 많이 변해있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같이 변화해서 살아있는 것 같은 서울 한복판과 비교해서 내가 살던 지방 어느 작은 소도시는 멈춰있는 상황을 넘어 죽어있는 느낌이 짙었다. 죽어있는 느낌을 그나마 살려준 게 지방선거 현수막이었다고 하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그 현수막마저도 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히 기초의원 단위로 넘어가면 유치하기 짝이 없다. 저런 사람을 의원으로 뽑아줘야 한단 말인가 싶은 한탄함이 몰려온다. 이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방선거는 매우 중요한 위상을 갖는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는 매우 아쉽게 석패했기 때문에, 석패 이후에 치르는 2차전으로서의 양상이 짙고, 무엇보다도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안철수 후보가 이번에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두 사람에 가려져 지방선거 본질 자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가 조금 굵직굵직한 단위의 지도자를 뽑는 선거라면, 지방선거란 모름지기 모세혈관 단위로 활동하는 지도자들을 뽑는 자리이다. 실제로는 후자가 우리의 삶에 주고받을 게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중요할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지방선거의 중요성이 가려지는 게 조금은 아쉽다. 또한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확실시되는 지방선거의 분위기가 안타깝다. 이럴 거면 왜 선거를 해아 하나 싶기도 한데, 적어도 지방선거에서만큼은 정당과 상관없이 일 잘하는 사람을 뽑으면 안 되는 건가? 문득 민방위 훈련 때 처음 만났던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이 떠오른다. 처음 봤을 때 무척 심드렁한 모습으로 그녀의 연설을 듣다가, 어느새 그녀가 준비한 건의사항 페스티벌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수많은 민방위 대원들을 보았다. 이것이야말로 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정치효능감]이 아닐까. 내가 가진 문제를 해결해준다는데, 그깟 정당이 무슨 상관이랴. 그런데 일을 잘하는지 보려면 시켜줘 봐야 안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일을 시키기 전에 이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인지 알아볼 수 있다면 참 좋겠는데, 일을 시켜봐야만 알 수 있는 영역이다 보니 그게 아직은 참 어렵다. 이와는 별개로 일 잘하는 이미지를 가진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와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은 지지하는 정당이 다르다. 두 사람이 특정 선거에서 맞붙게 되는 그림을 문득 그려본다. 두 사람이 언젠가 선거에서 맞붙게 되면, 나는 과연 누구를 찍어야 하는 것일지 상상해 보았는데, 이런 상상은 해보는 것만 해도 즐겁다. 이번 지방선거도 딱히 뽑을만한 지도자가 보이지 않아서 아쉽다. 언젠가 지도자를 뽑는 일이 즐거운 상상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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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을 타는 법을 소개합니다




1.

인생 이회차에 대해

인간이 가졌던 열망


괴짜로 알려져 있는 일론 머스크는 대중들에게 호불호가 갈리는 편입니다. 저는 그의 말 한마디에 조금이나마 갈려나갔던 저의 가상자산 때문에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지만, 자신의 상상을 끝끝내 현실로 만들어내고야 마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경이롭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아무리 그가 밉다고 하더라도 미워할 수 없는 악동처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죠.


이런 괴짜 일론 머스크도 타임머신을 만들어서 타보겠다는 말은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아무리 괴짜라고는 해도 그는 뼛속까지 이공계인이기 때문이겠죠. 시간을 되돌리는 건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데, 타임머신을 그가 무슨 수로 만든단 말입니까? 일론 머스크 할아버지가 오더라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입니다.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건 안 봐도 넷플릭스죠.


그런데 타임머신이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은 누구나 합니다. 저 같은 경우, 학창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요. 학창 시절로 돌아가면 좀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사뭇 다른 사람이겠지만, 그래도 본질은 같은 사람일 테니 살아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큰 흐름은 아마 바뀌지 않을 테죠. 그런데 늘 사소한 것에 겁먹고, 고작 시험 점수 하나에 목이 매인 채 초조하게 살았던 지난날을 돌아봅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당시보다 소소한 행복은 좀 더 많이 누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가끔씩 그 시절이 그립네요.


인생 2회차 상상은 미디어에서 많이 다루는 소재입니다. 최근 배우 이준기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에서도 이런 인생 2회차 스토리를 담고 있는데요. 그만큼 사람들은 타임머신, 과거로 회귀하는 삶에 관심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저처럼 자신이 살았던 과거가 많이 아쉬운 사람이 있나 봅니다. 혹시 여러분은 과거로 돌아가면 가장 해보고 싶은 게 무엇인가요?



2.

일론 머스크도 감히

하지 못한 시간여행


일론 머스크도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시간여행을 제가 한번 제안해보려고 합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꺼낼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저도 저 자신이 과거로 돌아가는 방법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살던 2000년대로 돌아가는 건, 생각보다 어렵진 않더라고요. 바로 [고향]에 방문하여 [모교]를 찾아가는 일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늘 타지에서 맴돌다가 어버이날, 부모님 생신, 명절 등 가족 행사가 있는 날에 고향에 방문합니다. 집에만 딱 들리다 보니, 도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별로 관심을 가질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가는 시내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차에서 내리고 보니 모교 앞에 내려버렸지 뭡니까. 앉은 김에 쉬어간다고, 오래간만에 모교를 방문해 보았습니다.


예전에 학교를 다닐 때와 비교하면 뭔가 새로운 건물이 많이 들어서긴 했지만,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은 저버릴 수 없었습니다. 제가 지금 사는 도시, [서울]은 매일같이 재건축이 빈번하고, 볼 때마다 깨끗하게 관리된 건물들이 가득한 장소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살았던 고향은 2000년대 이후로 여전히 변화한 게 별로 없더군요. 나름 시가지로 알려진 거리를 둘러보아도 촌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촌스럽다는 표현은 아무래도 가치판단이 좀 들어간 것 같으니, 좀 더 세밀하게 묘사하여 표현해보겠습니다. 해당 가게가 운영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점포가 들어오지 못했기에 여전히 예전 가게 간판이 붙어있는 가게들이 수두룩하다는 말로 설명하겠습니다. 이렇게 팩트로 때릴 바에는 차라리 촌스럽다고 말하는 게 더 나았으려나요.




3.

오래 떨어져 살았는데

벗어버리지 못한 촌티


최근 유행하고 있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서울에 직장을 두고 있지만, 사는 지역이 경기도인 사람이 겪는 고충을 매우 흥미롭게 다루고 있는데요. 경기도에 산다고 촌에 사는 건 아니지만, 좀 더 극적인 비교 효과를 내기 위해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좀 많이 먼 경기도의 한 촌동네 지역을 보여줍니다. 실제 촬영 장소를 찾아보면, 드라마에서 [당미역]으로 나온 장소는 [충청남도] 천안시 성환역입니다. 염 씨 남매의 집은 [경기도] 연천군이라고 하죠. 그러니까 정말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경기도의 끝자락에 사는 게 맞네요.


제가 이 드라마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지점은 [촌티]였습니다. 배우 이민기는 자신의 여자 친구와 대화를 하던 중 [견딜 수 없이 촌스럽다]는 말을 듣고 큰 충격에 빠지는 모습을 실감 나게 연기합니다. 아무리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살아도 그의 태어난 곳은 지방의 한적한 시골. 즉, 그는 벗어버릴 수 없는 촌티를 갖고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드라마의 등장인물과 달리 저는 촌스러움을 굳이 벗어버리려고 하진 않았습니다. 그냥 저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내비치고 살았는데, 주변 사람들은 저를 촌스럽다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겉을 치장하고 꾸미는 것에 통 관심이 없다 보니, 서울에 살고 있지만 아무래도 서울 사람 티가 도무지 나지 않습니다. 촌티를 벗어내려고 애를 쓰지 않은 탓인지,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여전히 서울에 살고 있으나 서울에 살고 있지 않은 저라는 사람은 서울이라는 [미래 도시에 살고 있는 지방 출신의 시간여행자]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4.

타임머신을 타는

법을 소개합니다


이제 저는 미래 도시에 살고 있는 지방 출신의 시간여행자로서 여러분께 타임머신을 타는 법을 소개하겠습니다. 타임머신을 타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스마트폰을 꺼내 지도 앱을 켜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았을 장소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곳으로 떠나보는 것이죠. 관광지로 알려지지 않은 곳일수록 더 좋습니다. 한때 많은 사람들이 찾았던 장소이지만 이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바람에, 과거의 흔적을 어쩔 수 없이 고스란히 보존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라면 더욱 좋겠습니다.

[부곡하와이]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경상남도 창녕군 부곡면],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보관하고 있고 오래된 한옥을 통해 몇 백 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전주 어진박물관이 위치한 [전주 한옥마을], 겨울연가 드라마의  촬영지로 유명해져서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았지만 결국 철거되고 말았다는 춘천의 [준상이네 집] 등을 추천합니다. 셋다 시간이 과거에 멈춰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요. 과거에 멈춰있는 공간에 방문해보는 것이 과거로 떠나는 시간여행이 아니고서야 무엇이겠습니까.




무엇보다도 타임머신의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리는 방법이 있다면, 모교를 방문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타지에 오랫동안 살았던 분이 계신다면, 여러분의 고향에 한번 방문하여 모교를 꼭 한번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기존에 갖고 있던 어렴풋한 기억에 새로운 장면이 덧입혀지는 느낌은 마치 메타버스 세계에 들어간 것처럼 어색하고 얼떨떨하거든요. 분명히 여기는 내가 오랫동안 알던 곳인데, 이제는 더 이상 내가 알던 곳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거든요.



5.

지방선거보다 유명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타임머신이라는 소재를 통해 여러분의 관심을 끌었다면, 이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번 꺼내보려고 합니다. 2022년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 기초단체장(구청장/시장/군수)을 비롯하여 광역의원/기초의원/교육감 등을 한 번에 뽑는 선거이다 보니, 진행해야 하는 선거가 너무 많습니다. 선거도 많은 데다가 인지도가 떨어지는 정치인들이 출마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보다 관심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인지도 높은 정치인들이 등판하는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오히려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고나 할까요. 이번 지방선거를 장식하는 문구는 온통 이재명에, 안철수인 게 현실입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0.73% p 표차로 안타깝게 석패한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는 [인천광역시 계양구 을]에 전략공천되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 자리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너무 아쉬운 패배를 했던 탓에 두 달가량 칩거를 했던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이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다시금 정치계로 돌아와 안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마찬가지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하며 후보 사퇴를 선언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성남시 분당구 갑]에 출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서울시 노원구 병]에 재보궐선거로 당선되기 시작해서 19대, 20대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대통령의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사퇴하는 모습을 보였죠.


이번에 자신이 거주하던 곳이 아닌 [성남시 분당구 갑]에 출마하는 게 상당히 이상한데요. 원래 출마를 안 한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어느새 출마하는 것으로 바뀐 것도 의아합니다. 기성 정치인들이 자주 쓰는 드립인 [제2의 고향]이라는 표현이 아무래도 영 어색합니다. 성남에 과학첨단도시로 유명한 판교가 있다지만, 그게 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연결고리가 되는지 도무지 모르겠네요.


정치인들이 쓰는 수사법이야 언제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겨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카이스트 석좌교수를 지냈던 [대전], 단국대 의대 교수직을 보냈던 시절을 떠올린 [천안], 당시 단국대 서울캠퍼스가 위치해있던 [한남동]이었다면 혹시 모르겠습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안철수연구소의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게 2005년 이후이고, 안철수연구소가 판교에 자리 잡은 건 2011년인데, 이것도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봐야 할까요. 그냥 정치인들이 그렇다고 하면, 그렇다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는 거겠죠. 뭐.




6.

기초단체장이 주는

정치효능감의 매력


이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우리의 지도자를 뽑는 소중한 자리입니다. 정치효능감만 놓고 보면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보다 훨씬 더 중요한 선거로 느껴집니다. 참고로 저는 서초구에 살고 있는데, 서초구청장으로 오랫동안 일했던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이 매우 열심히 일했던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코로나 이전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만, 민방위 훈련에 처음 참석했었는데요. 구청장이 와서 연설을 한다고 하길래 자기 자랑이나 늘어놓겠구나 싶어서 듣는 둥 마는 둥 귓등으로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은 다른 구청장과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업적을 소개하는 시간이 조금 있긴 했지만, 민방위 훈련 장소에 온 목적이 서초구청장으로서 민방위 대원들의 의견을 직접 듣기 위해서였기 때문입니다.


직접 마이크를 돌려서 의견을 듣겠다고 했는데, 처음에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었죠. 그러던 중 누군가 얼토당토않는 건의사항을 꺼냈는데, 저를 포함한 몇몇 민방위 대원들은 피식피식 웃어넘겼습니다. 하지만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은 그런 사사로운 의견조차 놓치지 않았습니다. 바로 해당 건의를 내놓은 민방위 대원의 상세 주소지를 묻고, 해당 동네를 대표하는 동장을 그 자리에서 바로 호출하여 해당 민방위 대원이 요청하는 내용을 받아 적고 추후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처리내역을 카톡으로 반드시 전달하라는 메시지를 그 자리에서 말했습니다.


그때부터 민방위 훈련을 위해 모인 서초구청 대강당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져, 어느새 [건의사항의 대축제]로 이어졌는데요. 수도 없이 올라오는 민방위 대원들의 손, 수많은 건의를 들으며 때로는 피식 웃기도 하고, 어떨 때는 공감도 하면서 다양한 건의사항과 애환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매번 해당 건의사항을 남긴 민방위 대원이 속한 동장들은 해당 건의내용을 정리하느라 손이 바빴죠. 그렇게 1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은 적어도 그 자리에 있던 민방위 대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은 2022년 3월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하여 현재는 [서울 서초구 갑] 국회의원이 되었죠. 굳이 체급으로 나눠서 생각해보면, 이제 체급이 하나 올라간 셈입니다. 저는 제가 지지하는 정당과 상관없이 향후 그녀가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일지 매우 관심을 갖고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초자치단체장으로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정치효능감]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느끼게 해 줬기 때문입니다.


성남시장에 불과했던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는 [일 잘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로 대통령 선거 후보까지 올랐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현재 소속된 정당을 바꾸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와 조은희 국회의원이 언젠가 한번 제대로 선거에서 맞붙는 날이 올 수 있을까요? 정당에 상관없이 [일 잘하는 정치인]을 좋아하는 실용주의 가치관을 가진 유권자는 두 사람이 언젠가 맞붙게 되었을 때 누구를 지지하게 될까 매우 궁금합니다.




7.

서울과 지방 사이에

벌어지는 발전 격차


다시금 고향 이야기로 넘어옵니다. 지방선거가 한창인지라 여기저기 선거 현수막이 가득합니다. 폐허에 가까울 정도로 오래된 간판이 즐비한 도시에 새로운 현수막이라도 달리니 뭔가 생동감이 느껴지는 듯한 착각을 줍니다. 그런데 선거용 현수막에 쓰여 있는 문구가 참 유치하단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시민 입장에서 피부에 와닿는 기초단위 선거다 보니 조금 유치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아무리 유치해도 선거용 현수막에까지 등장할 정도여야 하나 싶은데요.


공천만 받으면 죽은 사람도 당선이 된다는 지방선거의 문제를 놓고 지적한 글을 소개합니다. 해당 글에서는 중선거구제로 실시되고 있는 지방선거의 아쉬운 점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때 모든 선거에 중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던 적이 있는데요. 이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선거유세활동을 지켜보니, 중선거구제가 오히려 민의를 왜곡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 가능성이 큰 호남/영남 지역에서 벌어지는 기초의원 선거현수막은 정말이지 가관입니다.


서울에서 조금 거리가 떨어진 지방이라 그런지 선거 운동도 조금 90년대에서나 볼 법한 향취가 많이 느껴졌습니다. [촌티]를 아직 벗어나지 못한 듯한 느낌이랄까요. 선거 현수막을 보면서 참 이질적인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꼭 지방이라서 드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선거 단위 자체가 기초선거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초선거에 출마하는 사람의 공약이 일반 대중 입장에서 별로 중요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거든요. 출마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공약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고요. 정당에게 공천받아서 당선만 되면 그만일테니까요.


다시 서울로 상경하는 버스에서 이 글을 쓰면서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여전함을 봅니다. 선거를 잘하는 게 아무리 중요하다고 말한들, 그놈이 그놈 같아 보이는 기초단위의 선거에서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듯합니다. 제가 후보의 선거 현수막만 봐도 정당에 상관없이 유치하고 답답한 느낌만 가득합니다. 막연한 정치혐오가 점점 더해진다고나 할까요. 어쩌면 지방선거는 시민의 입장에서 가장 피부에 와닿을지도 모르는 중요한 선거인데, 선거 현수막을 지켜보는 내내 그저 씁쓸함만 남고 말았다는 후문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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